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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년 공짜 세금 끝…절벽에 선 中전기차 시장 ‘최후 생존게임’[딥다이브]

입력 | 2026-02-17 10:00:00


전 세계에서 가장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시장 중 하나는 아마 여기일 겁니다. 중국 자동차 시장. 잔혹한 가격전쟁이 잦아드나 싶더니, 이제 본격적으로 기술과 자본으로 승부하는 최후의 생존게임에 접어들었는데요.

중국 자동차 시장은 왜 전 세계의 관심사일까요. 내수에서 활로를 찾기 어려워진 중국 차가 밀려 나올 곳은 해외 시장뿐이기 때문이죠. 글로벌 자동차 업계를 떨게 만드는 중국 자동차 시장의 최종 대결을 들여다보겠습니다.

상하이해통국제자동차터미널에 해외로 수출될 차들이 늘어서 있다. 신화통신 뉴시스



*이 기사는 2월 1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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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경쟁이 시작되다
2026년 새해를 맞이한 중국 자동차 시장은 잔뜩 얼어붙었습니다. 1월 내수 판매량은 1년 전보다 15%나 줄어든 166만5000대. 2014년부터 10년 넘게 이어진 ‘신에너지차량 구매세 전액 면제’ 혜택이 지난해 말 사라졌기 때문이죠. 올해부턴 전기차를 살 때도 5% 구매세가 붙습니다. 표준세율(10%)에서 절반 깎아준 거지만, 소비자 입장에선 갑자기 거액의 세금이 추가되니 부담스럽죠. 지난해 말 ‘막차 수요’로 전기차 판매가 급증했고, 1월이 되자 판매량이 급락하는 ‘수요 절벽’에 처한 겁니다.

중국 정부가 전기차 세제 혜택을 거둬들인 데는 이런 메시지가 담겨있습니다. ‘전기차, 그동안 정부가 많이 키워줬지? 이제 휘발유차와 동등한 조건에서 겨뤄봐. 지원 없이도 할 수 있잖아?’

지리 그룹의 전기차 브랜드 지커 공장에서 차량을 제작하는 모습. 신화통신 뉴시스



그럴 만도 한 게, 2014년 중국 신차 판매에서 신에너지차(순수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가 차지하는 비중은 고작 0.32%로 미미했는데요. 정부 지원과 민간 투자에 힘입어 중국 전기차 시장은 그야말로 폭발적으로 성장했습니다. 2025년 중국 승용차 신차 판매에서 신에너지차 비중은 무려 54%. 내연기관차(1093만대)보다 전기차(플러그인 하이브리드 포함 1281만대)가 훨씬 많이 팔린 거죠. 연간 판매량이 역전된 건 처음입니다. 중국 자동차 시장의 대세가 전기차로 완전히 넘어갔단 뜻인데요. 정부로선 연간 수조 원에 달하는 세제 혜택을 거둬들일 때가 된 겁니다.

이를 보면 알 수 있는 건? 중국 전기차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기가 끝났다는 거죠. 중국자동차공업협회는 올해 신에너지차 판매량이 15.2% 성장할 걸로 내다봤어요. 지난해 성장률(28.2%)의 절반밖에 되지 않죠.

성장률이 이렇게 뚝 떨어지면 게임의 양상이 달라집니다. 그동안은 전기차 시장 전체 파이를 빠르게 키워가면서 제조사들이 각자의 몫을 늘려왔는데요. 이제 파이가 그렇게 커지지 못한다면, 생존을 위해선 어쩔 수 없죠. 남의 걸 빼앗아 오는 수밖에요. 점유율 뺏기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겁니다.

그래서 중국 전기차 업체 샤오펑의 창립자 허샤오펑 CEO는 이렇게 말합니다. “모든 자동차 기업이 극도로 신중하게 움직입니다. 1년 전만 해도 이런 변화를 상상하기 어려웠죠. 많은 변화가 있을 텐데, 한 가지 확실한 건 2026년 자동차 시장 경쟁은 더욱 잔혹하고 치열해질 거란 점입니다.”

중국 허난성 정저우시의 BYD 공장의 모습. 신화통신 뉴시스



그럼 또다시 무자비한 가격 할인 레이스가 펼쳐질까요? 지난해 초 중국 자동차 시장의 제 살 깎아먹기식 가격 할인 경쟁을 전해 드린 적 있죠. 2022년 시작된 이 가혹한 가격전쟁은 2025년 상반기 절정에 다다랐는데요. 그 이후엔 자취를 감췄습니다. 보다 못한 중국 정부가 자동차 업계를 불러 모아 그만하라고 강하게 경고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이제부턴 기술과 자본의 진검승부를 펼쳐야 합니다. 기술에서 밀리거나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한 제조사는 살아남지 못할 거예요. 컨설팅 업체 알릭스파트너스의 전망대로 100개 넘는 중국 전기차 브랜드 중 2030년까지 살아남는 건 단 15개에 불과할 테니까요.

