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
국내산 갈치는 6∼7월 산란을 마친 뒤 먹이 활동이 왕성해지는 여름부터 초겨울까지가 제철이다. 갈치구이와 갈치조림이 ‘밥도둑’이라는 건 한국인이면 누구나 안다. 내륙에서는 맛보기 힘든 제주도의 갈칫국과 갈치속젓은 별미로 꼽힌다. 몇 년 전 국립제주박물관에 근무할 때는 해장국으로 전갱이를 넣어 끓인 각재깃국과 갈칫국을 자주 먹었다. 호박을 넣고 맑게 끓인 갈칫국은 헛헛해진 속을 시원하게 달래주곤 했다.
한국인은 유독 갈치를 좋아한다. ‘자산어보’에는 갈치 맛이 달다고 기록돼 있고, ‘난호어목지’에는 “소금에 절여 말린 것을 한양으로 수송하는데 가격이 싸고 맛이 좋다. 속담에 이르기를, 돈을 쓰지 않으려면 말린 갈치를 사라고 하니, 그 값이 저렴하면서도 맛이 좋음을 의미한다”고 적혀 있다. 갈치가 이미 조선 시대부터 맛있는 생선으로 인식됐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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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산 갈치는 몸통이 상대적으로 짧고 두툼하다. 은빛이 선명하고 배 부위가 단단해 손질할 때 칼이 미끄러질 정도다. 수산시장을 둘러보다 보면 은갈치와 먹갈치를 다른 종으로 아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하지만 조업 방식과 서식 수심이 다를 뿐, 같은 종이다. 은갈치는 낚싯바늘을 이용하는 주낙이나 낚시로 잡아 몸에 상처가 거의 없다. 은빛 비늘이 그대로 남아 있어 선물용으로 좋고, 식감도 부드럽다. 반면 먹갈치는 수심이 깊은 곳에 있는 갈치를 자망이나 안강망으로 어획한다. 그물에 몸통이 쓸려 비늘이 벗겨지고 서로 부딪치며 생긴 상처로 색이 거무튀튀해진다. 대신 대량으로 잡히는 만큼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해 가성비가 좋다.
세네갈이나 필리핀, 인도 등지에서 수입되는 남방갈치도 국내에서는 먹갈치로 불리며 거래되는 경우가 많아 소비자의 혼란을 키운다. 남방갈치는 이가 큼지막해서 ‘이빨 갈치’라고도 불리는데, 검은 동공 둘레가 연노란색을 띤다. 반면 국내산 갈치는 검은 눈동자에 투명한 흰자위를 갖고 있다. 남방갈치는 등지느러미가 노란색이고 혓바닥이 하얗다. 체형도 국내산보다 길고 납작해 외형만으로도 쉽게 구별이 가능하다. 식감도 다르다. 국내산 갈치는 기름져서 고소하고 부드러운 반면 남방갈치는 살이 단단하고 상대적으로 퍽퍽하다. 남방갈치는 애초에 종 자체가 다르다.
김창일 국립민속박물관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