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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업에 로봇-AI까지…대구-경북 ‘산업지도’ 다시 그린다

입력 | 2026-02-11 18:01:00

[광역 통합, 지역의 미래를 묻다]
〈2〉 대구·경북…미래 제조업 선두로




대구시와 경북도, 산업통상자원부는 5일 대구시청 산격청사에서 김정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과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 이철우 경북도지사가 참석한 가운데 ‘대구·경북(대경권) 5극 3특 성장엔진 현장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는 지역의 차기 성장엔진 후보 산업으로 미래 모빌리티와 첨단 로봇, 시스템반도체, 이차전지, 바이오 산업 등 5개 분야가 제시됐다. 대구시의 한 간부는 “행정 통합이 지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드는 가장 확실한 지름길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지역이 다시 도약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감이 생겼다”고 전했다.

● 6년 전 시작된 논의 다시 불붙어

수년째 답보 상태였던 대구·경북 행정 통합 논의가 다시 본격화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이 통합 논의를 시작한 배경에는 행정 분리 이후 지역 경제 지표가 전반적으로 나빠지고 지역소멸 위기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위기 의식이 자리잡고 있다. 대구의 1인당 지역총생산(GRDP)은 30여 년째 전국 최하위권에 머물러 있다. 대구·경북 인구도 올해 491만 명에서 2045년 428만 명으로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1981년 분리된 대구와 경북은 2020년 시·도 행정통합 논의를 공식화했다. 당시 두 광역지방자치단체는 공론화위원회까지 출범시켰고, 2021년 행정통합 기본계획도 발표했다. 다만 지역에서 “주민 의견 수렴을 포함한 제도적인 정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대구와 경북은 자연스럽게 통합을 장기 과제로 추진하기로 한 상태였다.

하지만 지방소멸 속도가 빨라지고 “초광역 단위 행정통합을 통해 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흐름에 따라 통합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다시 힘을 얻기 시작했다. 특히 2022년 민선 8기 출범 이후 통합 논의를 제도적으로 구체화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되면서 논의가 재점화됐다.

이에 따라 대구시와 경북도는 2024년 5월 행정통합 로드맵을 발표하고 민관 합동 추진단을 구성했다. 최철영 대구대 법학부 교수는 “대구·경북은 다른 지역보다 먼저 통합 논의를 시작해 제도적·사회적 논의를 충분히 축적해 왔다”며 “이런 준비가 뒷받침된다면 통합을 통해 실질적인 성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 첨단산업으로 제조업 생태계 재편

대구·경북 통합 구상의 핵심은 산업 구조 재편이다. 두 지역은 통합 이후 대구가 강점을 가진 인공지능(AI)과 첨단 로봇, 미래 모빌리티 역량에 경북의 철강·소재·에너지 산업 기반을 결합해 초광역 단위의 미래 제조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전략을 내놓고 있다. 단일 지자체로 묶일 경우 산업 정책과 투자 전략을 한 축에서 설계·집행할 수 있어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분야에 자원을 집중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위해 대구·경북은 AI 전환(AX)을 위한 데이터 스테이션 구축과 함께 반도체 혁신 클러스터 조성, 방산 유무인 복합체계 메가 클러스터 구상 등 초광역 산업 기반 조성을 추진 과제로 검토하고 있다.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 산업을 겨냥한 특화단지 지정과 인증센터 구축, 연구개발(R&D) 강화 계획도 제시됐다. 기술과 인프라, 인재를 함께 육성하는 산업 생태계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이다. 또 대구·경북 신공항과 포항 영일만항을 연계해 산업·물류 거점 기능을 강화하는 ‘글로벌 투 게이트웨이’ 구축 방안도 통합 구상의 한 축이다.

대구와 경북은 행정 통합이 이뤄질 경우 대구의 연구개발(R&D) 인프라와 경북의 산업 현장을 연계해 실증-양산-확산으로 이어지는 구조를 만든다는 복안이다. 단순한 연구 중심을 넘어 실제 기업 성장과 고용 창출로 이어지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목표다.

다만 통합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다른 광역 통합 지자체와 연계해 중부권과 호남권, 동남권을 잇는 대순환 초광역 교통망 구축도 함께 추진돼야 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성민 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교통과 산업, 생활권을 하나의 체계로 재설계하지 않으면 수도권 중심의 집적경제에 대응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 관건은 ‘권한과 재정’ 담은 특별법

지역에선 이 같은 구상이 현실화되기 위해 제도적 뒷받침이 필수적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단순한 행정구역 통합만으로는 초광역 산업 전략이나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주도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구와 경북은 통합 시 서울시에 준하는 지위와 함께 개발사업 인허가, 산업단지 조성, 미래 신산업 육성 등에서 초광역 차원의 권한과 재정 특례를 담은 특별법 제정을 요구하고 있다. 김태운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행정 통합의 성패는 권한과 재정이 실제로 얼마나 이양되느냐에 달려 있다”며 “주민들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가 나타나려면 특별법을 통한 제도 설계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또 양 지자체는 대구·경북 신공항 이전 사업과 항만 고도화, 군 공항 이전지 개발,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 지역 현안을 통합 이후 빠르교 효과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국비 지원 확대와 예비타당성 조사 면제 등 실질적인 특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는 “지방이 스스로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기 위해서는 중앙정부의 과감한 권한 이양과 재정 확충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밝혔다. 김정기 대구시장 권한대행도 “행정 통합은 대구·경북의 다음 100년을 준비하기 위한 선택”이라며 “지금이 미래 경쟁력을 다시 세울 수 있는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대구·안동=장영훈 기자 j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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