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개봉 영화 ‘휴민트’ 리뷰
영화 휴민트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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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주요 내용을 포함한 스포일러가 있을 수 있습니다.
류승완 감독이 판을 깔고, 배우 조인성이 그 위에서 작정하고 활약했다. 클래식한 첩보 장르의 긴장감과 액션의 쾌감에 마약과 인신매매라는 범죄 소재로 한국형 첩보 액션의 외연을 확장했다. 류승완 감독은 흥행작 ‘베를린’의 계보를 잇는 웰메이드 첩보 영화를 완성했고, 조인성은 자신의 액션 필모그래피에서 정점을 찍었다.
오는 11일 개봉하는 영화 ‘휴민트’는 차가운 얼음 바다의 도시 블라디보스토크를 배경으로, 서로 다른 목적을 지닌 인물들이 충돌하는 첩보극이다. 류승완 감독의 신작으로, 흥행성과 완성도를 모두 입증해 온 그의 필모그래피 위에 놓인 또 하나의 액션 영화다. 조인성은 국정원 요원 조 과장 역을 맡아 ‘모가디슈’ ‘밀수’에 이어 류승완 감독과 세 번째 협업에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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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휴민트 스틸
‘휴민트’는 휴먼(HUMAN)과 인텔리전스(INTELLIGENCE)의 합성어로 사람을 통한 정보수집 활동을 일컫는다. 영화는 ‘정보전’이라는 장르적 외피 위에 조 과장이라는 인물의 선택과 책임을 그린다. 영화 초반, 조 과장이 ‘휴민트’로 삼은 북한 여성을 통해 마약 유통과 인신매매 범죄의 실체가 수면 위로 오르고, 그 과정에서 국정원 내부의 냉혹한 논리가 선명히 드러난다. “이 사람은 우릴 믿었다”는 조 과장의 항변과 “이 바닥에 믿음이 어딨냐”는 상사의 대사는, 영화가 끝까지 놓지 않고 가는 첩보원 조 과장의 딜레마다.
‘휴민트’는 류승완 감독의 첩보 액션의 정수를 제대로 보여준다. 군더더기 없는 편집으로 리듬감 있는 숨 가쁜 빠른 전개를 보여주는 방향을 택했다. 주인공인 조과장의 불필요한 전사를 덜어내고, 그 인물의 행동과 선택으로 서사를 밀고 나간다. 첩보전 특유의 긴장감 넘치는 정보전과 추적은 빠른 호흡 속에서도 혼란 없이 그려지며 관객을 끝까지 화면 안에 붙잡는다. 또한 매치컷 등 과거 클래식한 화면 전환법도 활용해 첩보 액션물 특유의 리듬과 감각을 선명하게 만든다. 자신의 흥행작인 ‘베를린’과의 세계관 연결 또한 눈여겨 봐야 할 재미 포인트다.
류승완 감독이 ‘액션 장인’으로 불리는 이유는 단순히 볼거리를 잘 만드는 데 있지 않다. 매번 형태와 스타일은 달라도, 인물의 동기와 배경 위에서 정교하게 설계돼 왔다. 이번 액션의 중심에는 단연 조인성이 있다. 조 과장은 감정을 절제한 채 움직이는 인물로, 조인성은 이를 날렵한 총기 액션과 일대 다수 격투로 구현한다. 동작은 빠르고 정확하며 총알은 백발백중이다. 한순간도 시선을 떼기 어렵다. 디즈니+ 시리즈 ‘무빙’에서 보여줬던 ‘멋’도 놓치지 않는다. 휴민트에게 사려 깊은 태도를 갖춘 캐릭터이면서도 액션에서는 멋을 온몸으로 발산한다. 전사도 그려지지 않아 더욱 궁금한 캐릭터다. 그런 그가 류승완 감독 특유의 타격감이 돋보이는 연출과 만나 시너지를 낸다. 화면을 제대로 장악했다는 표현이 과하지 않다.
영화 ‘휴민트’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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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런 황치성 역의 박해준은 서늘하면서도 여유로운 얼굴과 특유의 위압감으로 선악 구도를 선명하게 만든다. 볼펜을 딸깍이며 채선화를 압박하는 장면은 물리적 폭력 없이도 극도의 긴장을 만들어내며, 인물의 냉혹하고 잔혹한 면모를 또렷하게 각인시킨다.
특히 눈에 띄는 것은 배경의 활용이다. 류승완 감독은 감독은 미국·소련 냉전 시대를 다룬 ‘007’ 시리즈를 연상케 하는 차가운 질감을 정확히 시각화한다. 극 중 배경인 블라디보스토크와 유사한 환경의 라트비아 로케이션은 영화 전반에 생생한 한기를 불어넣는다. 눈밭 위에서 휘몰아치는 총기 액션은 시각적 긴장감을 극대화하고, 장면을 휘감는 추위마저 극의 정서로 기능한다. 스크린 밖까지 전해지는 냉기는 ‘휴민트’가 구축한 스산한 세계를 더욱 체감하게 만든다.
영화 ‘휴민트’ 스틸
‘휴민트’는 지루한 구간 없이 밀도 높은 전개를 유지하며 액션과 첩보, 멜로 서사의 균형을 끝까지 가져간다. 류승완 감독이 축적해 온 액션 연출의 장기와 정수 위에 조인성이라는 배우의 활약과 존재감이 더욱 빛을 발한다. 조인성의 액션 필모그래피에서도 하나의 결정판으로 남을 만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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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