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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발적 질주 짜릿한 추월… ‘쇼트트랙 F1’ 펼쳐보자”

입력 | 2026-02-07 01:40:00

[26 밀라노 겨울올림픽]
F1 팬 맏형 황대헌-막내 임종언
F1처럼 레이스 운영해 메달사냥
협력하며 경쟁하며 원팀 똘똘
“혼성계주부터 접수” 의기 투합




한국 남자 쇼트트랙의 ‘막내’ 임종언(왼쪽)과 ‘맏형’ 황대헌이 나란히 스케이트를 들어 보이고 있다. 포뮬러원(F1) 팬인 두 사람은 개인전 때는 선의의 경쟁을 하고, 계주에서는 ‘원 팀’으로 경기한다. 삼성 제공

쇼트트랙과 포뮬러원(F1)은 비슷한 점이 많다. 두 종목 모두 인코스를 막아 추월을 허용하지 않으려는 선두와 어떻게든 빈틈을 찾아내려는 후발 주자들의 치열한 ‘자리 싸움’이 펼쳐진다. 코너를 돌 때 원심력을 이겨내고 얼마나 부드럽게 빠르게 치고 나가느냐도 순위를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다.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겨울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남자 쇼트트랙 대표팀의 ‘막내’ 임종언(19)과 ‘맏형’ 황대헌(27)은 F1 팬이다. 임종언은 F1의 인기 스타 샤를 르클레르(29·모나코)를, 황대헌은 7번이나 드라이버 챔피언을 차지한 ‘리빙 레전드’ 루이스 해밀턴(40·영국)을 좋아한다. 르클레르와 해밀턴은 모두 페라리 소속이다.

임종언은 추월 능력이 뛰어난 샤를 르클레르(오른쪽)를, 황대헌은 노련한 경기 운영이 돋보이는 루이스 해밀턴(왼쪽)을 좋아한다. 페라리 인스타그램 캡처

임종언은 “포지션을 안정적으로 지키면서 상대를 제칠 기회를 노리는 르클레르의 경기 운영 방식이 나와 많이 닮은 것 같다”고 말했다. 르클레르는 추월 공간이 보이면 빠르게 속도를 높여 파고드는 능력이 탁월한 드라이버다.

임종언은 고교생이던 지난해 4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쟁쟁한 선배들을 모두 제치고 1위를 차지하며 혜성처럼 등장했다. 그는 성인 국제무대 데뷔전이던 지난해 10월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투어 1차 대회에서 2관왕(남자 1500m, 남자 5000m 계주)에 오르며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임종언은 르클레르처럼 폭발적인 스피드를 앞세워 자신의 첫 올림픽을 금빛으로 장식하겠다는 각오다. 임종언은 “‘황금 막내’라는 별명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2018 평창(은메달 1개), 2022 베이징 대회(금 1개, 은메달 1개)에 이어 3회 연속 올림픽에 출전하는 황대헌은 해밀턴의 팬이다. 해밀턴은 전성기 시절 레이스 흐름을 읽는 능력과 페이스 유지를 위한 타이어 관리 등 모든 면에서 최고라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 남자 선수 최초로 3번 연속 올림픽 선발전을 통과한 황대헌도 풍부한 경험과 탁월한 경기 운영 능력이 장점으로 꼽힌다.

F1에선 한 시즌 동안 가장 많은 포인트를 쌓은 드라이버가 챔피언에 오른다. 동시에 팀 드라이버들(2명)의 포인트를 합산한 순위로 컨스트럭터 챔피언도 가린다. 황대헌은 “F1에서도 팀 동료끼리 선의의 경쟁을 한다. 쇼트트랙도 마찬가지다. 개인전에선 선의의 경쟁을 하고 계주에선 힘을 합쳐야 한다”고 말했다. 임종언과 황대헌은 개인전 주 종목이 1500m로 겹쳐 치열한 경쟁이 불가피하다. 하지만 둘은 계주 종목에선 한국의 금메달을 위해 ‘원 팀’이 되어야 한다.

임종언과 황대헌은 10일 ‘쇼트트랙 여왕’ 최민정(28), 김길리(20)와 함께 2000m 혼성계주에 출전한다. 혼성계주는 각 국가의 남녀 최고 선수들이 함께 경쟁하는 종목이다.

F1은 ‘피트스톱’(경기 중 타이어 등 장비 교체를 위해 차고로 들어오는 것) 때 정비팀이 얼마나 정확하고 빠르게 움직이느냐가 레이스 결과에 큰 영향을 미친다. 쇼트트랙도 코칭스태프와 의무팀, 장비팀 등 팀 구성원 모두의 역량을 모아 계주를 비롯한 올림픽 경기를 준비한다.

한국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은 쇼트트랙 종목 중 가장 먼저 메달이 결정되는 혼성계주부터 최상의 결과를 얻겠다는 각오다. 이 경기 결과에 따라 쇼트트랙 선수단 전체의 분위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 혼성계주가 정식 종목으로 처음 도입된 2022 베이징 대회 땐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황대헌은 “이번 올림픽의 가장 큰 목표는 혼성계주에서 금메달을 따는 것이다. 선후배들과 머리를 맞대 좋은 레이스를 펼치겠다”고 말했다. 임종언은 “대표팀 동료들과 (계주에서) 호흡을 많이 맞춰봤기 때문에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 충분히 (금메달 도전을) 해볼 만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밀라노=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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