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서치(왼쪽)과 배럿 대법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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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연방대법원이 20일(현지 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호관세 정책을 적법하지 않다고 판결한 가운데 보수 성향이면서도 이번 ‘위법 판결’에 동조한 존 로버츠 대법원장(72), 닐 고서치 대법관(59), 에이미 코니 배럿 대법관(55)에게 관심이 쏠린다. 특히 고서치 대법관과 배럿 대법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2017년 1월~2021년 1월) 때 직접 임명한 인물이어서 대통령에게 적지 않은 타격이 될 것으로 보인다. 뉴욕타임스(NYT)는 보수 대법관들이 다른 의견을 낸 것과 관련해 “향후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추진에도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종신직인 미 연방대법관 9명 중 6명은 보수 성향이다. 세 사람은 이날 진보 성향인 소니아 소토마요르, 엘리나 케이건, 커탄지 브라운 잭슨 대법관 3인과 함께 다수 의견을 형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집권 1기 때 강경 보수 성향의 대법관 3명을 임명하며 총 9명의 연방대법관 인적 구성은 보수 6명, 진보 3명으로 구성됐다. 이처럼 분명한 ‘보수 우위 구도’를 감안할 때 이번 판결이 더 이례적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고서치 대법관은 이날 판결의 보충 의견에서 “미국 국민의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결정은 입법 과정을 통과해야 한다”며 관세 정책의 권한은 의회에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긴급한 문제가 발생했을 때 의회를 우회하고 싶은 유혹이 생길 수 있지만 입법 과정을 통해 국가는 단지 한 파벌이나 한 사람의 지혜가 아니라 국민이 선출한 대표들의 결합된 지혜를 이용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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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럿 대법관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막바지인 2020년 10월 취임했다.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임기가 끝나가는 대통령이 종신직인 대법관을 뽑아선 안 된다”는 야당 민주당의 비판에도 그의 임명을 강행했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의 근거로 든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에는 의회가 아닌 대통령에게 관세를 부과할 권한이 포함되지 않는다는 게 “자연스러운 해석”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 주요 언론은 연방대법원의 이번 판결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워싱턴포스트(WP)는 “이번 판결은 아슬아슬했지만, 연방대법원이 여전히 독립적이고, 권력 분립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전했다. NYT도 이번 판결을 ‘독립 선언’이라고 평가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