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원 절벽에 내몰린 달동네 가구당 배분량 65→36장 가족 없는 독거노인 70% “연탄 나눔은 고립 막는 보루, ‘공동체 안전망’ 구축 시급”
설을 앞둔 11일, 서울 강남구 구룡마을 이홍규 씨의 집 한쪽에 연탄 20여 장이 쌓여 있다. 밥상공동체와 연탄은행에 따르면 이 씨와 같은 에너지 취약계층에 전달되는 기부 연탄은 최근 5년 새 60% 가까이 줄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연탄 후원, 4년 새 59% 급감… “하루 3장으로 버텨”
이 씨처럼 겨울철 연탄에 의존하는 취약계층에 도움의 손길이 절실하지만, 연탄 나눔과 자원봉사자 수는 매년 줄어들고 있다. 특히 연탄 후원량은 최근 4년 새 절반 넘게 줄었다. 밥상공동체·연탄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연탄 후원량은 215만4272장으로, 전년(299만4243장) 대비 약 28% 감소했다. 527만8193장에 달했던 2021년과 비교하면 4년 새 무려 59%나 급감했다. 연탄 사용 가구의 감소 속도보다 후원이 줄어드는 속도가 훨씬 가파르다는 점이 문제다. 지난해 기준 연탄 사용 가구는 5만 9695가구다. 가구당 배분 가능한 연탄 수를 환산하면 약 36장에 불과하다. 2021년 65장, 2023년 54장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지원 규모가 대폭 축소됐다. 기업이나 개인의 추가 후원이 없다면 사실상 겨울을 나기 불가능한 수준이다. 자원봉사자의 발길도 줄었다. 지난해 연탄 배달 및 도시락 나눔 봉사자 수는 1만7543명으로 전년(1만8607명) 대비 6%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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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횽규 씨가 난방을 위해 연탄을 갈고 있다. 이 씨는 남은 연탄 28장으로 한 달을 버텨야 한다. 스며드는 냉기는 두꺼운 패딩 점퍼를 껴입으며 견딘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 연탄은 단순 난방 넘어선 ‘사회적 연결고리’
전문가들은 연탄 후원 감소가 단순한 난방 문제를 넘어 취약계층의 ‘사회적 고립’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연탄을 사용하는 이들은 대부분 저소득 독거노인으로, 연탄 배달이나 봉사자들의 방문은 이들이 외부 세계와 소통하는 유일한 ‘통로’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실제 쪽방촌 주민들의 소외 수준은 심각하다. 서울시의 10년 치(2014~2023년) 쪽방촌 주민 실태조사에 따르면, 주민의 약 69%가 ‘연락할 수 있는 가족이 없다’고 답했다. 2024년 한국행정연구원 연구에서도 쪽방촌 주민은 가족보다 이웃에 대한 신뢰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족의 빈자리를 연탄 봉사자와 같은 이웃들이 채워왔던 셈이다. 40년 넘게 구룡마을에 사는 조모 씨(85)는 “이웃 주민들도 하나둘 떠나고 찾아오는 사람도 거의 없으니 점점 더 춥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연탄 후원 등을 단순한 물품 기부를 넘어서 ‘고립 해소’라는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대부분 가족과 관계가 끊어진 상태라 소외감을 느낄 수 있다”며 “(후원 장려뿐 아니라) 이들이 정서적으로 의지할 수 있도록 지역 공동체가 정착돼야 한다”고 말했다. 석재은 한림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여전히 연탄을 쓰는 취약계층이 있다는 사실 등 다양한 메시지를 통해 사회적 관심을 환기하고 후원을 적극적으로 끌어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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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연 기자 lot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