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힙한 힐링 명소로 떠오른 사우나

입력 | 2026-03-03 04:30:00

중년의 취미 생활에서 세련된 웰니스 라이프의 대명사로 이미지 변신
MZ세대, 일본 당일치기 사우나 여행 떠나고 ‘한국판 사우나슐랭’ 만들어





강원 양양 설해원. 설해원 제공

한국에서 ‘사우나’는 정겨운 장소로 인식되곤 한다. 부모님 손에 이끌려 가 등이 벌게지도록 때를 밀던 대중목욕탕부터 여럿이 뜨거운 찜질을 마치고 대형 TV 앞에 둘러앉아 맥반석 달걀과 식혜를 나눠 먹던 찜질방까지. 시대에 따라 형태는 조금씩 달라졌어도 어딘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공간인 것은 분명하다. 드라마나 영화에 단골로 등장하는 사우나 신, 오랫동안 사랑받은 사우나 콘셉트 예능 역시 사람들이 사우나와 관련해 공유하는 편안한 정서에 기댄 측면이 있다.

강원 정선 파크로쉬. 파크로쉬 제공

그러나 최근 MZ세대가 생각하는 사우나는 좀 다르다. 이들에게 사우나는 ‘세련된 웰니스 라이프의 대명사’로 인식된다. 핀란드식·일본식 사우나 열풍, 블랙핑크 제니가 자신의 피로 회복법으로 소개한 ‘콜드 플런지(10℃ 이하의 차가운 물에 전신을 담그는 것)’ 등의 영향으로 사우나를 더 이상 ‘옛것’이 아닌 힙하고 건강한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하는 공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부산 금샘탕. 금샘탕 제공

웰니스 사우나의 인기는 해외에서 먼저 시작됐다. 사우나 후 얼음 호수에 뛰어드는 핀란드식 사우나가 2020년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으로 등재되며 그 효능이 주목받았다. 미국 실리콘밸리 테크 거물들은 신체의 생화학적 지표를 개선하는 방법으로 핫-콜드 서킷 사우나를 즐기기 시작했다. 몸에 열충격과 냉충격을 번갈아 주는 방법으로 세포 회복 탄력성을 높이고 흐트러진 생체 리듬을 재조정해 체내 시스템을 재부팅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온천 강국 일본에서는 ‘토토노우’라는 유행어가 인기다. 토토노우는 입욕과 사우나를 반복하면 자율신경계가 정돈되며 몸이 두둥실 떠오르는 듯한 극강의 정신 상태에 이른 것을 말한다.

이렇듯 웰니스 사우나가 인기를 모으면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서는 퀄리티 좋은 사우나 정보가 활발히 공유되고 있다. 사우나는 그 특성상 내부 사진 등 구체적인 정보를 얻기 어려운데, 사우나에 대한 수요가 늘며 이용 후기와 같은 게시물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4만 팔로어를 보유한 인스타그램 계정 ‘고독한 사우너(@godoghan_sauner)’는 ‘내돈내땀’ 해시태그와 함께 직접 다녀온 사우나 리뷰를 업로드하고 있다. 아직 입소문을 타지 않은 서울 근교의 조용한 노천탕, 관광지 느낌 없는 자연 용출 탄산 온천 등 사람들의 니즈와 콘셉트에 맞는 사우나를 소개한다. 사우나 정보는 국내에 그치지 않는다. 일본, 독일, 스위스, 태국 등 현지 유명 사우나를 방문한 생생한 후기를 공유하며, 특히 일본으로는 당일치기 사우나 여행도 불사한다.

‘고독한 사우너’ 계정을 운영하는 30대 직장인 김 모 씨는 “스트레스 완화 등 과학적으로 검증된 효과들이 있기도 하고, 가성비 있게 웰니스를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2030 사이에 사우나 인기가 점점 커지는 것 같다”며 “사람들이 여행지에서도 일부러 사우나를 경험하려 한다는 사실을 미뤄 보면 이제 사우나가 단순히 몸을 씻으러 찾아가는 공간만은 아닌 듯하다”고 말했다.

그 밖에 팔로어 2만5000명의 인스타그램 계정 ‘닥터사우나(@docsauna)’는 사우나에 관한 기초 지식과 과학적 효능에 관한 정보를 공유하며 인기를 끌고 있다. 사우나로 흘리는 땀과 운동으로 흘리는 땀의 차이, 건식·습식·원적외선 사우나 중 자신에게 맞는 곳을 선택하는 기준, 리커버리 효과를 최대로 이끌어낼 수 있는 사우나-냉수욕-외기욕 루틴 등을 설명한다. 전직 핀란드 항공사 승무원이 운영하는 ‘사우나심(@saunasim)’ 계정은 동아시아와 차별화되는 핀란드식 사우나의 대중화에 앞장서고 있다. 뜨거운 스톤에 물을 뿌려 강한 증기를 쐬는 사우나 방식, 자작나무 잎으로 몸을 두드리는 테라피, 사우나 후 얼어붙은 호수로 뛰어드는 냉수욕이라는 장점을 한국에 접목하고자 하는 것이다.

사교 모임도 즐기는 소셜 사우나의 등장

웰니스 사우나는 개인적 차원을 넘어 여럿이 함께 모여 건강한 가치를 공유하는 커뮤니티의 장으로도 진화하는 분위기다. 해외에서 인기몰이 중인 ‘소셜 사우나’가 대표적인 예로, 캐나다·미국의 ‘아더십’, 영국의 ‘사우나 소셜 클럽’이 유명하다. 아더십에서는 가이드 안내에 따라 단체로 몰입형 사우나를 즐긴 뒤 거대한 원형 라운지에 모여, 스마트폰 없이 따뜻한 차를 마시면서 낯선 사람들과 깊은 대화를 나누는 것을 핵심 코스로 한다. 사우나 소셜 클럽은 지역 곳곳에서 팝업 형태로 열리는데, 사우나 이후에는 캠프파이어나 DJ가 진행하는 파티 등에 참여할 수 있다.

웰니스 사우나의 부상에 발맞춰 글로벌 브랜드들의 움직임도 분주해진 모습이다. 호주의 자연주의 스킨케어 브랜드 ‘이솝’은 최근 사우나 프로그램에 자사 브랜드 경험을 침투시키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 미국 웰니스 브랜드 ‘리세스’와 협업해 캐나다 몬트리올에 감도 높은 소셜 사우나 공간을 오픈한 것. 이곳에서는 이솝 제품과 함께 약 75분간의 핫-콜드 서킷 사우나를 즐길 수 있다. 

웰니스 플랫폼으로서 사우나의 변신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몸을 씻고 땀을 빼는 차원을 넘어 사우나 자체가 취향이 깃든 여행이 되고, 뷰티 및 헬스케어 업계가 자사 철학을 투영하는 새로운 격전지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MZ의 세련된 리커버리 공간으로 탈바꿈한 사우나가 향후 어떤 시장을 만들고, 또 어떤 산업과 만나 외연을 넓혀갈지 그 방향의 귀추가 주목된다. 



이슬아 기자 islan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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