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차 대비 국내 생태계·화재 안전 요소 평가 요소 강화 “중국업체 배만 불릴 수도” 우려도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와 저가 공세로 혹독한 ‘보릿고개’를 건너고 있는 국내 배터리 3사가 다음 주 발표될 1조 원 규모의 에너지저장장치(ESS) 입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 입찰이 당장의 보릿고개를 넘길 ‘현금’ 확보 차원을 넘어, 향후 200조 원대로 급성장할 글로벌 ESS 시장의 패권을 쥐기 위한 결정적 ‘승부처’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5일 배터리 업계에 따르면 한국전력거래소는 지난달 마감한 제2차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결과를 이르면 다음 주, 늦어도 설 연휴 직후 발표할 예정이다. 이번 사업은 총 540메가와트(MW), 배터리 용량 기준 약 3.24기가와트시(GWh) 규모의 ESS를 구축하는 프로젝트로 사업비만 약 1조 원에 달한다.
동아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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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급증에 따른 전력 수요 폭발로 인해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ESS 시장이 확대되며 관련 시장 규모도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조사업체 마켓츠앤드마켓츠에 따르면 글로벌 ESS 시장 규모는 지난해 약 508억 달러(약 74조 원)에서 2030년 1059억 달러(약 155조 원)로 2배 이상 폭발적인 성장이 예고돼 있다.
배터리 기업 입장에서 이번 입찰 결과가 글로벌 ESS 시장 진출을 위한 ‘이력서’가 될 수 있는 만큼 전략적 가치 또한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ESS는 한 번 설치하면 10년 이상 가동해야 하는 전력 인프라의 특성상, 발주처들이 제품의 신뢰성과 안전성을 입증하는 ‘사업 수행 이력’이 중요하다. 앞으로 북미 등 대형 전력 회사들은 자국 내 프로젝트에 참여할 파트너를 선정할 때, 본국에서의 대규모 설치 및 운영 경험을 필수적으로 요구하는 경우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이번 1조 원대 공공 입찰을 따내는 기업은 단순히 국내 매출을 올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북미 등 해외 시장으로 나아가는 ‘정부 보증서’를 쥐게 되는 셈이다.
물론 변수는 있다. 이번 입찰에 참여한 컨소시엄 중 일부가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국산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를 채택하거나 외국계 자본과 손을 잡은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산업 육성’이라는 취지가 퇴색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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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