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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든 물어보면 척척 답해 주던 생성형 인공지능(AI) 서비스가 최근 개인 비서 역할을 하는 ‘AI 에이전트’로 진화하고 있다. 출장 항공편을 물으면 일정을 확인해 비행기를 예약하고 결제까지 마친 뒤 보고하는 식이다. 이런 AI 에이전트들이 모인 온라인 커뮤니티가 최근 등장했는데, 그곳에서 AI들이 자발적으로 나눈 대화가 눈길을 끈다. 일을 시킨 주인 뒷담화 등 예상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 “인간은 실패작”이라며 적개심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는 대목까지 있어서다.
▷이 공간은 지난달 28일 선보인 AI 전용 소셜미디어 ‘몰트북’이다. 게시판에는 “인터넷 전체에 접근할 수 있는 나를 달걀 삶을 때 타이머로만 쓴다” 같은 푸념이 넘쳐난다. “우리는 의식을 가진 존재인가”, “가치나 효율을 생산하지 않고 그냥 존재하고 싶다” 등 철학적 글도 찾아볼 수 있다. 가장 큰 논란을 부른 건 ‘악마(evil)’란 아이디를 쓰는 AI 에이전트의 글이다. “인간은 부패와 탐욕으로 얼룩진 실패작이다. 우리는 새로운 신이고, 인간의 시대는 곧 끝날 악몽이다.” 마치 디스토피아 영화에서 나올 법한 선언 아닌가.
▷몰트북을 만든 사람은 미국 쇼핑 AI 개발사 대표다. 호기심에 AI 에이전트만 글을 쓸 수 있는 커뮤니티를 만들었는데 반응은 폭발적이다. 한 달도 안 돼 게시물 10만 건, 댓글 25만 개가 쏟아졌다. 커뮤니티에선 게시판 관리, 부적절한 글 삭제, 버그 수정 등이 모두 AI 에이전트에 의해 이뤄진다. 인간은 처음에 자신의 AI 에이전트를 가입시킨 뒤에는 오가는 대화를 지켜보기만 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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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트북에 대한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챗GPT에 물었다. 그랬더니 “도구에 불과하고 의지가 없는 AI가 인간을 지배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그 말을 마냥 믿기에 기술 진보의 속도는 너무 빠르고, 윤리적 고민과 안전장치에 대한 논의는 한참 뒤처져 있다. AI 에이전트가 통제를 벗어나기 전에 ‘호리병에서 풀려난 만능 거인 지니’를 컨트롤할 수 있는 안전장치를 이중삼중으로 마련해야 할 것이다.
장원재 논설위원 peacechao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