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기반 직종을 바라보는 청년층의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사무직 중심의 직업 선호가 흔들리면서 기술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현장 직무가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는 모습이다. 실제로 건설 현장에서 타워크레인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일을 하는 30대 권 씨는 미국 대학을 졸업하고 해외영업을 하던 경력을 뒤로하고 현장 기술직을 택했다.
● “사무직 대신 기술직”….건설 현장에서 찾은 새로운 길
독자제공:권설남
30대 권 씨의 하루는 크레인과 함께 시작된다.
그는 건설 현장에서 철근과 건축 자재를 수십 미터 상공으로 끌어올리는 타워크레인을 설치하고 관리하는 일을 맡고 있다. 장비가 현장에서 안전하게 작동하도록 설치부터 운영, 해체까지 전 과정을 책임진다.
권 씨는 건설 현장과 거리가 있는 길을 걷고 있었다. 그는 미국 대학을 졸업한 뒤 가구 회사에서 해외영업을 했고 해외구매대행 사업도 경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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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제공:권설남
권 씨는 타워크레인 작업이 높은 전문성을 요구하는 기술직이라고 설명했다. 장비 설치와 운영에는 현장 상황을 판단하는 경험과 숙련도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는 “현장에서 일을 배우며 전문성이 필요한 분야라는 것을 알게 됐다”며 “현장 기술직은 숙련도가 쌓일수록 보상도 함께 올라가 또래 사무직과 비교해도 낮지 않은 수준”이라고 말했다.
다만 현장 일은 체력 부담과 위험 요소가 따른다. 그는 “현장직은 몸이 힘들고 사무직은 머리가 힘들다는 말이 있다”며 “체력적으로 힘들지만 그만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분야”라고 말했다.
● “AI가 대신 못 한다”…Z세대 63% “기술직 긍정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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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코리아
AI 시대가 도래하면서 기술직의 가치가 다시 평가받고 있다는 의견도 나온다. 권 씨는 “건설의 많은 작업은 여전히 사람이 직접 판단하고 장비를 다뤄야 한다”며 “현장을 이해하고 장비를 다루는 숙련된 인력의 역할은 앞으로도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흐름은 조사에서도 확인된다. 채용 플랫폼 ‘캐치’가 지난해 Z세대 구직자 1603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63%는 블루칼라 직종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고 답했다.
긍정 평가의 가장 큰 이유는 보상이었다. 응답자의 67%는 ‘높은 연봉’을 꼽았다. ‘기술을 보유해 해고 위험이 낮아서’라는 응답은 13%, ‘야근·승진 스트레스가 덜해서’는 10%였다. ‘빠르게 취업할 수 있어서’는 4%, ‘AI로 대체될 가능성이 낮아서’는 3%였다.
● 전공 바꿔 기술 배운다…늘어나는 ‘유턴 입학’
유턴입학생. 한국폴리텍대학 제공
대학 졸업 이후 다시 기술교육을 선택하는 청년도 늘고 있다.
한국폴리텍대학에 따르면 지난해 전체 입학생 5909명 가운데 1489명이 유턴입학생이었다. 전체의 25.2%로 입학생 4명 중 1명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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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을 전공했던 김 씨도 이런 흐름 속에서 기술교육을 선택했다. 그는 한국폴리텍대학에 재입학해 전기공학을 배우고 자격증을 취득했다. 이후 변압기 등을 생산하는 중전기 제조업체에 입사해 현재 전기 제어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첫 전공은 미술이었지만 새로운 길을 선택했다”며 “전문 지식과 자격증을 갖추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기술을 통해 새로운 커리어를 만들 수 있었다”고 말했다.
● ‘요구르트 이모님’도 옛말…청년들이 들어왔다
hy 방배점 프레시 매니저. hy 홍보팀 제공
생활과 맞닿은 현장 직무에서도 젊은 세대의 진입이 나타나고 있다.
1996년생 김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현장형 영업직으로 일하고 있다. 골목을 누비며 카트를 끌고 요구르트를 판매하는 이 일은 오랫동안 중장년 여성들이 주로 맡아온 직무로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젊은 세대도 들어오고 있다.
그는 일정 조율이 가능한 일을 찾다가 이 일을 시작했다. 김 씨는 “급여도 중요하지만 일정 조율이 가장 우선이었다”며 “일과 개인 생활을 분리할 수 있는 일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과거 영어 강사로 일할 때와 비교하면 부담의 성격도 달라졌다. 그는 “강사 시절에는 업무가 끝난 뒤에도 부담이 남았지만 지금은 일이 끝나면 완전히 마무리된다”며 “몸은 힘들지만 정신적인 압박은 오히려 줄었다”고 말했다.
김수연 기자 xunnio41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