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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란 재판, 왜 ‘사진’이 아니라 ‘캡처’로 남았나 [청계천 옆 사진관]

입력 | 2026-02-21 13:00:00

백년사진 No.152




2026년 2월 20일 아침,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심판 결과를 보도한 신문 1면의 ‘주요 사진’은 서울중앙지법이 생중계한 영상을 ‘캡처’해 만든 이미지였습니다. 사진이 카메라가 아니라 모니터에서 태어난 셈입니다. 이번 주 백년사진에서는 역사적 재판에서 제대로 된 사진이 왜 없었는지 누구의 허락이 필요했는지 살펴보았습니다.



● 1996년 내란 재판과 2026년 내란 재판 사진의 질감차이

前대통령들 맞잡은 손 역사적인 12.12 및 5.18사건의 1심 선고공판이 열린 26일 오전 서울 서초동 서울지법 417호 대법정에 선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이 착잡한 표정으로 손을 맞잡고 있다. 〈신문사진공동취재단〉



30년 전 촬영된 이 사진은 한국 현대사에서 ‘단죄 받은 권력’이 법정이라는 공간에서 어떤 얼굴로 남았는지 보여줍니다. 두 전직 대통령이 법정에서 손을 맞잡은 순간을 포착한 사진에서 왼쪽 노태우 대통령은 친구의 얼굴을 바라보며 회한에 잠겨 있습니다. 이 장면은 말보다 오래 남는 기록이 되었고 무엇보다 결정적인 점은 ‘사진’으로 남았다는 사실입니다.

지난 19일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 1심 법정 모습을 온 국민이 생방송으로 시청하던 시각, 신문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난감했습니다. 화면은 넘쳤는데 정작 지면에 올릴 ‘사진’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날 언론사 사진기자와 영상기자의 법정 촬영은 허락되지 않았습니다. 법원이 자체 영상 장비로 현장을 생중계 했고, 신문사는 몇 순간을 스크린 캡쳐해 지면에 실어야 했습니다.

2026년 2월 20일자 동아일보 1면

각 신문 1면과 종합면에 실린 사진 아래에 붙은 한 줄의 출처 표기 “서울중앙지법 제공 영상 캡쳐”는 단순한 사실 고지가 아니라, 오늘 사법과 언론의 관계를 보여주는 문장처럼 읽힙니다.



● “불법”이 아니라 “허가”의 문제

법정 촬영은 ‘원칙적으로 금지’라기보다, ‘재판장의 허가 없이는 금지’라는 형태로 설계돼 있습니다.

법원조직법 제59조는 법정 안에서 재판장의 허가 없이 녹화·촬영·중계방송을 하지 못한다고 규정합니다. 동시에 대법원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은 피고인 동의가 있으면 허가할 수 있고, 동의가 없더라도 공공의 이익을 위해 상당하다고 인정되는 경우 허가할 수 있다고 되어있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의 작년도 재판 과정이 사진으로 남겨진 것도 재판장이 허가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즉, 형사 사건의 재판 과정 촬영은 “법의 잣대로는 불법”이라기보다, “허가를 받지 못하면 불가능하다”입니다. 그리고 그 ‘허가’는 법이 아니라, 재판부의 판단에 달려 있습니다.



● 사진은 의례(ritual)다

사진은 때때로 단순한 기록을 넘어 일종의 ‘의례(ritual)’입니다. 권력이 모습을 드러내는 장소에서, 사진은 그 의례를 완성시키는 마지막 도장입니다. 반대로 권력이 끝나고 단죄되는 순간을 완성시키기도 합니다. 그런데 윤석열 전 대통령의 1심 판결이 내려진 그날은 사진이 빠졌습니다. 영상이 있는데 왜 사진이 필요하냐고 생각하실수도 있습니다.

영상은 흐르고 사진은 정지됩니다. 그건 모니터에서도 그렇지만 기억 속에서도 그렇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신문 지면 뿐만 아니라 인터넷 매체에서도 한 프레임을 캡쳐해서 상징으로 사용합니다.

그날 각 신문사 편집국에서는 ‘칼무리’ 같은 캡쳐 프로그램을 띄워놓고 동영상을 순간적으로 연속해서 캡쳐했습니다. 그리고 신문의 논조에 맞춰 ‘심각하거나’ ‘허탈하게 웃거나’하는 전 대통령의 모습을 선택해서 지면에 실었습니다.

그러나 클로즈업을 하지 않은 영상에서 클로즈업된 캡쳐를 뽑아내다보니 인물의 얼굴이 일그러져 보입니다.



신문 속 사진 한 장은 다음 날에도 다음 세대에도 살아남습니다.

그래서 내란 사건처럼 “역사적 특수성”이 큰 재판에서 해상도 높은 사진은 꼭 필요했습니다.



● 법원 입장의 ‘이득’

법원의 고충은 충분히 이해됩니다. 엄숙한 상황에서 최대한 노이즈 없는 화면을 만들고 싶었을 수 있습니다. 법정은 갈등의 현장이고, 언론의 존재만으로 과장된 연출이나 오버액션이 발생할 위험도 있습니다. 취재진이 배제된 진행은 법원에겐 분명 다음과 같은 이득이 있습니다.



