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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채롭다” vs “공개 모욕”…슈퍼볼 스페인어 공연에 둘로 쪼개진 USA

입력 | 2026-02-10 16:34:00


배드 버니(왼쪽)과 레이디 가가가 8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의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제60회 슈퍼볼 시애틀 시호크스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경기 하프타임쇼에서 공연하고 있다. 올해 하프타임쇼는 라틴 팝 아티스트 ‘배드 버니’가 주도했으며 깜짝 출연한 가가는 ‘다이 위드 어 스마일’(Die With A Smile) 등 화려한 무대를 선보였다. 2026.02.09. 샌타클래라=AP/뉴시스

미국 자치령 푸에르토리코 출신의 라틴 팝스타 배드 버니(본명 베니토 안토니오 마르티네스 오카시오·32)가 8일 미국프로미식축구리그(NFL) 결승전(슈퍼볼) 하프타임 쇼 무대에서 스페인어 공연을 펼친 데 대해 미국 여론이 둘로 갈라졌다. 뉴욕타임스(NYT) 등 주요 언론과 민주당은 “다채로운 즐거움을 선사했다”며 호평했다. 반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극렬 지지층인 ‘마가(MAGA·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진영은 “가짜 미국 시민이 미국을 공개 모욕했다”고 강하게 비난했다. 배드 버니는 미국령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나 미국 시민권자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의 반(反)이민 정책을 공개 비판해 온 인물. 이달 초 그래미 시상식에서 ‘올해의 앨범상’을 비(非)영어권 가수 최초로 수상한 뒤 “이민세관단속국(ICE) 아웃(OUT)”을 외쳤다. 영국 일간 가디언은 “슈퍼볼 하프타임 쇼라는 가장 미국적인 공간이 가장 격렬한 정치적 격전지가 됐다”고 전했다.

● 배드 버니 무대 두고 美 좌우 진영 논쟁

9일 NYT 등에 따르면 전날 배드 버니는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공연에서 고향인 푸에르토리코를 연상케 하는 사탕수수밭과 전통가옥, 농촌의 모습을 재현한 무대를 연출했다. 정치적 발언은 없었지만, 영어로 “신이여, 아메리카를 축복하소서”라고 말한 뒤 중남미 국가들의 이름을 나열해 아메리카 대륙의 연대 메시지를 전달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특히 무대에 오른 13분 내내 스페인어로만 노래했다. 슈퍼볼 하프타임 쇼 공연을 영어가 아닌 언어로 채운 건 처음이다. NFL은 지난해 9월 배드 버니의 하프타임 쇼 출연을 결정하면서 “배드 버니는 장르와 언어, 관객을 전 세계적으로 아우른다”고 설명했다.

라팁 팝 슈퍼스타 배드 버니(왼쪽)가 8일(현지 시간) 미 캘리포니아주 샌타클래라의 리바이스 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풋볼(NFL) 제60회 슈퍼볼 시애틀 시호크스와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경기 하프타임쇼에서 화려한 공연을 펼치고 있다. 2026.02.09. 샌타클래라=AP/뉴시스

NYT는 “라틴 문화의 축제적 면모를 보여준 무대”라고 호평했다. 워싱턴포스트(WP)도 “건전하고 전통적인 가족 가치를 담았다”고 했다. 가디언은 “트럼프 행정부의 반이민 정책 아래에선 미국 거리에서 스페인어를 사용하는 것조차 위험한 행위”라며 “배드 버니는 스페인어 공연으로 이를 꼬집고 저항의 메시지를 던졌다”고 평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공연 직후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에 대한 모욕”이라고 맹비난했다. 그는 “그 누구도 이 남자가 하는 말을 한마디도 알아듣지 못했다. 역대 최악 가운데 하나”라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주말레이시아 미국대사로 지명한 닉 애덤스도 “누군가 배드 버니에게 여기가 미국이라는 걸 알려줘야 한다. 이건 정말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극우 성향 인플루언서 로라 루머는 “이 무대는 백인을 대표하지 않는다. 이민자들이 모든 것을 망쳐 놓았기 때문에 이제 슈퍼볼조차 볼 수 없다”며 강경한 이민 단속을 촉구했다. 공화당 소속 랜디 파인 하원의원은 “역겨운 방송”이라며 미 연방통신위원회(FCC)에 해당 공연의 방송 기준 위반 검토를 요구하겠다고 했다.

● 마가 진영, 키드 록 앞세워 맞불 공연

마가 진영은 맞대응하는 성격으로 트럼프 대통령 지지자인 록 가수 키드 록이 출연하는 ‘올 아메리칸 하프타임 쇼’ 무대 영상을 사전 녹화해 배드 버니의 공연과 같은 시간에 유튜브로 송출했다. 지난해 사망한 미국 강경 보수 운동가 찰리 커크가 설립한 터닝포인트USA가 기획한 이번 무대엔 개비 배럿, 리 브라이스, 브랜틀리 길버트 등 유명 컨트리 음악 가수들도 출연했다. NYT는 약 400만 명이 유튜브로 해당 공연을 본 것으로 추산했다.

다만 마가 진영 내에서도 배드 버니의 무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목소리가 일부 있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지난해 백악관 부대변인을 지낸 해리슨 필즈는 배드 버니가 가짜 미국 시민이라는 비난에 대해 “푸에르토리코에서 태어난 나의 할머니는 완전한 미국 시민권자였으며 트럼프에게 투표했다”고 반박했다. 보수 논평가 에밀리 오스틴도 “배드 버니의 무대 메시지는 화합과 사랑”이라고 전했다.



안규영 기자 kyu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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