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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에서/하정민]日 정계 변화 이끄는 신생 정당의 약진

입력 | 2026-02-11 23:12:00

하정민 국제부 차장


“의원에겐 세 개의 ‘반(バン)’이 필요하다.”

세습 정치의 전통이 강한 일본의 오랜 관행을 뜻하는 말이다. 각각 지반(지역기반), 간판(인지도), 가방(돈)을 뜻한다. 세 단어의 일본어 발음이 모두 ‘반’으로 끝나 유래했다.

2023년 2월 마이니치신문 또한 일본 의원 중 30%가 세습 정치인이라고 분석했다. 참의원(상원) 248명, 중의원(하원) 465명을 합한 713명 중 약 240명이 가문의 후광을 통해 의회에 입성했다는 의미다.

이처럼 높은 세습 의원의 비중, 사실상 일당 체제를 구축한 집권 자민당의 존재는 얼핏 일본의 정치 발전 속도가 세계 4위 경제대국의 위상에 미치지 못한다는 인상을 준다. 21세기 들어 총리, 의원, 장관 등 고관대작 부친 혹은 조부를 두지 못했음에도 총리에 오른 인물은 농부의 아들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전 총리, 회사원의 딸 다카이치 사나에(高市早苗) 총리 정도가 고작이다.

다만 최근 일본 주요 선거의 결과는 이 같은 고정관념을 시원하게 깨 준다. 8일 중의원 선거에서는 지난해 5월 창당한 신생 정당 팀미라이(탈·脫이념)가 비례대표 11석을 얻었다. 지난해 7월 참의원 선거에선 참정당(강경 보수)이 기존 2석을 15석으로 늘렸다.

이 외에도 2024년 10월 중의원 선거에서 약진한 국민민주당(온건 보수), 2021년 10월 중의원 선거의 일본유신회(강경 보수), 2019년 7월 참의원 선거의 레이와신센구미(강경 진보) 등도 팀미라이에 맞먹는 돌풍을 일으켰다.

이들 정당은 모두 창당 초기에 치른 선거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냈다. 인공지능(AI) 엔지니어 겸 공상과학 영화(SF) 작가 출신인 안노 다카히로 팀미라이 대표(36)를 비롯해 각 당의 대표 또한 대부분 비(非)정치인 출신의 3040세대다. 각 당의 이념 또한 좌우를 폭넓게 아우른다. 그만큼 일본 정치의 역동성이 강화되고 있는 것이다.

신생 정당들은 고령화, 성장 둔화 여파로 세대 갈등이 격화하는 상황에서 ‘자민당도, 기성 야당도 모두 싫다’는 유권자 집단을 각각의 개성으로 공략하고 있다. 팀미라이는 교육 및 보육 지원 강화, 디지털 민주주의 등을 중시한다. ‘일본인 퍼스트’를 내세우는 참정당은 외국인의 부동산 구매 제한 등 강경한 반(反)외국인 정책을 내세운다. 레이와신센구미는 최저임금 인상, 학자금 부채 탕감, 원전 금지 같은 강성 진보 정책이 트레이드마크다.

8일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해도 다카이치 총리 또한 거듭된 신생 정당의 돌풍을 무시할 수 없는 처지다. 그의 숙원인 ‘전쟁 가능 국가’로의 개헌을 달성하려면 참의원과 중의원에서 각각 3분의 2 지지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자민당은 참의원의 40.7%에 불과한 101석만 차지하고 있어 개헌에는 반드시 신생 정당들의 지지가 필요하다.

이런 상황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비주류 신생 정당이 일본 정계 내 ‘태풍의 눈’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본 정계의 빠른 변화 속도가 이제 사회 전반의 마지막 금기처럼 여겨지는 여성 일왕, 부부별성제 도입 논의 등으로 옮겨붙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하정민 국제부 차장 dew@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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