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방암 환자의 삶 가상 체험기 8번의 항암 사이클…부작용 커 탈모·구토 등 다양한 일상 애로 완치 판정 받았지만 재발 우려 “20년 후에 더 높은 재발 위험” 병용요법 국내 급여 적용 주목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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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드리기 죄송하지만, 호르몬 양성 침윤성 유방암 2기입니다.”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 얼마 전 왼쪽 유두 근처에서 완두콩 크기의 혹을 발견했고, 조직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던 참이었다. 전화로 의사의 설명이 이어졌지만 귀에는 아무 얘기도 들리지 않았다.
기자는 지난 27일 유방암 환자의 삶을 살아보는 몰입형 가상 체험 ‘A Life in a Day’에 참가했다. 한국노바티스가 주관하는 프로그램으로, 참가자는 24시간 동안 일상 속에서 다양한 챌린지와 역할극, 체험용 키트를 통해 실제 환자가 느끼는 불편감과 고통의 일부를 경험하도록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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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여느 환자들과 마찬가지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주사위를 굴렸다. 얼마 후 기자의 병명이 정해졌다.
침윤성 유방암은 암세포가 유관의 내벽을 뚫고 주변 유방 조직으로 퍼진 상태다. 호르몬 양성 유방암은 종양이 암의 성장을 촉진하는 특정 단백질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다만 조기에 발견돼 2기로 분류됐다.
치료는 항암제 병용 요법으로 시작할 것을 권고받았다. 팔에 삽입하는 정맥주사 PICC 라인을 통해 약물이 투여되고, 2주 간격으로 총 8회 진행될 예정이었다.
통상 초기 치료는 약 5~6개월 소요된다. 고대하던 프로젝트의 포럼 발표를 위한 해외 출장이 한 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치료를 위해 이를 취소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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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번의 항암 사이클 이후 종양이 줄어들면 부분 절제술(유방보존술)을 진행할 수 있다. 종양이 줄지 않으면 가슴 전체를 제거하는 유방절제술을 받아야 한다.
◆밥도 잠도 쉽지 않은 일상…끝난 게 아니다
두 번째 항암 사이클을 마치고 점심 밥을 먹을 때는 입 통증을 줄이기 위해 주기적으로 입술에 립밤을 발라야 했다. 식사를 시작한 지 20분이 지나자 큰 소리로 핸드폰이 울렸다. 당장 화장실로 가라는 알림이었다.
화장실에 도착해서는 지침에 따라 축축한 거즈를 꺼내 코에 갖다 댔다. 놀라울 정도로 토사물과 같은 냄새가 났다. 실제 구역감이 올라와 변기 위로 몸을 숙였다. 항암 치료의 부작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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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체험 상 5개월이 흘렀다. 기자는 종양의 크기가 줄어들어 부분 절제술을 시행하게 됐다. 팔에서 PICC 라인을 제거하고 실제 의사가 사용하는 수성펜으로 수술 부위를 표시했다. 실제 8시간 만에 가슴에 부착한 구슬을 떼어낼 수 있었다.
“완치 판정 받은 것을 축하합니다. 기분이 어떤가요?”
의사의 전화를 받았다. 드디어 완치다. 기쁘지만 한편으로는 불안했다. 전이성 유방암 즉, 재발 때문이다. 유방암이 재발할 수 있는 부위는 뼈, 폐, 간, 뇌 등 다양하다.
‘유방암 생존자’로 살아가는 것은 예전과 달랐다. 작은 불편감에도 혹시 전이된 것은 아닌가 덜컥 걱정부터 됐다. 저녁 시간 내내 오른쪽 엉덩이에는 약간의 통증이 있었다. 차가운 발 때문에 자기 전엔 양말을 신었다.
새벽 2시 무섭게 울리는 알림 때문에 눈을 떴다. 엉덩이 통증으로 인한 것이었다. 다 끝난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새벽에 검색창을 뒤적이며 불안감에 시달렸다.
다음 날 아침이 돼서야 기자의 통증은 재발과 관련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다른 참가자 일부의 엉덩이 통증은 뼈 전이 증상이었고, 12개월 이내 사망하는 결말을 맞았다.
◆ 조기 유방암 치료 이후 재발 잦아…장기적인 관리 필요
조기 유방암 환자의 5년 생존율은 병기별로 1기 96.6%, 2기 91.8%로 높게 나타나지만 치료 이후에 약 17.7%의 환자가 5년 이내 재발을 경험한다.
유방암이 재발할 경우 2년 생존율은 55.7%, 5년 생존율은 31.6%로 크게 낮아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재발 위험은 20년 이상 장기간 지속되는 것으로 보고됐다.
특히 재발 위험이 높은 2~3기 고위험군의 조기 유방암 환자는 수술 후 기존 내분비요법 치료 종료 후에도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재발 위험이 증가한다. 5년 이내 재발률은 6~22%, 20년 재발률은 22~52%에 달한다.
재발률을 낮추기 위해 미국종합암네트워크(NCCN) 등 국제 가이드라인은 재발 위험이 높은 조기 유방암 치료에 CDK4/6 억제제와 기존 내분비요법과의 병용요법을 가장 높은 수준으로 권고하고 있다.
한국노바티스의 CDK4/6 억제제 ‘리보시클립’은 재발 위험이 높은 HR+(호르몬 수용체 양성) 및 HER2-(사람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 2 음성) 2기 및 3기 조기 유방암 환자의 보조요법으로써 아로마타제 억제제 병용으로 지난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허가를 받았다.
리보시클립은 NATALEE 임상시험을 통해 아로마타제 억제제 단독요법 대비 침습적 무병 생존기간(iDFS) 개선 효과를 입증했다. 또한 병용요법군은 내분비요법 단독군 대비 침습적 질병 진행 또는 사망의 위험을 28.4% 낮춘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재발을 우려하는 환자와 의료진 사이에서 리보시클립에 대한 급여 적용 여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급여 기준인 전체 생존율(OS)은 질환의 특성상 데이터가 가시화까지 오래 걸려 iDFS를 주요 지표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울=뉴시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