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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아파트’가 열고 ‘골든’이 닫은 美 그래미

입력 | 2026-02-03 23:24:00

로스앤젤레스=AP 뉴시스


1일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서 열린 그래미상 시상식 개막 무대에 오른 건 블랙핑크 로제였다. 브루노 마스와 함께 세계적 히트곡인 ‘아파트(APT.)’를 열창하자 ‘올해의 노래’ 수상자인 빌리 아일리시가 노래를 따라 불렀고 ‘올해의 앨범’ 수상자인 배드 버니는 몸을 흔들었다. 이 곡은 ‘올해의 노래’ 등 그래미상 3개 부문 후보에 올랐지만 수상이 불발됐다. 하지만 최고 권위의 미국 대중음악 시상식에서 K팝 가수가 무대에 서고, 외국 가수가 관객석에서 떼창하는 진귀한 장면을 봤다.

‘올해의 노래’ 부문에선 K팝과 K팝이 경쟁했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주제가 ‘골든’도 ‘올해의 노래’ 등 5개 부문에 이름을 올렸다. 비록 본상 수상은 못 했지만 사전 시상식에서 영화, 드라마 음악 작곡가에게 주는 ‘베스트 송 리튼 포 비주얼 미디어(Best Song Written for Visual Media)’를 수상했다. K팝이 그래미상을 받은 것은 ‘골든’이 처음이다.

‘아파트’와 ‘골든’ 두 곡이 그래미상을 여럿 두드린 건 K팝이 특수성을 넘어 보편성을 갖게 됐다는 의미가 있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은 주류 음악에서 벗어난 B급 문화로 소비됐다. 그 뒤를 이어 등장한 BTS는 강력한 팬덤 문화를 바탕으로 성장했다. BTS는 K팝 최초로 그래미상 후보로 지명됐지만, 팬덤 안과 밖의 영향력은 달랐다.

‘골든’을 부른 이재는 “제가 자랄 때만 해도 한국이 어디 있는지, 어떤 나라인지 몰랐다”며 “모두가 ‘골든’의 한국어 가사를 부른다는 사실이 감격스럽다”고 했다. 우리가 디즈니 만화를 보고 공주 옷을 입고 주제가를 따라 불렀듯이, 이제 그들이 ‘케데헌’을 보고 아이돌처럼 꾸미고 ‘골든’을 부른다. 한국식 영어인 ‘아파트’를 외국인이 또박또박 발음하려고 한다.

지금 K팝은 한국을 넘어선 혼종 문화로 진화하고 있다. ‘아파트’는 한국과 미국 레코드사의 합작품이고, ‘골든’은 한국계 감독, 작곡가가 참여한 넷플릭스 작품이다. 한국 문화를 재해석하고 상업적 세련됨을 더해 글로벌 시장에서 대박이 난 것이다. 그래서 K팝 팬들 사이에서 ‘아파트’ ‘골든’의 수상 불발을 두고 “그래미상이 오히려 로컬스럽다”는 반응이 나왔다. 문화라는 소프트 파워를 실감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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