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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수면 상승 위험 과소평가… 침수 피해 1.3억 명 늘어날 수도”

입력 | 2026-03-06 04:30:00

네덜란드 연구팀, 영향 평가 고도화
기존 논문과 실제 해수면 높이 비교… 상승 추정치 최대 7.6m가량 차이
실제 해수면과 연안 고도 자료 분석… 1m 상승 땐 육지 최대 37% 더 침수
“연안 재해 연구 방법론 개선 필요”



유럽우주국(ESA) 위성 ‘센티넬-2’가 지난해 2월 촬영한 베트남 메콩강 삼각주. 연구팀은 메콩강 삼각주 현장 조사를 계기로 해수면 기준 산정의 문제를 처음 인식했다. ESA 제공


연안 침수 위험 연구 대부분이 실제보다 낮은 해수면을 기준으로 삼아 위험을 과소평가해 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 위기를 겪을 가능성이 있는 인구가 기존 예측보다 최대 1억3200만 명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네덜란드 바헤닝언대 연구팀은 전 세계 연안 해수면 높이가 기존 해수면 상승 영향 평가에서 실제보다 평균 24∼27cm 낮게 반영됐으며 개발도상국 일부 지역에서는 오차가 최대 1m에 달한다는 분석결과를 내놨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4일(현지 시간) 게재됐다.

유엔 산하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는 2100년까지 해수면이 0.28∼1m 상승할 수 있다고 추정한다. 정확한 영향 평가가 중요하지만 전 세계 연안 관련 연구 상당수는 지역에서 직접 측정한 해수면 높이 대신 가정된 값을 전제로 분석했다.

연구팀은 2009년부터 2025년까지 발표된 연안 침수·재해 영향 평가 논문 385편을 분석해 연구에서 일반적으로 가정된 해수면과 실제 측정된 해수면 높이 간의 차이를 계산했다.

분석 결과 전체 연구의 90% 이상이 실제 측정값 대신 ‘지오이드(geoid)’ 모델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오이드 모델은 중력과 지구 자전을 토대로 전 지구 평균 해수면을 추정하는 방식으로 조석, 해류, 바람 등 지역 해수면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을 반영하지 못한다. 이 때문에 해수면이 평균 24∼27cm 과소평가됐으며 일부 연구에서는 그 차이가 5.5∼7.6m에 달했다.

이러한 오차는 동남아시아, 태평양 등 개발도상국 지역에서 특히 두드러졌으며 라틴아메리카, 북미 서해안, 카리브해, 아프리카, 중동, 인도-태평양 지역에서도 확인됐다.

연구팀이 기존 연구에서 흔히 사용된 가정들을 검토하고 연안 고도 자료와 실제 측정된 해수면 높이를 결합해 재계산한 결과 해수면이 1m 상승하는 시나리오에서 이전 추정보다 최대 37% 더 많은 육지가 침수될 수 있으며 전 세계적으로 7700만∼1억3200만 명이 추가로 영향을 받을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카타리나 제거 바헤닝언대 박사후연구원은 “육지 고도와 해수면은 서로 다른 위성으로 측정되는 데다 각각 다른 기준면을 사용하기 때문에 두 자료를 정확히 결합하기가 쉽지 않다”며 “실제로 두 자료를 올바르게 결합해 보니 전 세계 많은 지역에서 연안 해수면이 기존 모델의 추정값보다 훨씬 높았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해수면 데이터와 해안 고도 자료를 통합하는 데 필요한 세부 방법론과 최신 해수면 측정값이 반영된 전 세계 해안 고도 데이터를 함께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기존 연안 재해 연구의 방법론을 재평가하고 개선해야 할 필요성을 제기했다. 특히 연안 침수 위험이 높은 지역의 정부와 정책결정자들이 해수면 상승 대응 전략에 이번 연구를 참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진다.

김영택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수자원하천연구본부 선임연구위원은 “해수면이 상승하면 파도 높이가 커져 항만구조물 안정성이 약해지고 저지대 침수·범람 우려도 커진다”며 “논문에서 제시한 해수면 상승 수준을 반영해 항만구조물을 설계하려면 기존 시설물 처리 문제까지 포함해 많은 검토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다니엘라 슈미트 영국 브리스틀대 교수는 “해수면 상승 방법론 개선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이 연구는 토지 상실과 주거지 피해 등 인간에 대한 영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안 해수면 상승은 해안선을 바꾸고 침식을 유발하며 습지, 갯벌, 맹그로브, 산호 등 해안 생태계를 파괴할 것”이라며 “이러한 생태계가 사라지면 탄소 흡수, 해안 보호, 생물다양성 유지 기능이 모두 타격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런 손실까지 포함하지 않으면 위험 평가는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조가현 동아사이언스 기자 gahyu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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