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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수중 자폭 드론’에 피격된 러시아 잠수함, 남 얘기 아니다

입력 | 2026-02-18 08:04:00

800㎞ 잠항 항적 안 남기고 접근… 북한은 더 위력적인 자율수중정 보유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주 노보로시스크의 러시아 해군기지에 정박 중이던 잠수함 ‘콜피노’가 지난해 12월 16일(현지 시간) 우크라이나의 수중 자폭 드론 ‘서브 시 베이비(sub sea baby)’의 공격을 받아 연기와 물보라에 휩싸여 있다. 우크라이나 보안국 제공

러시아 크라스노다르주 흑해 연안 도시 노보로시스크에서 지난해 12월 16일(이하 현지 시간) 갑작스러운 대폭발이 일어났다. 노보로시스크는 주요 석유 수출항이자 우크라이나 남부 전선으로 각종 물자를 보내는 물류 거점이다. 예전부터 장거리 자폭 드론 공격이 잦은 곳이기에 폭발 자체는 놀랄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당시 공격에서 특기할 점은 러시아군 레이더망에 걸린 자폭 드론이 1대도 없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가 날려 보내는 장거리 자폭 드론은 덩치가 크고 속도도 느려 레이더에 쉽게 탐지된다. 마치 예초기를 돌리는 것처럼 비행 소음이 커서 미리 대피하거나 요격하기도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이날 러시아가 노보로시스크를 공격한 드론을 막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드론이 하늘이 아니라 바다로, 그것도 물속으로 침투했기 때문이다. 

바지선 바리케이드, 그물 차단문 뚫고 작전 성공
노보로시스크를 공격한 수중 자폭 드론은 ‘서브 시 베이비(sub sea baby)’라는 이름 외에는 형상과 제원 그 어떤 것도 공개되지 않은 베일 속 무기다. 우크라이나군이 공개한 작전 당시 영상을 봐도 해당 드론은 해수면에 노출되지 않았다. 이는 서브 시 베이비가 관성항법장치와 위성항법장치에 사전 입력된 좌표를 경유한 후 목표에 접근한 것으로 추정되는 이유다. 이 드론은 출발 직후에는 잠망경 심도로 잠항하는 가운데 아주 작은 안테나 타워만 전개해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 신호를 수신했을 것이다. 그리고 경계가 삼엄한 노보로시스크 근해에 들어선 후 러시아군 탐지를 피하려고 깊은 심도에서 잠항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단계에선 가속도계와 더불어 자이로스코프만으로 위치 및 방향을 측정·유도하는 관성항법장치를 썼을 것이다.

우크라이나 남부 해안 어딘가에서 출발했을 서브 시 베이비 드론은 700~800㎞ 이상 먼 거리를 잠항해 노보로시스크까지 갔다. 노보로시스크는 폭 4.4㎞, 길이 7㎞ 정도인 만(灣) 구조로, 러시아 해군기지는 만 안쪽 4㎞ 이상 들어간 곳에 자리하고 있다. 이 해군기지는 방파제로 둘러싸여 있어 폭 270m 좁은 통로로만 선박 출입이 가능하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수상 자폭 드론 공격에 대비해 바지선 여러 척으로 입구를 막아 폭을 70m가량으로 줄여버렸다. 여기에 부표와 연결된 그물 차단문까지 설치했다. 러시아 군함이 출입할 때를 제외하곤 사실상 폐쇄되는 구조다. 그런데 서브 시 베이비는 그물 차단문 아래로 들어가 해군기지를 강타했다.

당시 작전을 우크라이나 보안국(SBU)이 공개한 영상을 바탕으로 분석해보자. 해당 영상은 노보로시스크 해군기지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제23결핵진료소 건물에 설치된 카메라로 촬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영상에는 당시 해군기지에 정박한 러시아 군함이 여럿 보인다. 해수면 어디에도 어뢰나 수중 드론이 물살을 가르며 나아가는 항적은 보이지 않는다. 서브 시 베이비가 은밀성을 높이고자 수심 1~2m 아래에서 매우 느린 속도로 표적에 접근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실제로 이 드론에 피격된 러시아 잠수함 ‘콜피노’는 물속에 잠긴 함미 추진부가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러시아 측은 피격 자체를 부인하지만 상업용 위성에선 우크라이나의 공격 직후 잠수함에서 대량의 기름이 새어 나온 흔적이 발견됐다. 게다가 콜피노가 피격 후 두 달 가까이 같은 자리에서 꼼짝도 못 하고 있다는 점에서 손상이 커 보인다. 우크라이나의 대담한 작전에 세계 해군 관계자들은 큰 충격을 받았다. 수중 자폭 드론이 적진 한복판으로 은밀히 침투해 적함에 치명타를 입혔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의 신형 자율수중정(AUV) ‘마리치카’. 우크라이나 보안국 제공

