왼쪽부터 황인국 청소년마음건강네트워크 대표, 김현수 명지병원 교수, 이병덕 코리아스픽스 대표, 송민경 경기대 교수 / 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과의존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후유증과 탓에 대면 관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청소년들이 적지 않다. 관계 단절은 자칫 SNS 중독이나 극심한 우울감 등 정신건강 문제로 이어지기 쉽다.
동아일보가 최근 한국청소년재단, 비영리 공공조사 네트워크 공공의창과 15~24세 청소년 7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마음이 힘들 때 주로 하는 행동’을 묻자 66.3%가 ‘SNS, 게임, 영상 시청’을 택했다. ‘운동이나 취미 활동’(33.9%), ‘친구나 가족과 얘기’(31.3%) 등보다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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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마음 건강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는.
▽황 이사장=청소년들은 자존감과 고립감이 공존하는 이중적 심리 상태다. 스스로 삶의 주인공이 되고 싶어 하지만 사회적 연결망은 취약해지고 있다. 의미 있는 관계를 맺거나 협업하는 기회와 환경이 부족해 내면의 고립감이 쉽게 해소되지 않고 있다.
▽김현수 교수=스마트폰과 SNS의 과잉 사용과 이로 인한 인간 관계 부족이다. 최근 10여 년 동안 정서적 소통의 부재와 고립이 심화됐다. 그 결과 극심한 우울과 불안을 겪거나 심지어 자살 충동까지 호소하는 사례도 있다. 특히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관계 확산이 이런 경향을 심화시켰다. 이는 과거 세대와는 전혀 다른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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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교수=이번 설문조사에 따르면 15~19세 청소년은 학업으로 인한 경쟁과 스트레스를 가장 힘들어 했다. 대학생 이후로는 무기력, 외모 콤플렉스, 경제적 어려움, 이유 없는 우울감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런 문제를 겪을 때 주변의 도움을 받아 이겨내는 힘이 부족하다. 학교 등 공동체 경험이 줄어들면서 사회성 발달 기회를 놓친 청소년이 많다.
▽송민경 교수=사회성이 떨어진 청소년들은 온라인에 더욱 의존하게 된다. 얼굴을 보며 말로 소통하고 감정을 표현하는 훈련이 부족하다. 대면 관계에서 친구를 사귀지 못하고, 관계 맺는 것도 두려워한다.
―학교 분위기도 예전과 달라졌다.
▽황 대표=단적인 예가 교내 단체 활동 감소다. 코로나19 이후 수학여행, 체육대회 등 사회성을 기르는 단체 활동이 갈수록 사라지고 있다. 아파트 주민 민원 때문에 운동회도 눈치 보며 진행하는 ‘과민 사회’다. 또래 집단과 협력하고 갈등을 겪으며 사회성을 기를 기회를 차단 당하니, 아이들은 갈수록 온라인 공간에만 머무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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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마음을 터놓고 상담받을 곳은 있나
▽송 교수=학생과 청년층은 상담 기관이 있다는 건 대체로 알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신뢰하거나 이용하는 비율은 낮은 편이다. 상담 내용이 비밀 보장이 될지, 기록으로 남아서 나중에 불이익이 생기지 않을지를 불안해 한다. 20대 이상에선 ‘큰 도움이 안 된다’는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김 교수= 이번 설문에서 ‘당장 도움이 절실하다’는 고위험군이 4%에 달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다. 청소년들이 상담을 신뢰하고, 이들이 보내는 위기 신호를 감지할 수 있도록 맞춤형 상담과 사회성 회복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다른 국가들은 청소년의 고립과 마음건강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나.
▽김 교수= 영국은 2018년 세계 최초로 ‘외로움부 장관’을 신설했다. 정부 차원에서 공동체 활동 및 자원봉사 참여를 장려한다. 일본도 친구 사귀기나 교제하기 등을 국가적 과제로 본다. 유럽은 SNS와 스마트폰 이용 연령 제한, 디지털 미디어 교육 강화, 오프라인 공동체 프로그램 확대 등의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송 교수=스웨덴, 프랑스 등은 영상 수업을 대폭 줄였다. 손글씨와 토론, 현장 체험 등 직접 경험 위주의 학교 생활을 장려한다. 공동체 중심, 팀 활동을 강화하는 교육 정책이 중요하다는 걸 정부가 인식한 것이다. 미국, 영국 등도 공동체 모임 등 사회적 연결을 청소년의 마음건강 정책의 한 축으로 삼는다.
―정부와 기성세대가 가장 시급하게 해야 할 일은.
▽김 교수=많은 연구들이 영유아기 때부터 하루 2시간 이상 스마트폰과 SNS에 노출된 아이는 학업 집중력과 사회성 모두 저하될 수 있다고 경고한다. 호주, 스페인, 덴마크 등이 16세 이전 SNS 사용을 제한하거나 규제를 도입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정신건강 문제를 아이들 개인의 문제가 아닌 플랫폼 기업과 어른의 책임이라고 인정한 것이다. 학교 교육 환경 역시 이런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한국도 더 늦기 전에 아이들에게 안전한 환경을 조성해줘야 한다.
▽송 교수=교육 현장에선 실제로 손과 몸을 쓰면서 이뤄지는 체험학습과 관계 형성이 가장 중요하다. 감정과 생각을 드러내는 성찰적 작문, 대화·토론 수업도 강화돼야 한다.
▽황 대표=청소년 마음건강은 더이상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관계와 경험, 사회적 연결을 지원하는 국가적 정책 대전환이 필요하다. 청소년의 사회적 고립 해소와 건강한 공동체 복원을 위한 정책적 투자가 확대돼야 한다.
이호 기자 number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