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부분의 국가는 이용자 보호를 위해 게임을 심사하고, 일정 기준을 통과한 작품만 유통을 허가합니다. 폭력성이나 선정성, 사행성처럼 이용자에게도 비교적 익숙한 기준들이 대표적이죠.
그런데 단순히 ‘잔인하고 선정적이다’는 이유를 넘어, 각 국가의 역사·정치·종교적 맥락 때문에 금지된 사례들도 적지 않습니다. 다른 나라에 살고 있는 이용자 입장에서는 “그런 이유로?” 싶을 독특한 사례들도 있는데요.
■ “으윽, 아픈 기억이!” ‘폴아웃 3’ 금지했던 일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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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아웃3 / 베데스다 홈페이지
이러한 역사적 맥락 속에서 2008년 베데스다가 출시한 ‘폴아웃 3’ 역시 논란의 중심에 섰습니다. 이 게임은 핵전쟁 이후의 황폐한 세계를 배경으로 한 RPG인데요. 플레이 도중 ‘메가톤’이라는 마을에 설치된 핵폭탄을 직접 기폭할 수 있는 선택형 사이드 퀘스트가 등장하고, 소형 핵폭탄 발사기인 ‘팻 맨(Fat Man)’이라는 무기도 사용할 수 있습니다.
무기 팻 맨 / 베데스다 공식 폴아웃3 광고
이에 일본 심의기관인 CERO는 문제를 제기하며 심의 거부 판정을 내렸는데요. 이후 베데스다 측은 무기 이름 ‘Fat Man’을 ‘누카 런처(Nuka Launcher)’로 변경하고, 메가톤 핵폭발과 관련된 퀘스트에서 직접적인 기폭 연출과 일부 표현을 삭제·완화하는 등 여러 조치를 취한 뒤에 일본에 게임을 선보일 수 있었다고 합니다.
■ 이 곰돌이 푸는 삿된 푸다… 이스터에그 때문에 ‘데보션’ 금지했던 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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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보션 / 데보션 공식 홈페이지
정확하게는 게임 속 배경에 있던 한 부적의 텍스처가 문제가 됐습니다. 부적에는 붉은 글씨로 ‘곰돌이 푸’와 중국 국가주석 ‘시진핑’의 이름이 적혀있었는데요. ‘곰돌이 푸’가 뭐가 문제냐고 할 수 있지만, 한때 시진핑을 곰돌이 푸와 닮았다는 인터넷 밈이 확산된 적이 있고, 이후 관련 이미지와 표현이 중국 내에서 검열 대상이 된 바 있습니다. 즉, 국가주석을 풍자하는 의미로 읽힐 수 있는 것이죠. 이에 중국 이용자들의 반박이 거세지자 개발사 측은 결국 해당 이미지를 삭제하고 사과문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중국에서는 판매가 막힌 상황이라고 하네요.
문제가 됐던 이스터에그 / 출처 게이밍 레딧
몇몇 이용자가 동물의 숲을 통해 온라인 시위를 진행했다 / 시민 운동가 조슈아 웡 X(구 트위터)
이외에도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년 2월, ‘전염병 주식회사’라는 게임이 돌연 중국 앱스토어에서 삭제된 적이 있었는데요. 게임 내 가상의 전염병이 특정 지역에서 시작되는 설정이 현실과 맞물려 민감하게 받아들여졌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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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켓몬 카드가 금지됐던 시절이 있었다 / 포켓몬 홈페이지
사우디가 포켓몬 고 개발사의 게임 부문을 인수했다 / 나이언틱 홈페이지
■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 우리나라도 ‘금지’ 게임이 있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분단국가라는 사실을 크게 의식하지 않고 살아가지만, 현실은 여전히 북한과 대치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특수한 상황은 다양한 문화 콘텐츠에 영향을 미쳐 왔고, 게임 역시 예외는 아니죠. 이에 몇몇 게임이 국내에서 금지된 바 있는데요.
표지의 한글 간판이 인상적인 머서너리즈: 플레이그라운드 오브 디스트럭션 / 엑스박스 스토어
2011년 출시된 홈프론트 역시 비슷한 맥락입니다. 이 작품은 설정상 북한으로 한반도를 비록한 아시아 지역을 통일한 뒤 미국을 침공한다는 가상의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는데요. 국내 정서상 민감하게 받아들여질 부분이 있었기 때문인지, 결국 심의 거부를 받아 한국에서는 정식 출시되지 못했죠.
이렇게 다양한 국가에서 각자의 문화적 맥락으로 몇몇 게임을 금지해왔는데요. 같은 게임이라도 어떤 나라에서는 단순한 오락이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사회적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이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신승원 게임동아 기자(sw@gamedon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