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를 영화로 읊다] 〈126〉 지난날을 기억하며
한시에서 ‘기억’은 단순한 회상을 넘어 사회와 개인의 문제를 성찰하는 문학적 기제로 작동한다. 조선시대 윤기(尹愭·1741∼1826)가 50대가 되어 성균관 유생 시절을 추억한 다음 시도 그 한 예다.
영화 ‘바튼 아카데미’에서 허넘은 오랜 세월 몸담았던 학교를 떠나며 착잡한 마음에 사로잡힌다. 사진 출처 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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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영화 속 학교 식당은 세상에서 소외된 자들의 결핍이 모이는 공간인 동시에 그들의 상처를 위로하고 치유하는 ‘장소’가 된다. 다만 그 위로와 치유의 방식은 달랐다. 윤기가 책 속 성현(聖賢)들이 감내하던 궁핍을 마주하며 마음을 다잡았다면, 영화 속 허넘은 내면의 숨겨진 상처를 공유하는 타인과의 연대를 통해 스스로 쌓아둔 세상을 향한 마음의 장벽을 허문다.
그러나 과거의 기억이 잠시의 위로는 될지언정 문제를 해결해주진 못한다. 허넘이 오래 몸담았던 학교를 떠나 스스로 멀리하던 세상 속으로 발걸음을 내디딘 것처럼, 시인 역시 구차한 부귀를 좇지 않겠다는 결연한 다짐으로 시를 마무리했다.
임준철 고려대 한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