AI 탑재 자율수중정 ‘마리치카’
게다가 해당 작전 후 우크라이나는 서브 시 베이비보다 더 위력적인 자율수중정(AUV) ‘마리치카’를 공개했다. 길이 6m, 폭 1m인 마리치카는 마치 어뢰를 연상케 하는 형상이다. 관성항법·위성항법시스템과 인공지능(AI) 기술이 적용됐고, 저소음 엔진과 고용량 배터리를 사용해 1000㎞나 잠항할 수 있다. 적에게 탐지당하는 것을 피하려고 10㎞/h 이하 저속으로만 잠항한다. 마리치카는 1t 넘는 탄두를 실을 수 있는 데다, 배터리를 사용한 무음 모드로 일주일 이상 매복도 가능하다. 적 해군기지 입구나 군함 순찰로 인근에 마리치카 여러 대를 은밀히 배치한 뒤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목표를 타격할 수 있다는 얘기다.

더 놀라운 것은 마리치카를 구성하는 부품 대부분이 상용품이라는 점이다. 그 덕에 대당 37만 달러(약 5억4000만 원)에 불과한 가격으로 대량생산할 수 있다. 비록 AUV와는 다른 무기체계이긴 하지만 중어뢰 가격을 보면 마리치카가 얼마나 저렴한지 새삼 알 수 있다. 미국 Mk.48 계열 중어뢰가 대당 1000만 달러(약 145억6000만 원), 유럽 DM2A4나 블랙샤크 중어뢰는 500만 달러(약 72억8000만 원)에 달한다.  

수중 자폭 드론이 진짜 무서운 이유는 이 정도 위력의 무기를 누구나 값싸게 대량으로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 입장에서 특히 우려스러운 점은 북한도 수중 자폭 드론을 생산 가능하다는 사실이다. 사거리가 긴 어뢰형 AUV로 적을 기습 공격한다는 개념은 러시아에서 시작됐다. 러시아는 2010년대부터 ‘Status‐6’라는 코드명으로 어뢰형 핵추진 AUV를 개발해왔다. 핵무기 투발 수단의 수량을 유형별로 제한하는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을 피하기 위해서다. 

최근 러시아는 어뢰형 AUV에 제식명 ‘2M39’를 부여했으며, 곧 태평양함대에 실전 배치할 것으로 보인다. 이 AUV는 길이 24m, 직경 1.6m에 거대한 어뢰와도 같은 형상이다. 원자로를 탑재한 덕에 사거리가 사실상 무한대인 데다 잠항 심도는 1000m, 속도는 185㎞/h에 달한다. 특기할 점은 2M39에 핵탄두가 탑재된다는 것이다. 유사시 미국 항공모함 전단을 태평양·대서양 한복판에서 핵공격하거나 미국 연안 해저에서 터뜨려 대규모 쓰나미를 일으킬 목적으로 개발됐기 때문이다. 

북한은 2023년 3월 21~23일 함경남도 인근 해역에서 해일‐1형 ‘핵무인수중공격정’ 수중 폭발시험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뉴시스

같은 해 7월 27일 북한군 열병식에 등장한 해일 추정 무기체계. 뉴스1

북한 “‘해일’ 사거리 1000㎞ 이상”
북한도 일찌감치 어뢰형 AUV에 주목했다. 북한 해군력이 극도로 낙후돼 있고 군함이나 잠수함을 대량 건조할 여력도 없다는 이유에서다. 북한은 2010년대 중반 어뢰형 AUV 개발에 본격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 결과물이 2023년 3월 처음 공개된 ‘해일’ 시리즈다. ‘해일’은 러시아 2M39에 비해 작은 길이 13~14m, 직경 1.5m의 어뢰형 AUV다. 현재까지 시제품 격인 ‘해일‐1’과 양산형인 ‘해일‐2’ 두 종류가 만들어진 것으로 파악된다. 물론 북한은 작은 AUV에 들어가는 소형 원자로를 만들 기술이 없다. 실제로 해일 외형을 보면 흡·배기용으로 추정되는 파이프가 있다. 따라서 이 AUV는 내연기관과 배터리를 동력원으로 삼았을 것으로 보인다. 

