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 전쟁 여파로 국내 증시가 급락한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전광판에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452.22포인트(7.24%) 하락한 5791.91 , 코스닥은 전 거래일 대비 55.08포인트(4.62%) 하락한 1137.70로 장을 마쳤다. 2026.3.3 ⓒ 뉴스1
대외 충격에 따른 일시적 조정이냐 장기 횡보의 시작이냐. 중동 불안 확대에 따른 ‘검은 화요일’을 맞은 코스피를 보는 시각은 양쪽으로 엇갈린다. 3일 코스피는 2020년대 들어 세 번째로 큰 낙폭을 보였다. 연초부터 가파르게 상승한 만큼 낙폭도 컸다. 코스피를 견인해온 ‘반도체 투 톱’도 10%가량 하락하며 ‘20만 전자-100만 닉스’가 나란히 깨졌다.
전문가들은 향후 코스피의 움직임은 중동 불안이 얼마나 길어질지에 달렸다고 본다. 1~2주 정도의 단기 충돌로 마무리될 경우 빠른 회복이 가능하지만, 이란이 완전히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하고 양측의 무력 충돌이 확대될 경우 큰 폭의 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내다봤다.
● 2000년 이후 10번째로 큰 낙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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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대 들어 코스피가 7% 넘게 하락한 것은 미국 경기침체 우려로 글로벌 증시가 하락했던 2024년 8월 5일(―8.77%)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여파로 증시가 급락했던 2020년 3월 19일(―8.39%)뿐이었다.
미국과 이란의 전쟁이 본격화되면서 호르무즈해협이 봉쇄되고 국제유가가 치솟으면서 아시아 증시가 동반 하락했지만 한국의 낙폭이 유독 컸다. 2일과 3일 이틀간 일본 닛케이평균주가는 4%대, 대만 자취안지수는 3%대 하락했다. 이란으로부터 원유를 저렴하게 공급받아온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0.96%)와 홍콩 항셍지수의 이틀간 낙폭보다도 코스피의 하루 낙폭이 더 컸다.
이는 한국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상대적으로 더 큰 탓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란의 호르무즈 해협 폐쇄로 중동산 에너지 의존도가 높고 국내 에너지 생산이 제한적인 한국과 일본이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과 일본 모두 200일 이상의 비축유를 보유 중이지만 에너지 가격 상승이 결국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경제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올해 들어 주가가 급격하게 오른 것도 영향을 줬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가 단순 주가만으로도 부담으로 작용하는 국면에 일시적으로 들어선 것도 있다”며 “과열 정도를 측정하는 지표가 닷컴버블을 상회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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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동 전쟁 장기화시 경기 침체 우려
결국 중동 불안이 얼마나 지속될지에 달려있다. 하나증권 글로벌투자분석실은 이날 세 가지 시나리오에 따른 코스피 향후 전망을 제시했다. 1~2주의 단기 충돌 이후 리스크가 완화되는 최선의 시나리오에서는 5% 안팎의 조정 이후 빠른 회복이 가능했지만, 이란이 호르무즈해협을 완전히 봉쇄하고 미국과 이란의 군사적 충돌이 확대되는 최악의 상황에서는 20% 조정 후 횡보하는 상황까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의 의견도 나뉜다. 박선영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조정이 올 것이라는 전망이 많던 차에 전쟁이 터지며 조정이 왔다”며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대장주 실적이 견고할 만큼 전쟁이 단기에 끝난다면 조정도 빠르게 마무리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러나 고유가 국면이 장기화될 경우 반도체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며 코스피와 실물 경제 모두 악화될 수 있다. 양준석 가톨릭대 경제학과 교수는 “코스피의 최근 1년간 급격한 상승 과정에서 일부 거품도 낀 상황”이라며 “중동 전쟁으로 석유 가격이 올라 기업들의 지출이 늘어나게 되면 인플레이션이 발생해 물가상승과 경기침체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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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석호 기자 will@donga.com
최미송 기자 cm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