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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6년 뒤 생산가능인구 45%로…이민을 재설계하라[이미지의 포에버 육아]

입력 | 2026-02-01 09:28:00



‘포(four)에버 육아’는 네 명의 자녀를 키우며 직장 생활을 병행하고 있는 기자가 일상을 통해 접하는 한국의 보육 현실, 인구 문제, 사회 이슈를 담습니다. 단순히 정보를 담는 것을 넘어 저출산 시대에 다자녀를 기르는 맞벌이 엄마로서 느끼는 생각도 공유하고자 합니다.

광주고려인마을의 조기적응 프로그램. 광주에 정착한 우크라이나 고려인 난민동포 자녀들을 대상으로 시행된다. 동아일보DB

2년 연속 합계출산율이 오르면서 한동안 TV만 틀면 나오던 저출산과 인구에 관한 논의가 사라졌다. 그러나 출산율이 조금 올랐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1980년대까지 한국은 해마다 대략 100만 명 가까운 아이들이 태어났지만 지금은 출생아 수가 20만 명대까지 크게 줄었다. 이렇게 오랜 기간 출생아가 줄어드는 과정에서 엄마와 아빠 자체가 줄었기 때문에 이젠 국내 출산율만으로 인구를 늘리거나 유지할 수 없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생산가능인구와 내수 유지의 가장 현실적 대안은 ‘밖에서 인구를 들여오는 것’이다. 외국인 유입을 확대하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따른 충격을 완화하고, 경제·사회적 활력을 유지할 수 있다. 하지만 최근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민자 단속 갈등을 보면서, ‘한국도 외국인 유입 확대 과정에서 비슷한 문제가 생기지 않을까’ 우려하는 사람이 적지 않을 것이다.

28일 미국 텍사스주 딜리의 사우스 텍사스 가족 수용센터 앞에서 수용 중인 리엄 라모스와 그의 아버지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린 가운데 경찰이 시위대를 향해 페퍼 스프레이를 살포하고 있다. AP

● 미국처럼 될까 걱정? 한국 난민 인정률은 1% 수준

한 가지 확실한 건 한국에서는 미국과 같이 대규모 불법 이민자가 발생할 일도, 군대에 가까운 경찰력을 동원해 단속할 일도 요원하다는 점이다. 이민과 난민 조건이 매우 까다롭기 때문이다.

미국의 난민·망명 제도는 매우 활성화돼 있다. 미국은 1951년 난민협약을 토대로 난민·망명 정책을 시행해 왔다. 망명 신청은 국경 도착 후에도 가능하다. 최근 자료에 따르면 2024 회계연도 기준 약 89만 건가량의 망명 신청이 이루어졌다는 통계가 있다.

망명 신청자 가운데 일부는 심사 과정에서 합법적 체류·취업 권한을 얻고, 일정 조건을 만족하면 최종적으로 영주권이나 시민권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미국의 이민 논쟁은 이렇게 망명 심사를 기다리는 사람들까지 불법체류자 범주에 포함시켜 단속하려는 움직임 탓이다. 미국 내 ‘비합법’ 체류자는 크게 망명 심사 중 체류자와 국경을 넘을 때 허가 없이 입국한 사람, 비자 만료 후 체류를 지속하는 오버스테이, 체류 중 범죄를 저지른 사례 등으로 나눠볼 수 있는데, 이들을 한꺼번에 불법체류자로 묶어 강력 단속·추방하자는 주장에 정치적 이견이 존재하는 상황이다.

반면 한국에서 난민으로 인정받고 망명하기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만큼 어렵다. 2024년 말 기준 난민 신청자는 1만 8336명인데 단 105명만 난민으로 인정받았다. 인정률이 1%에 불과하다. 누적 기준으로도 세계 최저 수준이다. 1994년 도입 이후 누적 12만 2095건 중 누적 인정률은 2.7%에 그쳤다. 인도적 체류허가 역시 1994년 이래 2696명만 인정됐다. 인도적 체류허가란 난민으로 인정되지는 않지만 박해 위험 등의 사유로 한시적 체류를 허용하는 제도다.

난민 신청자는 심사 기간 한국에 머무를 수는 있다. 그러나 대부분 취업이나 정착이 제한된 채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난민으로 인정되지 않으면 곧장 출국해야 한다.

