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올드&] 치매-상속 대비 중장년 수요 늘어 은행들 가입 금액 등 문턱 낮춰 “더 활성화 위해 세제 혜택 줘야”
자산가의 전유물로 여겨져 온 유언대용신탁에 대한 관심이 대중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사후, 치매 등을 일찌감치 대비하려는 중장년층들의 수요가 늘어나고 있어서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등 4대 시중은행의 지난해 12월 말 기준 유언대용신탁 잔액은 4조4947억 원으로 2024년 말(3조5054억 원)보다 약 28%(9893억 원) 증가했다. 5년 전인 2020년 말(9403억 원)에 비해서는 약 4.8배로 불어났다.
한때 유언대용신탁은 고액 자산가, 기업 창업주 등 극소수의 소비자만 찾는 금융상품이었다. 하지만 고령 인구와 상속 재산 규모가 덩달아 늘어나면서 일반 소비자들도 가입하는 상품으로 자리 잡았다. 이혼·재혼 등으로 가족 구성이 복잡해진 상황을 유언대용신탁에 가입해 해결하려 하거나, 치매 가능성을 우려해 해당 상품에 선제적으로 가입하려는 수요가 늘어난 것이다. 최근 아파트 가격 상승으로 서울 지역 중장년층의 보유 부동산 가치가 치솟은 점도 유언대용신탁 수요가 늘어난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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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은 유언대용신탁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를 반영해 상품의 가입 장벽을 낮추고 있다. KB국민은행과 우리은행은 가입 금액의 하한선을 1000만 원으로 낮춘 유언대용신탁을 내놨다. KB국민은행은 가입자들에게 기본 신탁 보수를 별도로 받지 않는 상품도 출시했다. 시중 은행의 한 지점장은 “5, 6년 전까지만 해도 유언대용신탁은 고액 자산가들 위주로만 문의했던 상품”이라며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일반 지점 창구에서도 유언대용신탁 가입자가 꾸준히 나타나고 있다. 만 65세 이상 중장년층들의 문의도 끊이지 않는 편”이라고 분위기를 전했다.
전문가들은 유언대용신탁이 더 활성화되려면 세제 지원과 제도 정비가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한다. 서정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고령화가 급속히 진행되는 상황에서 신탁은 매우 유용한 금융상품이지만 대중화는 비교적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중산층 대상의 소액신탁이 활성화되도록 세제 혜택을 적극 부여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