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제 밀가루로 만든 탄수화물 위주의 식품인 흰 식빵.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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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지방 식단이, 고탄수화물 식단보다 건강에 더 해로울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2025년 한국인 영양소 섭취기준에 따르면 하루 총열량에서 탄수화물 50~65%, 단백질 10~20%, 지방 15~30% 비중으로 구성된 식단이 권장된다.
체중 감량이나 대사 건강 등의 이유로 이러한 권장 비율에서 크게 벗어난 식사법이 있다. 키토제닉 식단이 대표적이다. ‘저탄수화물과 고지방’, 흔히 ‘저탄고지’로 줄여 부르는 이 식단은 목표에 따라 다르지만, 1:2:7(탄수화물 5~10%):단백질(20~30%):지방(60~75%) 비율이 일반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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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생쥐를 활용한 실험에서 일반적인 생각에 반하는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국제 학술지 ‘영양학 저널’(Journal of Nutrition)에 논문을 발표한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학교(Penn State) 연구자들은 단백질 비중이 같지만, 지방과 탄수화물 비율이 서로 다른 식단이 시간이 지나면서 대사 건강과 간 기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분석했다.
쥐들은 다음의 네 가지 식단 중 하나를 섭취했다.
고탄수화물 식단: 탄수화물 70%, 지방 11%, 단백질 18%
고지방 식단: 탄수화물 42%, 지방 40%, 단백질 18%
키토제닉 식단: 탄수화물 1%, 지방 81%, 단백질 18%
실험용 표준 사료: 탄수화물 57.5%, 지방 13.5%, 단백질 29%
식단에 포함된 지방은 대부분 포화지방으로, 실온에서 고체 상태다. 미국심장협회(AHA)는 포화지방 섭취를 하루 총열량의 6% 이하로 제한할 것을 권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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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진은 16주 동안 정기적으로 혈당과 간 기능 등 다양한 건강 지표를 측정했으며, 실험 종료 후 추가 분석도 수행했다.
연구 결과, 고지방 식단과 케토 식단 모두 비만을 촉진했으며, 16주 동안 쥐의 체중은 두 배로 증가했다. 반면 대조군 쥐는 같은 열량을 섭취했음에도 체중이 약 10% 증가하는 데 그쳤는데, 이는 해당 연령대 쥐에게 정상적인 증가 폭이다.
모든 쥐가 비슷한 열량을 섭취했음에도 체중 변화가 크게 다른 것은 에너지 저장과 대사 방식의 차이 때문이라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또한 고지방·케토 식단을 섭취한 쥐들은 포도당 내성 저하와 간 기능 손상도 나타났다. 두 식단 모두 실험 시작 2주 만에 간 손상과 혈당 상승이 관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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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토 식단은 탄수화물 섭취를 극단적으로 제한해, 몸이 포도당 대신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는 케토시스(ketosis) 상태를 유도한다. 아주 단순하게 설명하면, 몸이 포도당 대신 지방을 주요 에너지원으로 사용하도록 유도해 체중 감소를 기대하는 방식이다. 일부 연구에서는 단기적으로 혈당과 중성지방 수치가 개선되는 등 대사 건강에 긍정적인 효과가 보고되기도 했다.
일반적인 키토제닉 식단.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이번 결과는 일부 연구에서 나타난 긍정적 효과와는 다른 방향이었다.
교신 저자인 비샬 싱(Vishal Singh) 영양학과 부교수는 “케토 식단은 정상 체중의 쥐에게 간과 전반적인 건강에 매우 해로웠다”며, “몸이 지방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할 수는 있지만, 지방 대사가 증가하면서 대사적 대가가 따른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체중 감량 효과 때문에 케토 식단을 시도하려는 사람들이 있지만, 이번 연구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케토 식단은 주의가 필요하다. 이 식단은 반드시 의사나 영양사의 관리하에서만 고려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다만 이번 실험에 사용된 지방의 대부분은 포화지방이었다는 점은 주의할 필요가 있다. 실제 케토 식단은 불포화지방(올리브유, 견과류 지방 등)을 중심으로 구성하는 경우가 많아, 조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특히 이번 실험은 지방의 질(포화지방 중심)과 탄수화물의 질(정제 탄수화물 중심)이 모두 극단적으로 설계됐다는 점에서, 사람들이 실제 먹는 다양한 식단 구성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고탄수화물 식단을 섭취한 쥐들은 고지방 식단 그룹처럼 지속적인 체중 증가나 심각한 간 손상을 겪지 않았다. 그렇다고 고탄수화물 식단이 건강하다는 뜻은 아니다. 정제 탄수화물 위주의 식사는 장기적으로 대사 이상 등 여러 건강 문제를 촉발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들이 있다.
싱 부교수는 고도로 가공된 탄수화물 위주의 식단이 건강하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고지방 식단보다는 간 손상이 덜했다고 설명했다.
가장 좋은 결과를 보인 것은 통곡물이 풍부한 표준 사료를 섭취한 쥐들이었다.
싱 부교수는 “통곡물 기반 식단은 쥐에게도, 사람에게도 언제나 이득”이라고 말했다.
이번 결과는 한계가 뚜렷하다. 포화지방과 정제 탄수화물 비중이 매우 높은 식단을 사용해 동물 실험에서 얻은 결과다. 연구진은 이번 결과가 곧바로 인간에게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밝혔다. 사람과 생쥐는 대사 구조가 다르다. 특히 이번 실험은 정상 체중의 쥐를 대상으로 수행했다.
다만 체중 감량을 목적으로 고지방·초저탄수화물 식단을 무분별하게 따른다면 간과 대사 건강에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고 연구진은 설명했다.
포화지방을 많이 함유한 베이컨.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편, 식이섬유 보충제가 케토 식단의 부작용을 어느 정도 완화하는 보완제가 될 수 있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비만 쥐를 대상으로 한 별도의 실험에서도, 고지방·케토 식단은 추가적인 체중 증가를 유발했다. 그러나 케토 식단에 식이섬유를 보충하자, 고지방 식단 또는 섬유질 추가 없는 케토 식단을 먹은 쥐들보다 체중과 다른 일부 건강 지표가 더 안정적으로 측정됐다.
연구진은 또한 식이섬유 보충이 케토시스 자체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점도 확인했다. 케토 식단은 간질 같은 특정 질환의 치료 목적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중요한 결과다.
싱 부교수는 “케토 식단에 식이섬유를 추가하면, 매우 고지방인 식단과 관련된 위장관 합병증을 줄이면서도 치료적 케토시스의 이점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구진은 결론적으로 체중 감량이나 대사 건강을 위한 ‘마법의 식단’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싱 부교수는 “건강 문제를 겪고 있거나 식단이 걱정된다면 반드시 의료진과 상담해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개인 맞춤형 식단 계획을 세워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관련 연구논문 주소: https://dx.doi.org/10.1016/j.tjnut.2025.101285
박해식 기자 pistol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