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 로드중
중장년 세대 중엔 어린 시절 학교 앞 가게에서 물건을 슬쩍하다 혼쭐난 경험들이 더러 있을 것이다. 유년 시절 친구들과 콩 서리, 수박 서리하던 경험담을 털어놓는 유명인들도 있다. 대개는 “다신 하지 마라”는 훈계를 듣고 풀려나거나, 부모에게 먼저 들킨 경우 제 발로 찾아가 “잘못했다” 사과하고 용서받는 것으로 마무리되기 마련이다. 자녀에게 서리 당한 집 일손을 돕게 하는 부모도 있었다. 아이들의 잘못을 교육의 기회로 삼을 줄 알았던 이들에게 얼마 전 600원짜리 아이스크림 미결제 사건을 놓고 벌어진 송사는 씁쓸하기만 하다.
▷사건은 2023년 4월 9세 어린이가 인천 무인매장에서 아이스크림을 계산하지 않고 들고 나가면서 시작됐다. 40대 가게 주인은 이 장면이 담긴 폐쇄회로(CC)TV 영상 캡처 사진을 ‘일주일 안에 연락 없으면 경찰에 신고한다’는 문구를 달아 가게 내부에 공개했다. 아이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했지만 인근 주민들은 알아볼 수 있었고, 이 사실을 알게 된 아이 부모는 가게 주인과 합의를 시도했으나 불발됐다. “절도”라는 가게 주인과 “단순 실수”라는 부모 주장이 엇갈렸다.
▷경찰은 아이가 어려 죄가 되지 않는다며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가게 주인이 그해 7월 아이 사진을 다시 가게에 붙이면서 사건이 커지기 시작했다. 아이 아버지가 사진을 떼자 가게 주인은 재물손괴죄로 고소하고, 부모는 가게 주인을 아동학대와 명예훼손으로 맞고소했다. 아이 아버지는 기소유예 처분을 받았지만 가게 주인은 1심에선 무죄, 2심에선 벌금 200만 원을 선고받았다. 아이를 알아볼 수 있는 사진과 절도를 암시하는 글을 같은 학교 학생들이 이용하는 매장에 게시한 책임이 가볍지 않다고 했다. 아이는 신경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한다.
광고 로드중
▷중장년 세대가 어린 시절 소소한 일탈을 웃으며 돌아볼 수 있는 이유는 동네 어른들의 따끔하되 너그러운 꾸지람에서 좋은 어른으로 자라길 바라는 배려심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어쩌다 사방에 CCTV 달아놓고 감시하고, 조금이라도 잘못하다 걸리면 아이 장래고 뭐고 무조건 범죄자로 낙인찍어 응징하고, 법 말고는 갈등을 조율할 줄 모르는 각박한 사회가 됐는지 600원짜리 아이스크림 하나로 벌어진 기막힌 송사에서 절감하게 된다.
이진영 논설위원 eco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