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사고 11% 동승자 탑승 방조 혐의 검거는 10건중 1건 그쳐 기소해도 “음주 몰랐다” 하면 무죄 日, 처벌 강화 후 사망자 3분의 1로
국내 음주운전 사고 10건 중 1건은 동승자가 있는 사고지만, 이를 방조했다는 이유로 처벌까지 받는 동승자는 극히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현행법상 음주운전자의 차량에 동승한 사람을 처벌하려면 형법상 방조죄를 적용해야 하지만 고의성을 입증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경찰은 음주운전을 방조한 이들에 대한 처벌 요건을 구체화하는 도로교통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 보험 처리 음주운전 중 11%는 동승자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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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도로교통법에 동승자 방조 처벌에 대한 별도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동승자의 음주운전 방조를 처벌하려면 형법상 ‘종범(방조범)’ 적용을 검토해야 하는데, 동승자가 음주 사실을 인지했고 이를 적극적으로 제지하지 않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서울의 한 경찰서 교통과 관계자는 “방조 혐의를 입증하려면 술을 함께 마셨다는 폐쇄회로(CC)TV 영상이나 블랙박스 기록 등이 있어야 한다”며 “동승자가 ‘몰랐다’거나 ‘말렸다’고 주장하면 혐의 입증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실제 지난해 11월 30일 인천 계양구 부평나들목 인근에서 발생한 차량 충돌 사고의 경우 당시 운전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0.133%로 면허 취소 수준이었지만 조수석에 탑승한 동승자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았다.
방조 혐의로 기소돼도 처벌까지 이어지기 쉽지 않다. 2024년 2월 대전지법 홍성지원은 혈중알코올농도 0.212% 상태에서 운전한 운전자의 차량에 동승한 피고인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같은 해 8월 군사법원은 후임병의 음주운전을 제지하지 않은 선임병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 日, 주류 제공자까지 처벌… 사망자 3분의 1로
일본의 경우 2006년 음주운전 차량이 앞차를 들이받아 어린이 3명이 숨진 ‘후쿠오카 음주운전 사고’를 계기로, 2007년 도로교통법을 개정해 동승자뿐만 아니라 주류 제공자와 차량 제공자까지 처벌 대상으로 확대했다. 음주운전을 할 가능성이 있는 사람에게 술을 제공하거나 차량을 빌려줘도 처벌할 수 있도록 한 것. 실제로 음주운전으로 2차 회식 장소로 이동 중인 걸 알았던 동승자와 주류 판매업자가 처벌을 받은 사례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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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동승자 처벌 강화를 위한 법 개정 시도가 이어지고 있지만 아직 결실을 보지 못했다. 21대 국회에서 발의된 개정안은 임기 만료로 폐기됐고, 22대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계류 중이다. 경찰은 일본 사례 등을 참고해 방조 행위 유형과 처벌 기준을 명확히 하는 방향으로 법 개정을 검토하고 있다.
정서영 기자 cer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