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재헌 주중대사, 이찬진 금감원장 등 엔비디아·테슬라 빅테크 주식 보유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 공직자가 상당수인 것으로 나타났다. 제미나이 생성 이미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1월 13일 시장점검회의에서 해외 주식투자와 외화 금융상품 판매 동향을 점검하며 이렇게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 역시 지난해 시장점검회의에서 해외 주식투자 확대가 환율 상승 요인 중 하나라는 취지의 발언을 한 바 있다. 그런 가운데 정부 고위공직자 중 일부가 미국 주식을 수십억 원에서 많게는 100억 원 넘게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표 참조). 주식 보유를 신고한 전현직 청와대 참모 19명 가운데 15명은 본인이나 가족 명의로 해외 주식을 보유하고 있었다. 그중 미국 주식 보유 규모가 가장 큰 인물은 노재헌 외교부 주중대사로, 노 대사 일가의 미국 상장주식 보유액은 약 126억 원에 달했다.
노재헌 주중대사, 美 주식 보유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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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재헌 주중대사는 고위공직자 중에서도 대표적인 서학개미형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었다. 노 대사 본인은 마이크로소프트(2015주)·엔비디아(1만7588주) 등 상장주식 65억1800만 원을 신고했고, 장남은 마이크로소프트(3602주)·엔비디아(1만3295주) 등 60억7000만 원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 수장인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의 해외 주식 보유 내역도 눈에 띈다. 이 원장은 취임 이후 이해충돌 논란을 의식해 국내 상장주식은 전량 매각했지만, 테슬라·애플·월트디즈니·록히드마틴 등 미국 대표 대형주와 리커전파마슈티컬스·소파이테크놀로지스 등 성장주를 약 1억5000만 원 규모로 보유하고 있다. 배우자는 리커전파마슈티컬스 약 8600주를, 장남은 나스닥 상장 종목 약 1억 원어치를 신고했다.
이재명 대통령의 국정운영을 뒷받침하는 핵심 장관 인사 중에선 한성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의 재산 내역이 두드러진다. 한 장관은 재산 221억 원 가운데 테슬라(2166주)·애플(894주)·팔란티어(580주)·엔비디아(466주)·나이키(300주) 등 주식이 35억 원을 차지했다. 네이버 8934주를 제외하면 모두 미국 주식이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 배우자 역시 미국 대표 배당주인 브리스톨-마이어스 스큅을 3697주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테슬라 집중투자·배당주도 미국 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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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고위직 출신 중에서는 심우정 전 검찰총장 일가의 미국 주식투자가 이목을 끌었다. 특히 심 전 총장의 배우자가 엔비디아(3174주)·테슬라(1946주)·아마존(1203주)·마이크로소프트(472주) 등을 40억2000만 원 규모로 보유하고 있으며, 장남과 장녀도 약 1억5000만 원어치 미국 주식을 신고했다. 심 전 총장 본인은 미국 주식을 보유하지 않았지만, 가족 합산 보유액은 약 41억7000만 원에 달했다.
노혜원 국무조정실 검찰개혁추진단 부단장 일가 역시 미국 주식 투자 비중이 컸다. 노 부단장 본인은 4800만 원 상당의 버크셔해서웨이 클래스B(71주)만 보유했지만, 배우자는 마이크로소프트(210주)·알파벳(740주)·아마존(150주)·JP모건체이스(60주)·블랙록(32주) 등 약 13억 원어치를 보유하고 있다. 세 자녀도 각각 3000만 원 내외 미국 주식을 신고했다.
정부는 올해 초 환율 급등 배경으로 서학개미의 해외 주식투자 확대를 지목했다. 그런 가운데 고위 공직자 상당수가 미국 주식을 대규모로 보유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의힘은 비판에 나섰다. 국민의힘 박성훈 수석대변인은 “정권 핵심 인사들이 미국 빅테크 주식을 대거 보유한 ‘서학개미’로 드러났다”며 “이는 한국 경제의 미래와 비전을 불신한다는 시그널”이라고 말했다. 공직자 재산 공개는 통상 매달 말 이뤄지지만, 지난해 9월 국가정보자원관리원 화재로 시스템이 마비되면서 신고 기간이 연장돼 이번엔 약 4개월 만에 공개됐다.
〈이 기사는 주간동아 1526호에 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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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원 기자 yc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