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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살인’ 누명 죽어서야 풀렸다…진도 저수지 사건 재심서 무죄

입력 | 2026-02-11 15:02:00

故 장동오 씨, 무기수 복역하다 2024년 급성백혈병으로 사망
“초졸 피고인 법적 대응도 못 해…검·경 늦었어도 입장 밝혀야”



지난 2003년 전남 진도군 명금저수지(현재 송정저수지)에서 발생한 사고 현장의 모습. 뉴스1


‘보험금을 노리고 아내를 살해했다’는 혐의로 복역하다 숨진 무기징역수 남편이 21년 만에 누명을 벗었다. 자녀들은 “아버지가 무죄 선고를 들었다면 무척 기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광주지법 해남지원 제1형사부(지원장 김성흠)는 살인 혐의로 기소돼 2005년 9월 무기징역을 확정받은 고(故) 장동오 씨(사망 당시 66세)에게 11일 무죄를 선고했다.

장 씨는 지난 2003년 7월 9일 오후 전남 진도군 의신면 명금저수지(현 송정저수지)에서 1톤 트럭을 운전하다 고의 추락 사고를 내 조수석에 탑승했던 아내 A 씨(사망 당시 45세)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당시 장 씨는 ‘단순 사고’를 주장했지만, 검찰은 그가 아내 앞으로 가입돼 있던 9억 3000만 원의 보험금을 노리고 사고를 낸 것으로 봤다. 장 씨는 대법원을 거쳐 살인죄로 무기징역이 확정됐다.

이후 법원은 수사기관의 이 사건 위법 수사를 인정해 2024년 1월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그러나 장 씨는 재심 재판을 위해 해남교도소로 이감되던 중 급성백혈병이 발견돼 치료받다가 같은 해 4월 숨졌다. 형집행정지 결정이 늦어져 장 씨는 병원 치료 중에도 손과 발에 수갑을 착용해야 했다.

이 사건 재심 재판부는 저수지에서 인양돼 국과수로 넘겨진 장 씨 차량 자체를 ‘위법 수집 증거’로 봤다. 적법한 압수 절차가 없었기 때문에 이를 바탕으로 검찰이 제출한 증거도 모두 위법 수집 증거란 게 법원 판단이다.

재심 재판부는 앞서 3차례에 걸친 법원 판단에서 살인 배경으로 지목한 ‘다수의 생명 보험 가입’ ‘피해자의 수면제 복용’ ‘고의 교통사고’ ‘차 안에서 피해자에 대한 위력’ 등을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재심 재판부는 “피해자 몸에선 수면제가 검출되지 않았다. 피해자 몸에선 별다른 손상이 관찰되지 않았고 압박흔처럼 보이는 흔적은 발생할 수 있는 다양한 가능성이 있다”며 “피고인이 피해자의 차량 탈출을 방해하기 위해 위력을 행사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반면 재판부는 “피고인이 피해자를 피보험자로 한 보험을 다수 든 이유는 설명 가능하다”며 “피고인은 이 차량을 피해자와 함께 타고 다녔다. 피고인은 2차례 큰 사고를 당해 기존에 가입한 보험 혜택을 본 경험이 있어 보험에 더 가입해야 한다고 생각할 동기가 있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특히 “피해자는 자신의 주도로 피고인을 (보험) 수익자로 지정했다. 피고인이 살인을 결의할 만큼 견디기 어려운 경제적 압박이 있었다고도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에 대한 공소사실은 범죄사실의 증명이 없다”고 판시했다.

장 씨 부부 자녀들은 재판부의 무죄 선고 후 “아버지가 이 자리에 있었다면 엄청 기뻐했을 것”이라며 “올바른 판단을 내려준 재판부에 감사드린다”고 말했다.

장 씨를 대리해 온 박준영 변호사는 “사랑하는 아내를 죽였다는 억울함을 갖고 살아간다는 건 상상하기조차 어렵다”며 “이번 무죄 판결이 돌아가신 장 선생님 명예 회복을 위한 출발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그는 “피고인은 초등학교밖에 졸업하지 못해 법적으로 대응할 수 없었다. 당시 수사 경찰과 검찰, 국과수 전문가, 판사, 악의적 증언을 한 (보험) 설계사 등은 자신들의 잘못이 가져온 참혹한 결과를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며 “검찰과 경찰은 늦었더라도 전향적인 입장을 표명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사건에서 피해자를 인양했던 구조사, 피고인의 억울함을 증명해 준 보험설계사 등 불합리를 외면하지 않고 재판에 참여해 준 소시민들의 선한 연대의 힘도 함께 볼 수 있었다”며 감사 인사도 전했다.

(해남=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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