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올드&] 치매머니 예방 ‘유언대용신탁’ 금융사와 자산 운용 계획 미리 설계… 치매 후견인 절차 없이 병원비 받아 사망 후엔 지정 수익자에게 상속… 가족 간 법적 분쟁도 줄일 수 있어
● 172조 원 규모 ‘치매머니’ 대비책
유언대용신탁은 계약자가 금융사와 맺는 자산 운용 약속이다. 계약자가 자산을 금융사에 맡기면 운용에 따른 수익을 받을 수 있다. 사망 후에는 배우자나 자녀 등 구체적으로 정해둔 수익자에게 자산이 상속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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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증 치매 증세가 발생하면 자신의 자산을 병원비나 간병비로 활용하려 해도 돈을 인출하고 결제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가족 등이 절차를 대신하려면 성년후견인을 지정해야 하는데 복잡한 절차를 거쳐 법원의 결정을 받아야 해 오랜 시간이 걸리는 편이다. 이 과정에서 치료 시기를 놓칠 수도 있다.
유언대용신탁에 가입했다면 인지 능력이 정상일 때 미리 ‘치매나 중증 질환으로 판단력을 잃으면 자산 중 일부를 병원비와 간병비로 집행하라’고 신탁 계약서에 명시할 수 있다. 이렇게 해두면 금융사가 미리 약속된 계약 내용대로 돈을 집행한다.
계약자가 신뢰하는 가족을 신탁 운용 지시권자로 지정할 수도 있다. 지시권자는 신탁 재산의 운용 방법을 정하고 자금 집행이 올바르게 이뤄지는지 감독하는 역할을 가진다. 이를 통해 배우자나 자녀들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지 않고도 자신이 가진 자산으로 안정적으로 치료와 요양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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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언대용신탁은 가족 사이의 상속 분쟁을 예방하는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 은퇴를 앞둔 한 50대 후반 남성은 최근 유언대용신탁 계약을 진행하면서 아내의 노후 생활비를 보장하면서도 자녀들에게 매달 일정한 생활비 형태로 상속하겠다는 내용을 계약서에 담았다. 이 남성은 “자녀들에게 미리 자산을 상속했다가 나중에 홀대 받을 것을 걱정할 필요도 없고, 무엇보다 가족끼리 법정에서 상속 문제로 얼굴 붉힐 일을 미리 막은 것 같다”고 말했다.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계약자가 미리 배우자와 자녀의 경제적 상황을 직접 고려해 상속 설계를 할 수 있다. 계약자의 인지 능력이 정상일 때 금융사의 상속 전문가가 세무·법률 검토를 거쳐 계약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계하는 만큼 상속재산분할 등의 법적 분쟁 가능성은 낮아질 수밖에 없다.
예를 들어 계약자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신탁한 부동산의 임대료를 자신의 생활비로 쓰다가 사망 후에는 배우자에게 상속되도록 하고, 만약 배우자도 사망하면 자녀에게 이를 넘겨주는 ‘연속 상속’ 설계를 할 수 있다. 민법상 유언장을 통한 상속으로는 불가능하지만,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면 가능한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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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순히 상속뿐만 아니라 사회 단체나 기관에 계약자가 자산의 일부를 기부하는 방식으로 설계하는 계약자도 있다. 기부 뒤에 남은 가족들의 생계가 걱정된다면 일부 자산은 상속인들의 생활비를 보장하는 방식으로 설계하면 된다.
● 최소 상속 몫 ‘유류분’은 보장해야
유언대용신탁을 활용하더라도 재산의 상속 과정에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우선 민법에 따라 배우자, 자녀, 부모의 최소 상속 몫을 보장하는 ‘유류분’은 지켜야 한다. 판례에 따르면 유류분은 유언대용신탁 계약서나 유언장보다 우선한다. 유언대용신탁으로 정해둔 내용도 유류분을 침해하면 반환 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배우자와 자녀는 법정 상속분의 절반, 부모는 3분의 1이다.
결국 유언대용신탁 계약서를 작성할 때 특정 가족에게 자산을 몰아주는 것은 어렵다. 유류분을 고려해 분쟁이 발생하지 않도록 배분 비율을 정하는 것이 안전하다.
유언대용신탁의 절세 측면에서 특별히 유리한 점이 없다는 점도 고려해야 한다. 신탁 계약을 했더라도 상속세 자체는 감면되지 않는다. 다만 신탁을 통해 자산 평가 시점을 조절하거나 장기적인 배분 계획을 세움으로써 상속세를 한 번에 내야 하는 부담은 덜 수 있다.이정섭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신한금융그룹의 자산가 고객을 대상으로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신한은행과 신한투자증권의 분야별 최고 전문가 그룹으로 투자전략(18명), 주식·섹터(21명), 투자상품(12명), 포트폴리오(15명), 외환(3명), 부동산(10명), 세무(14명), 상속·증여(4명), IB(3명) 등 총 100명의 전문위원과 수석전문위원으로 구성돼 있다
이정섭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
정리=지민구 기자 waru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