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처 김상겸 인스타그램
“아내를 만나 결혼한 게 가장 운이 좋은 일이다.”
‘한국 스노보드 맏형’ 김상겸(37)은 8일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 남자 스노보드 평행대회전에서 ‘깜짝 은메달’을 차지했다. 이번 대회 대한민국 선수단의 첫 메달이자 한국 올림픽 역사상 400번째 메달이었다.
37살의 무명 선수가 이뤄낸 기적 같은 메달에 이재명 대통령도 “네 번째 도전만에 마침내 올림픽 시상대에 올랐다”며 “대한민국 선수단 모두에게 큰 용기와 자신감을 불어 넣어줄 것이다. 오늘 하루, 승리의 기쁨을 마음껏 누리시길 기원한다”고 축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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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김상겸(왼쪽)이 8일(현지 시간) 이탈리아 리비뇨 스노우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 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대회전 시상식을 마친 뒤 은메달 들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6.02.08. 리비뇨=뉴시스
두 사람은 연인으로 발전했고 박 씨는 이듬해인 2018년 남자 친구가 평창 올림픽에 출전한 모습을 직접 보러 갔다. 2014년 소치 대회 때 예선 탈락했던 김상겸은 박 씨가 지켜보는 가운데 16명이 겨루는 결선에 진출했지만 첫판에 그대로 탈락하며 대회를 마쳤다.
박 씨는 그때까지도 김상겸에게 올림픽이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 그저 처음 ‘직관’한 올림픽 경기장 분위기가 신기했을 뿐이었다. 박 씨는 “나는 마냥 즐거웠는데 오빠(김상겸)가 생각보다 많이 아쉬워하더라. 끝나고 만나 같이 울면서 ‘오빠한테 올림픽이 엄청 큰 무대였구나’ 하고 느꼈다. 그때부터 나도 어떻게 해야 오빠에게 도움이 되는지 하나하나 배워갔다”고 돌아봤다. 첫 번째 흘린 눈물은 아쉬움이었다.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에서 값진 은메달을 획득한 김상겸이 8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리비뇨의 스노파크에서 열린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 스노보드 남자 평행 대회전 시상식을 마친 뒤 메달을 깨물며 기뻐하고 있다. 2026.2.8 ⓒ 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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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은 2023년 봄 화촉을 밝혔다. 선수 생활 내내 뭔가가 부족한 선수였던 김상겸은 결혼 이후 모든 일이 술술 풀렸다. 2024년 국제스키·스노보드연맹(FIS) 월드컵에서 개인 첫 메달을 따냈다.
출처 김상겸 인스타그램
지난 시즌까지 길이 189~191cm짜리 보드를 타던 김상겸은 이번 시즌 보드 길이를 195cm로 늘렸다. 보드가 길어지면 회전은 어려워 지지만 속도를 내는 데는 유리하다. 결혼 후 처음 맞는 올림픽을 앞두고 단점을 보완하는 대신 강점을 끌어올리는 쪽으로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 그리고 개인 네 번째 올림픽에서 쟁쟁한 강자들을 잇따라 꺾으며 꿈에 그리던 메달을 아내에게 선물할 수 있게 됐다.
김상겸이 실업팀(하이원)에 입단해 월급을 안정적으로 받을 수 있게 된 것도 아내를 만난 이후였다. 김상겸은 하이원 창단(2019년) 전에는 짬짬이 건설 현장에서 막노동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훈련비를 마련했다. 박 씨는 “하이원 팀에 한 번 더 감사드린다. 팀 도움으로 결혼도 하고 안정적으로 살 수 있게 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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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노보드 선수 김상겸(37·하이원)이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 올림픽 남자 평행대회전에서 은메달을 따낸 뒤 아내와의 통화에서 눈물을 흘리는 모습.(김상겸 아내 인스타그램 게시물 갈무리)
리비뇨=임보미 기자 bo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