EV부스터스 분석에 따르면 중국에선 2018년 이후 지난해까지 무려 400개가량의 전기차 스타트업이 사라졌다는데요. 그동안은 일종의 예선전이었고, 100개 정도 남은 지금부터가 결선이라 하겠습니다.


웨이샤오리 지고 화미링 뜨다
웨이샤오리(蔚小理). 중국 전기차 스타트업 3대장으로 꼽히는 브랜드 니오(웨이라이), 샤오펑, 리오토(리샹)을 묶어 이렇게 불렀죠. 시장 트렌드를 선도하는 중국 전기차 1세대 스타트업이라 할 수 있는데요.

그런데 이 웨이샤오리 시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비수기인 올 1월의 전기차 내수 판매량 순위를 들여다보면 변화를 확인할 수 있는데요. 전통의 강자(BYD, 지리, 테슬라) 뒤를 잇는 중국의 신흥 브랜드 3강은 바로 ‘화미링(华米零)’, 즉 화웨이, 샤오미, 리프모터 순이었습니다. 웨이샤오리는 그 아래로 밀려났죠. 화미링을 각각 설명하자면.

‘아이토 M9’의 인기 비결 중 하나로 꼽히는 뒷좌석 천장에서 내려오는 32인치 프로젝션 스크린. 빔프로젝터를 이용해 차 안에서 영화를 볼 수 있다. 아이토 제공


① ‘똑똑한 럭셔리’ 화웨이

중국 대표 기술기업 화웨이는 직접 차량을 제조하진 않습니다. 대신 자동차 제조사에 ‘지능형 자동차의 뇌와 신경망’을 공급하죠. 여러 차량 제조사에 화웨이의 ‘하모니 운영체제(OS)’와 ‘첸쿤(乾坤) 지능형 솔루션’을 탑재하는 플랫폼 역할을 하는 겁니다.

화웨이의 첸쿤은 중국에선 가장 진보한 자율주행 소프트웨어로 통해요. 그리고 요즘 중국 소비자들은 차를 살 때 소프트웨어 기술력을 매우 중요하게 따지죠. 화웨이가 자동차 제조사 세레스와 선보인 대형 SUV ‘아이토 M9’는 가격이 약 50만 위안(1억원)이나 되는데요. 그럼에도 출시 직후부터 흥행 돌풍을 일으켰고, 럭셔리 SUV 세그먼트에서 BMW X5를 제치고 20개월 연속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럭셔리카의 정의가 ‘브랜드’에서 ‘기술’로 바뀌었단 걸 알 수 있죠.

샤오미가 오는 4월 공식 출시하는 전기세단 SU7의 페이스리프트 모델 이미지. 배터리, 라이다, 충전속도 등을 기존보다 업그레이드해 상품성을 높였다. 샤오미 제공


② ‘반값 포르셰’ 샤오미

화웨이가 지능형 기술의 편의성에 집중한다면 샤오미 전기차는 달리기 성능으로 승부합니다. 특히 샤오미 SU7 울트라가 뉘르부르크링 서킷에서 포르셰 타이칸 터보 GT의 기록을 깼다는 걸 마케팅 포인트로 삼는데요. 유선형 디자인까지 어딘가 포르셰와 닮아있어서 “가성비 포르셰”로 통합니다.

또 스마트폰-가전-전기차가 샤오미의 ‘하이퍼 OS’를 통해 연결되도록 생태계를 통합시켰어요. 운전 중 음성으로 집 안 로봇 청소기를 돌리거나 에어컨 온도를 조절할 수 있는 거죠. 자동차가 ‘바퀴 달린 스마트폰’이 되었습니다.

샤오미의 레이쥔 회장이 제시한 올해 판매 목표치는 55만대. 이런 추세라면 샤오미는 ‘세계에서 가장 빨리 100만 대를 판매한 자동차 제조사’로 기록될 겁니다.

리프모터의 가성비 소형 전기차 T03. 리프모터 제공


③ ‘전기차계의 유니클로’ 리프모터

화웨이처럼 똑똑하거나 샤오미처럼 화려하진 않아요. 대신 ‘압도적인 제조 효율’이 리프모터의 특장점이죠. 부품의 60% 이상을 자체 설계·생산하는 수직 계열화로 중간마진을 확 줄여서 가격 경쟁력을 극대화했는데요.

얼마나 싸냐고요? 리프모터의 중형 SUV C10 가격은 12만2800위안(2567만원). 비슷한 크기의 테슬라 모델Y나 현대 아이오닉5와 비교하면 반값이죠. 또 소형 전기차 T03은 5만9900위안(1205만원). 이 가격대에선 드물게 레벨2 주행보조시스템까지 갖춘 가성비 끝판왕입니다.

