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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 가능성을 허용하는 삶[내가 만난 명문장/이형초]

입력 | 2026-02-22 23:06:00


“만약 그가 성공이 아니라 실패를 목표로 하고 그 계획대로 실패한다면, 그 실패는 그가 경험하는 최초의 성공이 될 것이다.”

―안규철 ‘실패하지 않는 법’ 중


이형초 2026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사람들은 ‘실패’로 통용되는 모든 현상 앞에서 한순간이라도 자유로웠던 적이 있을까. 나 또한 단 한 번이라도 ‘실패’를 즐겼던 적이 있었을까. 지극히 평정심을 추구해 온 사람으로서 이 문장은 아득히 먼 곳에 놓인 말처럼 느껴졌다. 나는 언제나 고점과 저점 사이의 미지근한 삶을 택해 왔기 때문이다. 지나치게 눈부시지도, 그렇다고 완전히 어둡지도 않은 길을 걸으며 삶의 다채로움을 느끼고자 했다. 돌이켜 보면 그것은 나의 오만이었다.

최근 미디어에서는 회피형 인간(Avoidant)과 안정형 인간(Secure)이라는 개념으로 삶의 태도를 설명하곤 한다. 직면해야 할 상황에서 한발 물러서 감정적 소모를 줄이려는 성향을 회피형이라 부르고, 자신의 불안을 인정한 채 상황을 투명하게 마주하려는 태도를 안정형이라 말한다. 우리는 종종 안정형 인간을 하나의 이상적인 기준처럼 상정하지만, 나는 그 어떤 방식에도 옳고 그름의 경계는 없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어떤 태도를 선택했느냐가 아니라 실패의 가능성을 삶 속에 얼마나 허용하고 있느냐일 것이다.

실패함으로써 오히려 실패하지 않는 역설을 경험하는 일. 실패들이 모여 거대한 원을 이룬다면 우리는 가장 단순하면서도 완전한 세계를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어느 길로 벗어나더라도 결국 다시 이어지고, 곳곳에 세워진 표지판은 우리에게 또 다른 방향을 일러줄 것이다. 지금 당장 완벽한 결과를 선택하려 애쓰기보다 때로는 미끄러지고 빗나가는 과정까지 삶의 목표로 받아들여도 괜찮지 않을까. 오늘의 빗나감이 언젠가 나를 정확한 자리로 데려다줄지도 모른다.



이형초 2026 동아일보 신춘문예 당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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