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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두건 쓴 무장경비대 길목마다 검문…택시로 20시간 달려 탈출”

입력 | 2026-03-05 14:41:00

60대 韓사업가 “군사상황 너무 급박…도저히 버틸수 없어
네트워크 동원 간신히 車 구해…투르크메니스탄 국경 넘어”




이란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23명이 주이란대사관과 현지에 급파되어 있던 외교부 신속대응팀(단장 : 임상우 재외국민보호 및 영사 담당 정부대표)의 지원으로 3일 오후 (한국 시간)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무사히 대피했다. 외교부 제공

“택시로 20시간을 달렸어요. 총을 든 무장 보안 경비대가 길목마다 서 있었고, 차를 세워 일일이 검문소를 통과해야 했습니다. 무서웠지만 그냥 달릴 수밖에 없었죠.”  

4일(현지시간) 이란을 빠져나와 투르크메니스탄 국경을 넘은 60대 한국인 사업가 A 씨는 동아일보에 당시 대피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수도 테헤란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이동한 A 씨는 현지에서 사업을 해오다, 정세가 급박하게 악화하자 뒤늦게 대피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그동안 정세가 불안정한 때는 많았지만 한 번도 대피를 생각한 적이 없었다. 사업체를 두고 그냥 떠나기도 어려웠다”면서도 “이번엔 군사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 도저히 버틸 수 없어서 대사관에 급히 연락해 ‘지금이라도 나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당시 이미 다른 교민들은 대사관이 마련한 버스를 타고 이란과 투르크메니스탄 사이 국경을 향해 이동 중이었다. 그는 “대사관에서 ‘늦지 않았고 대피가 가능하다,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지만 이동수단은 직접 구해야 했다”며 “현지 네트워크를 동원해 어렵게 차량을 구하고, 그대로 달렸다”고 말했다. 주이란한국대사관 관계자들도 A 씨의 대피를 적극 지원했다.

A 씨는 “경비대들이 눈만 보이게 두건을 쓰고 총을 들고 있었다. 차가 멈출 때마다 불안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국경을 넘었다”며 지금은 투르크메니스탄 쪽에 도착해 안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족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나선 A 씨가 무사히 국경을 넘을 수 있었던 데는 투르크메니스탄 정부의 협조와 배려도 한몫했다. 투르크메니스탄 현지에 정부 신속대응팀 단장으로 파견된 임상우 외교부 재외국민보호·영사담당 정부대표는 4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외교차관을 만나 “한국 교민 28명은 이미 잘 도착했는데, 한 분이 더 국경으로 오고 있다. 안전하게 입국할 수 있게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 요청에 투르크메니스탄 측은 즉각 협조해 A 씨의 통과가 신속히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대표는 “전날 우리 국민들이 대피할 때도 하루 종일 검문소를 통과한 국민이 우리 국민밖에 없었는데 현지 정부에서 검문소를 한국 국민들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해줬다”고 밝혔다.

A 씨는 당분간 한국에 귀국하지 않고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머물며 현지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그는 “상황이 좀 진정되면 다시 이란으로 돌아가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대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현지 거래처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5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남은 교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전세기를 띄우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현재 10여 개국 중동 국가에 약 1만7000명의 우리 국민이 있고, 이 가운데 단기 체류자 여행객은 약 3300명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국경 인근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잔류 교민 보호와 추가 대피 지원에 나설 방침인 가운데 군 수송기 투입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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