리프모터는 지난해 60만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며 전기차 시장 신흥 강자로 우뚝 섰는데요. 올해는 판매목표를 100만대로 더 끌어올리며 공격적으로 나설 계획입니다.


내수 경쟁 밀리는 BYD의 살길은?
정리하자면, 소프트웨어가 점점 중요해지면서 IT 기술에서 앞서는 빅테크(화웨이·샤오미)가 급부상 중이고요. 그게 아니면 아예 저렴한 극가성비 브랜드(리프모터)로 선택이 쏠리는 분위기입니다. 트렌드가 달라지면서 중국 전기차 제조사 순위가 요동치는데요.

그래서 중국 전기차 시장 1위 BYD는 고민이 깊어집니다. BYD는 수년간 주행거리를 늘린 고효율 배터리와 하이브리드 기술을 앞세워 중국 전기차 시장을 장악해 왔는데요. 하지만 이제 다른 경쟁사도 비슷한 배터리 기술을 이미 갖췄거든요. BYD의 수직통합 전략을 모방한 리프모터는 가성비 면에서 한발 앞서 나가고요. 하드웨어 제조 역량만으론 이제 차별화가 어렵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요즘 중국 소비자는 인포테인먼트나 자율주행 같은 소프트웨어 기술력에 상당히 민감한데요. 이게 바로 IT 기반이 약한 BYD의 결정적인 약점이죠. ‘BYD=소프트웨어가 구식인 아저씨 차’ 이미지가 강해지면서, 젊은 층의 외면을 받는 겁니다.

BYD의 중국 내수시장 판매량 추이. 2024년 정점을 찍고 지난해 10% 넘게 감소했다. tridenstechnology.com


지난해 BYD의 내수 판매량은 13% 넘게 감소했어요(405만→350만대). 할인 프로모션이 막히자 약점이 드러나면서 판매량이 뚝 떨어진 거죠. “기술적 리더십이 약해지고 업계 내 동질화가 심해졌습니다.” 결국 왕촨푸 BYD 회장도 지난해 말 주주총회에서 이렇게 인정할 수밖에 없었는데요.

그럼, BYD의 성공 신화도 이대로 빛이 바래는 걸까요. 그건 아닙니다. BYD는 이미 더 넓은 시장, 해외로 나아가고 있으니까요. BYD 지난해 수출량은 105만대로, 전년보다 150% 급증했고요. 올 1월에도 총판매량 21만대 중 절반 가까운 10만대를 수출했습니다. 1년 전보다 수출이 43% 급증한 거죠. 줄어든 내수 수요를 수출로 대체하면서 ‘세계 1위 전기차 제조사’로서의 위상은 오히려 더 공고해졌죠.

특히 BYD는 유럽과 남미, 동남아시아를 중심으로 기록적인 성장세를 기록 중인데요. 브라질에선 지난 1월 전체 자동차 시장에서 점유율 5위(7.8%)로 급상승하며 토요타를 제쳤고요. 태국에서도 압도적인 전기차 1위 브랜드로 자리 잡으며, 일본 차 일변도였던 시장 판도를 뒤흔들었습니다.

올해 2분기엔 BYD 헝가리 공장이 가동에 들어가죠. 현재 유럽에서 팔리는 중국산 BYD 차량엔 27% 관세가 붙거든요. 그런데도 지난해 유럽 판매량이 270% 급증하면서 테슬라를 무섭게 추격 중인데요(BYD 18만8000대, 테슬라 23만8000대). 헝가리산 BYD가 팔린다면 관세는 제로가 될 테니, 유럽 시장 공략은 한층 수월해질 겁니다. 어쩌면 테슬라를 따라잡는 ‘골든 크로스’를 보게 될지도 모르죠.

BYD 헝가리 공장은 현재 시험생산 단계로, 2분기에 양산에 들어간다. 사진은 왕촨푸 BYD 회장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 BYD 제공


BYD만이 아닙니다. 지리그룹이 소유한 ‘볼보의 후광’에 힘입어 유럽 시장에 안착한 지커, 스텔란티스와의 합작을 통해 폴란드 생산 거점을 마련한 리프모터, ‘2026년 해외 판매 2배’를 외치며 해외 시장에 열을 올리는 샤오펑 등등. 중국 전기차 브랜드들이 앞다퉈 중국 밖으로 쏟아져 나오는데요.

올해는 비야디에 이어 지커와 샤오펑까지 한국 시장 공습을 예고하고 있습니다. 거대한 내수 시장에서 단련된 중국 전기차들의 진검승부, 아마 우리가 조만간 안방에서 목격하게 될 얘기일 겁니다.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2월 13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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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애란 기자 har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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