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선 기상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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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를 가득 채웠던 대표 먹거리 오징어가 이제 ‘금징어’라고 불리고 있다. 오징어가 기억하던 바다는 사라졌고, 끓어오르는 바다의 열기는 오징어들을 동해에서 밀어냈다. 육상의 온난화에 가려졌던 해양의 기후변화가 임계점에 도달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경고다.
바다가 얼마나 많은 열을 품고 있는지를 나타내는 ‘해양 열용량’의 지난해 지구 총합은 2024년보다 약 23±8ZJ(제타줄) 증가했다. 2024년 한 해 동안 전 세계가 생산한 전력량의 약 200배에 달하는 열을 바다가 머금은 것이다. 우리 바다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우리나라 주변 해역의 해수면 온도는 17.7도로, 최근 10년 중 두 번째로 높았다. 이는 기후위기가 먼 미래의 경고가 아니라 우리가 처한 현실임을 증명하고 있다. 이에 따라 국가 차원의 과학적 대응을 위한 기후예측이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기상청은 1973년 월간 예보를 시작한 이래 전 지구와 동아시아, 우리나라 주변 해역 등 해양 현상을 진단하고 폭염과 열대야, 겨울철 해기차(바다와 대기의 온도 차)에 의한 폭설 등 지상의 변화를 읽어내는 데 집중했다. 그 결과 기상청의 기후예측은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폭넓게 활용되며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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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보는 다양한 전 지구 감시 요소와 전 세계 현업 지구 시스템 기후모델의 결과를 분석하고, 해양 기후를 포함한 다분야 전문가 자문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생산된다. 서해, 남해, 동해의 향후 3개월간 월별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을지, 비슷할지, 높을지에 대한 정보는 수산자원 보호와 해양산업 의사 결정 등에 활용될 것으로 기대된다.
여기에 더해 기상청은 좀 더 실질적인 해양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해류, 염분, 수심별 수온 등에 대한 감시·분석을 강화하고, 해상 기온 및 강수량, 열용량, 파고 등 예측 요소와 대상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더 나아가 지난해부터 추진 중인 기후 위기 대응 국가기후예측시스템 개발 사업이 완료되면 대기와 해양, 해빙, 지면을 하나의 기후 체계로 아우르고, 1개월 후부터 10년 후까지 이음새 없는 기후 예측이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된다.
20여 년 전 사회적 경각심을 일으켰던 영화 ‘투모로우’의 한 장면이 떠오른다. 해빙이 녹아 해류의 패턴이 바뀌고 거대한 해일이 뉴욕을 집어삼키는 상황에서 누군가 묻는다. “이 상태가 지속될 것이란 얘기입니까?” 기후학자는 단호하게 대답한다. “지속되냐고요? 악화될 것입니다.”
영화 속 경고처럼 기후 위험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어쩌면 이는 예고편일 뿐, 그 파괴력은 더욱 증폭될지도 모른다. 오징어가 떠난 자리에 새로운 어종이 터를 잡으면 어부들은 새로운 해양생태계에 순응하고 변화의 흐름을 읽는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 이는 단지 어부들만의 몫이 아니다. 기상청의 해수면 온도 3개월 전망이 해양 기후변화 적응과 기후 위기 극복의 길에 나침반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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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선 기상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