북한은 해일 시리즈의 구체적인 제원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총 세 차례 실시한 시험발사에서 몇 가지 정보를 공개했다. 1000㎞ 넘는 사거리와 14㎞/h 안팎의 평균 속도, 80~150m 수준의 잠항 심도다. 북한 측 주장이 사실이라면 동해와 서해, 남해는 물론 제주 남방 해역까지 해일 사정권에 들어가는 것이다. 공개된 정보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 전역의 항구와 해군기지, 핵심 해상교통로 어디든 기습 타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안타깝게도 한국 해군은 이 같은 북한의 수중 위협에 제대로 대응할 역량이 없다는 게 필자 분석이다. 

한반도 주변 해역은 대잠작전이 어렵기로 정평이 난 곳이다. 동해와 서해, 남해 해양 환경이 완전히 달라 대잠작전 난도가 극히 높다. 동해는 동한 한류, 리만 난류, 쿠로시오 난류 등 각기 다른 성질을 가진 해류가 교차한다. 물은 비슷한 성질의 물끼리 뭉쳐 ‘수괴’(水塊: 물의 덩어리)라는 것을 만든다. 이 수괴마다 음파 전도 특성이 다른 탓에 소나로 수중 물체를 찾기가 어렵다. 우선 수심이 깊은 동해는 심도에 따라 해수의 매질 특성이 다르다. 음파가 왜곡·굴절돼 소나 탐지 정밀도가 크게 떨어진다. 서해는 한반도와 중국의 수많은 하천에서 대량의 담수가 쏟아져 나오는 곳이다. 수심이 낮은데 부유물은 많아 음파의 난반사와 왜곡·소실·굴절이 극심하다. 남해는 동서해 특성이 뒤섞인 곳으로, 양식장 등 수중 인공 구조물이 많고 선박 통행도 잦아 잠수함이나 AUV가 숨기에 기막힌 환경이다.

한반도 인근 해역의 대잠작전 환경이 최악인 것에 비해 한국 해군의 대잠작전 자산은 부족한 부분이 많다. 얼마 전까지 해군 주력이던 울산급 호위함이나 포항급 초계함에는 그야말로 염가형 소나가 붙어 있었다. 인천급·대구급·충남급 호위함에는 SQS‐240K 또는 그 이상 수준의 신형 소나가 달려 있지만 여전히 탐지거리가 수십㎞에 불과하다. 이들 3종류의 호위함 도입이 다 끝나도 전체 수량은 20척에 불과하다. 동·서·남해를 전부 커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광개토대왕급부터 정조대왕급까지 한국형 구축함 전체를 끌어모아도 15척에 불과하다. 이들 군함의 소나 탐지 반경도 가장 이상적인 환경에서 수십㎞에 불과하다. 18척의 윤영하급 고속함과 34척이 전력화될 예정인 신형 참수리급 고속정에는 소나 자체가 없다. 배가 부족하면 항공기라도 충분해야 하는데 이 또한 여의치 않다. 해상초계기는 낙후된 P‐3C 계열 15대, 신형 P‐8 6대가 전부다.

한국은 무역으로 먹고사는 나라다. 항구와 해상교통로가 위협받으면 국가 존립 자체가 위태로워진다. 북한은 오래전부터 수중 전력을 ‘비대칭전력’으로 인식해 집중 육성했다. 그럼에도 한국은 수중 위협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데 필요한 대잠 전력 구축에 인색한 모습을 보였다. 러시아 노보로시스크 해군기지 드론 피격 사건은 한국에 중요한 반면교사라고 할 수 있다. 한국은 이제라도 수중 드론 위협에 대응 가능한 전력을 충분히, 그리고 신속하게 도입해야 한다. 

무인 해상초계기·수상정 도입 서둘러야
북한 수중 드론 위협에 대응할 만한 무기체계를 꼽자면 무인 해상초계기와 무인 수상정 등이 있다. 무인 해상초계기는 장시간 넓은 바다 위를 체공하면서 소노부이 등 센서를 뿌리는 일이 가능하다. 무인 수상정은 대형 전투함 못지않은 소나와 각종 센서를 갖추고 장기간 넓은 면적의 바닷속을 감시할 수 있다. 덩치가 큰 모델은 북한 해군기지 인근 수중에서 오랜 시간 매복하며 유사시 AUV 발진을 감시 및 요격할 수 있다. 이런 무인 무기체계와 관련된 기술은 세계 각국에서 이미 충분히 개발됐다. 무인 무기체계를 충실히 갖추지 않는다면 유사시 변변한 군함 몇 척 없는 북한에 해상 봉쇄를 당하는 황당한 꼴을 겪게 될지도 모른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27호에 실렸습니다]
이일우 자주국방네트워크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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