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졸업을 앞둔 학생들 모습. AI 시대 진로 전략을 둘러싼 고민이 학부모와 학생들 사이에서 이어지고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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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쏠림은 계속되고 입시 학원가는 여전히 만원이다. 인공지능(AI)이 일자리 구조를 빠르게 바꿀 것이라는 전망이 확산될수록 학부모들의 선택은 오히려 더 보수적으로 흐른다. 불확실성이 커질수록 “쉽게 사라지지 않을 직업”을 찾으려는 심리가 강해지면서 의료·법률 등 전문직 선호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그러나 정작 AI 산업 최전선에 있는 기술 리더들의 조언은 달랐다. 특정 직업을 미리 정해두기보다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과 인간 고유의 역량을 키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데 의견이 모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6일(현지시간) 앤트로픽, 마이크로소프트, SAP 등 글로벌 기술 기업과 AI 연구 분야 리더들에게 “자녀에게 어떤 교육과 진로를 권하느냐”고 물었다. 자녀 나이는 생후 수개월부터 20대 후반까지 다양했지만 답변에는 공통된 방향성이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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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P에서 조직 성장과 AI 인력 전환을 총괄하는 캐롤라인 한케는 미래 핵심 역량으로 ‘민첩성(agility)’을 꼽았다. 그는 “지금 중요한 기술이 2년 뒤에도 유효할 것이라고 장담하기 어렵다”며 특정 기술 숙련보다 변화에 빠르게 대응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수학과 논리적 사고처럼 변하지 않는 기초 역량은 어떤 직무에서도 활용 가능한 ‘기반 체력’이라는 설명이다.
펜실베이니아대 와튼스쿨의 이선 몰릭 교수 역시 의료·법률 직군을 예로 들며 AI 시대에는 다양한 능력이 결합된 ‘종합형 직무(generalist jobs)’가 오히려 강점을 가질 수 있다고 봤다. 그는 폭넓은 교양 교육을 불확실성에 대비하는 일종의 ‘보험’에 비유하며 특정 기술 하나에 진로를 걸기보다 유연한 사고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인문학적 교육 역시 AI 시대에 더욱 중요하다고 꼽았다.
● “AI는 추천하지만, 책임지지 않는다”
마이크로소프트 수석 과학자 제이미 티븐은 부모 세대의 불안 상당수가 사실은 자녀보다 스스로의 변화 부담에서 비롯된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깊은 몰입 경험과 비판적 사고를 키우는 교육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AI는 의견을 제시할 수 있지만 결과에 대한 책임을 지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법률이나 회계처럼 최종 판단과 책임을 요구하는 영역은 기술 발전 이후에도 인간의 역할이 남을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다. 그는 아이들에게 다양한 경험을 시도하고 오래 집중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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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스타트업 Paid.AI 공동창업자 매니 메디나는 자녀 교육 방식을 두고 이른바 ‘제다이 방식(Jedi mind tricks)’을 언급했다. 방향을 제시하되 강요하지 않고, 씨앗을 심고 물을 주듯 기다리는 것이 부모의 역할이라는 설명이다.
그는 단기적으로 유망한 분야로 원자력 에너지와 헬스케어를 꼽았다. 실제 그의 장남은 빌 게이츠가 설립한 원자력 기업 테라파워에 취업했고, 다른 자녀는 암 치료에 활용되는 핵의학 분야를 선택했다. 다만 그는 “AI를 위협으로 보지 말고 환경·의료·돌봄처럼 인간 사회의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방향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 결국 남는 것은 인간의 능력
앤트로픽 공동창업자 다니엘라 아모데이는 보다 낙관적인 시각을 제시했다. 그는 AI가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사람은 본능적으로 의미를 만들고 무언가를 창조하려는 존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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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더들의 조언을 종합하면 결론은 단순하다. 미래 직업의 ‘정답’을 미리 고르는 전략 자체가 점점 의미를 잃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직업이 안전하다고 확신하기보다 폭넓게 배우고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는 것이 더 현실적인 대비책이라는 메시지다.
AI 시대 진로 고민의 해답은 직업 이름이 아니라, 변화 속에서도 배우고 판단하며 책임질 수 있는 인간의 능력에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