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금 반환소송에서 승소했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해 통장 잔액을 확인하고 있는 임차인 모습. 전세금 분쟁은 판결 이후 강제집행 단계에서 회수 여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자료사진)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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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반환소송에서 승소 판결을 받았지만 통장에는 여전히 돈이 들어오지 않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원 판결로 분쟁이 끝난 줄 알았던 임차인들이 실제 보증금 회수 단계에서 다시 장기간 싸움을 이어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서울에 거주하는 직장인 B씨는 계약 만료 후 보증금 2억 원을 돌려받지 못해 전세금 반환소송을 제기했고 약 4개월 만에 승소했다. 그러나 판결 확정 이후에도 집주인 계좌에는 압류할 자산이 없었고, 결국 부동산 강제경매 절차를 다시 진행해야 했다. B씨는 “판결을 받으면 끝인 줄 알았는데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전세금 분쟁은 소송 단계보다 이후 ‘집행 단계’에서 회수 여부가 갈리는 경우가 많다. 대법원 사법연감에 따르면 전세금 반환소송 접수 건수는 2023년 7789건으로 전년(3720건)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소송은 늘었지만 판결 이후 보증금을 현금으로 돌려받기까지는 별도 절차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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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금 반환소송에서 승소하면 임차인은 법적으로 돈을 받을 권리를 확정받는다. 다만 판결문이 곧바로 ‘입금’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지급하지 않으면 임차인이 직접 강제집행 절차에 나서야 한다.
부동산 전문 엄정숙 변호사(법도 종합법률사무소 대표변호사)는 “승소 판결은 ‘받을 권리’를 확인해 주는 것이지, ‘받을 수 있음’을 보장해주는 건 아니다”고 말했다.
대표적인 방법이 부동산 강제경매다. 임대인 명의 주택이나 부동산을 법원에 신청해 매각하고, 그 대금에서 보증금을 배당받는 방식이다. 문제는 이 과정이 다시 수개월에서 1년 이상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 강제경매 신청 과정에서 수백만 원 수준의 예납금을 임차인이 먼저 부담해야 하는 경우도 있어, 승소 이후에도 추가 비용과 시간 부담이 발생한다는 점이 또 다른 장벽으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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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소 이후 아무 조치를 하지 못하다가 시간을 놓치는 사례도 적지 않다. 경매 절차에서는 ‘배당요구 종기’라는 기한 내 권리 신고를 해야 하는데, 이를 놓치면 우선변제권이 있더라도 실제 배당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이다.
엄 변호사는 “판결 확정 즉시 예금채권 압류·추심 신청부터 하라”고 조언했다. 그는 “경매는 배당까지 최소 6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지만, 계좌 압류는 빠르면 1~2주 내 결과가 나온다”며 “잔액이 없더라도 압류를 걸어두면 이후 입금될 때 회수가 가능하니 경매와 병행하되 계좌 압류를 먼저 실행하는 게 효율적”이라고 했다.
● 왜 승소하고도 돈을 못 받을까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개인회생이나 파산 같은 도산 절차 때문이라기보다, 해당 주택에 이미 선순위 채권이 많이 설정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택담보대출이나 근저당이 많으면 경매로 집이 팔려도 매각 대금 대부분이 금융기관 채권 상환에 먼저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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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 변호사는 회수가 어려운 주택의 특징으로 “등기부등본상 근저당 설정액이 매매가 대비 70%를 넘는 경우”를 먼저 꼽았다. 이어 “임대인이 다수 물건을 전세 끼고 매입한 ‘갭투자’ 물건, 시세 파악이 어려운 빌라·다세대처럼 감정가와 실거래가 괴리가 큰 주택도 경매에서 낙찰가가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 ‘기다리면 해결된다’가 가장 큰 착각
집행 단계에서 임차인이 가장 자주 놓치는 실수는 “승소했으니 알아서 주겠지” 하고 기다리는 것이다. 강제집행은 채권자가 직접 신청해야 하며, 재산명시·재산조회 신청을 통해 임대인의 자산을 파악한 뒤 압류·추심·경매 등 수단을 촘촘히 깔아야 한다.
실무에서는 집행 절차를 기다리는 사이 이사를 해야 하는 경우, 임차권등기명령 여부에 따라 기존 권리 유지가 달라질 수 있다는 점도 변수로 꼽힌다.
엄 변호사는 “가장 흔한 실수는 판결을 받고도 아무 조치 없이 기다리는 것”이라며 “승소 후에는 재산조회와 압류·추심 신청을 먼저 깔아놓고, 필요하면 채무불이행자명부 등재 같은 조치까지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 전세 분쟁, 이제는 ‘현금화 싸움’
엄 변호사는 전세금 반환 분쟁의 구조가 과거와 달라지고 있다고 본다. 과거에는 계약 종료 후 소송이 핵심 단계였다면 최근에는 승소 이후 실제 현금화 과정이 분쟁의 성패를 가르는 국면으로 이동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그는 “소송은 선언이고 집행이 현금화”라며 “승소 직후 바로 집행에 들어가는 실행력이 결국 회수 성패를 가른다”고 말했다.
전세금 분쟁은 판결문을 받는 순간 끝나는 사건이 아니라, 그 이후 집행 전략에 따라 결과가 달라지는 금융 문제에 가까워지고 있다. 결국 전세금 반환 분쟁의 승패는 법정이 아니라 ‘집행 속도’에서 갈린다는 평가가 나온다.
■ 팩트필터|전세금 소송 이겼다면 반드시 확인할 것
· 전세금 반환소송 승소만으로 보증금이 자동 지급되지는 않는다
· 판결 이후 임차인이 직접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 승소 직후엔 ‘경매’보다 계좌 압류·추심을 먼저 검토한다
· 경매 절차에서는 ‘배당요구 종기’ 내 권리 신고가 필수다
· 선순위 근저당·대출 규모에 따라 보증금 전액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
· 재산조회→압류·추심→경매를 병행해야 회수 가능성이 높아진다
· 강제경매 신청 시 수백만 원의 예납금이 선납될 수 있다
· 전세금 반환소송 승소만으로 보증금이 자동 지급되지는 않는다
· 판결 이후 임차인이 직접 강제집행 절차를 진행해야 한다
· 승소 직후엔 ‘경매’보다 계좌 압류·추심을 먼저 검토한다
· 경매 절차에서는 ‘배당요구 종기’ 내 권리 신고가 필수다
· 선순위 근저당·대출 규모에 따라 보증금 전액 회수가 어려울 수 있다
· 재산조회→압류·추심→경매를 병행해야 회수 가능성이 높아진다
· 강제경매 신청 시 수백만 원의 예납금이 선납될 수 있다
최현정 기자 phoeb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