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성의태어로 언어의 기원 고찰 신체 감각과 경험을 매개로 연결 ◇언어의 본질/이마이 무쓰미, 아키타 기미 지음·김경원 옮김/332쪽·2만8000원·아르테
그런데 이 변방의 분야에서 언어의 기원과 진화를 고찰해 보려는 움직임이 최근 학계에서 일고 있다고 한다. 일본 인지과학자와 언어학자가 이런 흐름을 정리해 5년 동안 집필한 책이 국내에도 번역 출간됐다. 현지에선 25만 부 판매를 돌파하며 이례적 반향을 일으켰다.
책에서 중심이 되는 개념은 인지 과학에서 중요하게 제기되는 ‘기호 접지(symbol grounding)’다. 쉽게 말해서, 이는 우리가 쓰는 언어(기호)가 신체적 경험에 기반하는가를 뜻한다. 이를테면 과일 멜론의 맛을 ‘달콤하다’라고 표현한다면, 멜론을 먹어본 사람이어야 ‘달콤하다’의 감각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단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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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때문에 인간이 현실의 경험을 언어와 연결해 설명해야 할 때, 의성의태어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동물 ‘개’를 뜻하는 단어는 언어마다 다르지만, 개가 짖는 소리를 나타낸 의성어는 엇비슷하다. ‘멍멍’, ‘왕왕’(일본어), ‘바우와우’(영어), ‘와프와프’(프랑스어), ‘하프하프’(체코어)처럼 계통이 다른 언어도 공통된 경향성을 띤다. 이는 의성의태어가 우리의 신체 감각과 경험을 매개로 자연스럽게 연결된 언어의 한 속성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책은 이처럼 추상적인 ‘기호’와 구체적인 ‘세계’를 잇는 하나의 연결고리로서 의성의태어를 고찰한다. 여기에 더해, 세계에서 가장 젊은 언어로 불리는 ‘니카라과 수어’의 변천사에 대한 연구를 통해 인간의 언어가 점차 추상적이고 경제적인 체계로 변화하는 과정도 보여준다. 가설 구축과 추론을 거듭하면서 지구상에서 오직 인간만이 정교한 언어 체계를 갖게 된 과정도 설명한다.
책은 언어를 임의적 기호 체계로 보던 전통적 관점을 넘어선다. 신체적 경험에서 출발해 대담한 가설로 이어지는 ‘역동적인 지적 장치’라는 주장이다. 이런 관점에서 세계를 감각하지 못한 채 기호를 통계적으로 조합하는 AI는 살아 있는 인간 언어와 결정적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다. 말을 배운다는 건 단순히 단어를 외우는 것이 아니다. 몸으로 세계를 느끼고, 추론을 통해 불완전함 속에서 도약하는 법을 익혀가는 것임을 깨닫게 해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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