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韓사업가 “군사상황 너무 급박…도저히 버틸수 없어 네트워크 동원 간신히 車 구해…투르크메니스탄 국경 넘어”
이란에 체류 중이던 우리 국민 23명이 주이란대사관과 현지에 급파되어 있던 외교부 신속대응팀(단장 : 임상우 재외국민보호 및 영사 담당 정부대표)의 지원으로 3일 오후 (한국 시간) 투르크메니스탄으로 무사히 대피했다. 외교부 제공
4일(현지시간) 이란을 빠져나와 투르크메니스탄 국경을 넘은 60대 한국인 사업가 A 씨는 동아일보에 당시 대피 상황을 이렇게 전했다. 수도 테헤란이 아닌 다른 지역에서 이동한 A 씨는 현지에서 사업을 해오다, 정세가 급박하게 악화하자 뒤늦게 대피를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그동안 정세가 불안정한 때는 많았지만 한 번도 대피를 생각한 적이 없었다. 사업체를 두고 그냥 떠나기도 어려웠다”면서도 “이번엔 군사 상황이 너무 급박하게 돌아가 도저히 버틸 수 없어서 대사관에 급히 연락해 ‘지금이라도 나갈 수 있느냐’고 물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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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는 “경비대들이 눈만 보이게 두건을 쓰고 총을 들고 있었다. 차가 멈출 때마다 불안했지만 다행히 무사히 국경을 넘었다”며 지금은 투르크메니스탄 쪽에 도착해 안도하고 있다고 전했다.
가족도 없이 혈혈단신으로 나선 A 씨가 무사히 국경을 넘을 수 있었던 데는 투르크메니스탄 정부의 협조와 배려도 한몫했다. 투르크메니스탄 현지에 정부 신속대응팀 단장으로 파견된 임상우 외교부 재외국민보호·영사담당 정부대표는 4일(현지시간) 투르크메니스탄 외교차관을 만나 “한국 교민 28명은 이미 잘 도착했는데, 한 분이 더 국경으로 오고 있다. 안전하게 입국할 수 있게 협조해달라”고 요청했다. 정부 요청에 투르크메니스탄 측은 즉각 협조해 A 씨의 통과가 신속히 진행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대표는 “전날 우리 국민들이 대피할 때도 하루 종일 검문소를 통과한 국민이 우리 국민밖에 없었는데 현지 정부에서 검문소를 한국 국민들을 위해서만 사용할 수 있도록 특별히 배려해줬다”고 밝혔다.
A 씨는 당분간 한국에 귀국하지 않고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머물며 현지 상황을 지켜볼 예정이다. 그는 “상황이 좀 진정되면 다시 이란으로 돌아가 사업을 이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제가 대피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현지 거래처에도 영향이 있을 수 있어 조심스럽다”며 말을 아꼈다.
조현 외교부 장관은 5일 라디오 방송 인터뷰에서 “남은 교민들의 안전 확보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며 “전세기를 띄우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조 장관은 “현재 10여 개국 중동 국가에 약 1만7000명의 우리 국민이 있고, 이 가운데 단기 체류자 여행객은 약 3300명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외교부는 국경 인근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해 잔류 교민 보호와 추가 대피 지원에 나설 방침인 가운데 군 수송기 투입 가능성도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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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