- 통제된 프레임: 법원이 설치한 영상 장비가 잡는 화면은 ‘정해진 구도’입니다.

- 책임 분산: “촬영은 허용하지 않았지만 공개는 했다”는 형태로 비난을 회피할 수 있습니다.

- 현장 소란 최소화: 취재진의 부산한 움직임, 장비 반입 문제, 돌발 상황에 대한 부담을 줄입니다.



● 법원 입장의 ‘손해’

‘편집된 쇼츠’가 재판부를 압박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공론장에서 제기돼온 것도 사실입니다. 법원이 이런 위험을 과대평가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하지만 제대로 공개하지 않음으로써 손해도 있습니다. 공개했는데도 흐리면, 사람들은 이렇게 묻습니다.

“왜 이렇게밖에 못 보게 하지?” “애매한데” 이 질문은 곧바로 법원의 의도에 대한 의심으로 번집니다.

선고 다음날, 사형이 아닌 무기징역이 나왔다며 재판부를 향해 “철딱서니 없는 판결”, “세상 모르는 법원” 같은 거친 표현이 공적 공간에서 등장하는 장면을 우리는 목격했습니다. 이런 환경에서는 법원이 촬영과 공개 방식을 두고 더 보수적으로 판단할 유인이 커집니다. 하지만 그럴수록 기록의 선명도와 절차의 합리성을 높이는 것은 더 중요해집니다. 정치권의 공격으로부터 사법부를 지켜줄 여론을 확보하기 위해서 말입니다. 법원의 소극성 또는 소탐이 앞으로의 여론전에서 불리한 나비효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보입니다.



● 당사자의 이득과 손해

화면 속 당사자에게도 득실이 갈립니다. 당사자인 전직 대통령과 장관들은 고해상도 사진이 남기는 ‘굴욕의 디테일’을 피할 수 있습니다. 땀, 눈의 충혈, 미세한 떨림 같은 것들 말입니다.

하지만 선명한 사진보다 흐린 캡쳐가 더 잔인한 조롱으로 번질 때가 있습니다. 고해상도 사진은 잔인하지만 정직하고, 저해상도 캡쳐는 덜 잔인해 보이지만 더 많은 상상을 부릅니다.

게다가 국민 세금으로 제작되어 불특정 다수에게 제공한 영상은 쉽게 가공됩니다. 언론사들의 공동취재로 만들어진 영상과 사진은 그나마 저작권과 책임이 정부 제공 영상보다는 분명합니다.



● “역사의 기록”을 말하면서, 기록을 줄이는 아이러니

이 날 판사는 윤 전 대통령에게 무기징역을 선고하며 17세기 영국 국왕 찰스 1세를 언급했습니다. 자신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던 하원의원 5명을 체포하겠다며 약 400명의 무장 병력을 이끌고 직접 하원 의사당에 들어갔고 결국 재판에서 사형을 선고받았던 역사적 사건입니다. 영국 국왕의 내란죄 단죄 사례까지 언급했다면, 그 메시지는 분명 “역사의 기록”을 향해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역사의 기록을 말하면서 기록의 핵심 도구인 사진을 최소화하는 장면을 마주하면 그 자체가 이율배반으로 읽힐 수밖에 없습니다.



● ‘공개’는 했지만, ‘신뢰’는 남지 않는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영상 캡쳐”라는 한 줄은 단순한 출처 표기가 아닙니다. 역사의 한 장면이 언론의 현장 취재가 아니라, 법원이 제공한 화면을 통해 기록되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공개는 이루어졌지만, 기록의 품질과 방식이 제한되었다는 흔적이 남았습니다.

이번 선고를 앞두고 한국사진기자협회는 공보관을 통해 “영상 캡처와 사진의 기록 가치는 비교 불가하다. 이번은 단순 재판이 아닌 ‘내란 사건’이라는 역사적 특수성이 있다. 사진기자 3명의 취재인원이 문제라면 ‘사진기자 1인 극소수 풀’만이라도 허용해 달라”고 법원 당국에 요청했다고 합니다. 이는 특혜 요구가 아니라, 훗날 역사가 될 장면을 어떤 질감으로 남길 것인가에 대한 문제제기였습니다.

결국 핵심은 단순합니다. 법정은 엄숙해야 하고, 동시에 기록돼야 합니다. 두 가치가 충돌할 때 우리가 기대하는 기준도 분명합니다. 역사적 사건일수록 기록은 선명해야 한다는 점입니다. 사진이 있어야만 진실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사진이 없으면 기억은 더 쉽게 흔들리고 해석은 더 쉽게 갈라집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셨습니까. 법원이 제공한 화면 캡쳐가 현실적인 공개였다고 느끼셨습니까, 아니면 기록의 축소로 보셨습니까. 댓글로 여러분의 생각을 나눠 주세요.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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