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새벽 서울 용산구 이태원파출소로 한 취객이 들것에 실려 들어오고 있다. 인사불성이 돼 몸을 가누지 못하는 이 취객을 파출소로 옮기기 위해 경찰관 4명이 투입됐다. 양회성 기자 yoha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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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늦은 시간이면 일선 경찰 지구대와 파출소에선 취객들 보호 문제로 소동이 벌어진다. 술에 취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칠 우려가 있는 주취자는 현행법상 경찰의 보호 대상이다. 지난해 주취자 보호조치 신고는 총 90만8500여 건으로 살인이나 강도 같은 강력범죄는 물론 폭력(33만 건)이나 절도(30만 건) 신고를 압도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하루 2500명꼴이다. 전국의 지구대와 파출소 2000여 곳당 월평균 37건의 주취자 신고를 처리한 셈인데, 일선 경찰관들은 주취자 보호에 손발이 묶여 치안 공백이 우려된다고 호소한다.
동아일보 취재팀이 설 연휴를 앞두고 서울 지구대 몇 곳을 취재한 결과 욕설과 폭행 위협 등 취객들의 소란 수위는 높았지만 경찰은 속수무책이었다. 별도의 격리 시설은 인권 침해 우려로 폐지됐고, 난동을 제지하려 하다간 과잉 진압으로 신고당할 가능성이 있어 술이 깰 때까지 기다렸다가 귀가를 권하는 소극적 대응에 그치는 실정이었다. 경찰관을 폭행하는 등 심각한 난동으로 형사 입건된 주취자 수가 2024년 7480여 명으로 3년 새 22% 늘었다. 대개는 집행유예나 벌금으로 실형을 피해 간다고 한다.
취객들에게 관대하다 보니 상습적으로 소란을 피우거나 아침에 귀가 조치하면 오후에 또 들어오는 ‘단골 취객’들도 있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처럼 유흥가가 밀집해 있는 지역은 주말이면 지구대와 파출소가 취객들로 꽉 차는 ‘주취자 지옥’에 빠진다. 취객을 상대하느라 주요 신고 대응이 늦어지는 경우도 다반사라고 한다. 지난해 12월 강남구 역삼지구대에서는 “자살하겠다”는 긴급 신고가 접수됐지만 취객 3명에게 매달려 하마터면 자살 시도자 구조에 실패할 뻔했다. 치료가 필요한 주취자는 응급의료센터로 이송되는데, 이곳에서도 난동을 부리는 경우가 많아 의료 자원 낭비도 심각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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