8년 전 서울남부출입국 외국인사무소 앞에서 열린 난민 인정을 촉구하는 집회 모습. 동아일보DB

● 외국인 노동자 위주로 설계된 이주 정책…한국 위상 달라져 변화 필요

한국의 난민 인정률이 낮은 이유는 이민 정책이 애초 경제적 이민자 중심으로 구축되어 왔기 때문이다. 대부분 이민자라고 하면 노동시장 수요에 따라 비자를 받고 들어와 일하는 이주노동자만 떠올린다. 박해 위험 등을 이유로 국제인도주의적 차원에서 보호돼야 하는 난민은 입국 시도도 많지 않았기에 우리 정부의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그러나 외국인 노동자 등 외국인 유입을 확대하겠다는 정책 기조 속에서 이제는 난민과 망명 제도도 손대지 않을 수 없는 영역이 됐다. 더욱이 한국의 위상도 달라졌다. 한국의 난민법이 처음 제정된 것은 2012년인데, 그 전만 해도 굳이 한국까지 찾아와 난민을 신청할 외국인은 많지 않았다. 그러나 이제 한국은 국내총생산(GDP) 기준 세계 10위권의 경제대국이다. K컬처 확산으로 한국에서 일하고 살아보고 싶어 하는 외국인도 눈에 띄게 늘었다. ‘K구호’의 크기도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더불어 한국은 과거 국제원조를 받던 나라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개발원조위원회(DAC) 회원국으로 전환한 거의 유일한 사례다.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아 이만큼 국가를 일으킨 입장에서 더욱 책임을 막중히 느껴야 한다는 이야기다.

난민 인정을 받은한 외국인 가족의 모습. 동아이로DB

● ‘인정-불인정’ 이분법 넘어 ‘적응’이란 단계 둔 이민 선진국들

미국·유럽처럼 이민의 역사가 오래된 나라들에서 난민 정책은 단순히 ‘인정/불인정’ 이분법으로 끝나지 않는다. 특히 유럽 국가들은 난민을 한 번에 가려내기보다 보호가 필요한 정도에 따라 체류 자격을 나누고 그에 맞는 길을 단계적으로 열어두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독일의 경우 난민 절차를 통해 인정되면 ‘난민 지위(refugee protection)’나 ‘보조적 보호(subsidiary protection)’ 같은 보호 상태를 부여하고, 그에 따라 체류 허가가 발급된다. 독일 연방이주난민청(BAMF) 안내에 따르면 난민 지위(또는 망명 자격) 인정자는 보통 3년짜리 체류허가를 받고, 보조적 보호 인정자도 3년짜리 체류허가를 받는다. 이후 일정 기간 합법 체류하면서 생계·주거·언어 등 요건을 충족하면 영구 정착을 위한 정주권(영구 체류 자격) 신청이 가능해진다.

프랑스도 난민 지위(refugee status)와 보조 보호(subsidiary protection)를 ‘망명 보호’의 두 형태로 운영한다. 귀국 시 박해 위험뿐 아니라 무력 분쟁에 따른 중대한 위협이 있는 경우에도 보조 보호 지위를 부여한다.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처럼 대규모 유입 상황에서는 EU 차원의 ‘임시 보호(temporary protection)’를 적용해 임시 체류를 허용하고 취업을 가능하게 하는 등 별도의 틀을 가동하고 있다. 이후 체류 기간 동안 언어·취업·사회 적응 과정을 거쳐 추가 체류 허가로 이어지는 구조다.

이들 제도는 모두 난민을 ‘받을지 말지’로만 판단하지 않고, 체류 단계에 맞춰 적응과 정착의 시간을 주면서 사회 구성원으로 편입시키려는 방식이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난해 연세대학교 언어연구교육원 한국어학당에서 열린 ‘한글백일장’ 모습. 동아일보DB

● 난민·이주노동자 모두 ‘체류’ 위한 통합적 ‘적응과정’ 설계

한국의 난민·이주노동자 정책은 지금까지 인정 여부를 둘러싼 이분법적 논쟁에 머물러 왔다. 이제는 이들을 어떻게 사회 구성원으로 통합할 것인지 ‘과정’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이건 난민만의 문제가 아니다. 외국인 노동자 역시 한국 사회에서는 대부분 ‘일하러 왔다가 떠나는 사람’으로 취급돼왔다. 현재 외국인 노동자는 고용허가제(E-9), 전문인력 비자(E-7) 등 각종 취업 비자를 통해 들어오지만, 체류 이후 언어·문화·지역사회 적응을 체계적으로 돕는 통합 교육이나 프로그램은 제한적이다. 일부 지자체나 민간 차원의 한국어 교육, 생활 안내가 있을 뿐, 국가 차원의 일관된 사회통합 경로가 마련돼 있다고 보긴 어렵다.

난민 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지금처럼 문턱이 높은 인정 심사로 ‘되느냐, 안 되느냐’만 가르는 구조 대신, 일정한 조건 아래 단계적 체류 권한을 부여하고 언어 교육과 직업훈련을 연계해야 한다. 그런 다음 사회 통합에 성실히 참여한 사람에게 정착의 길을 열어주는 방식을 고민할 필요가 있다. 앞서 유럽 국가들이 택하고 있는 접근법이다.

경제적 이주민도 단기 인력 수급에만 초점을 맞출 것이 아니라, 장기 체류 가능성이 있는 이주노동자에게는 언어·교육·지역 적응 경로를 제공하는 것이 결국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길이다. 체류와 정착을 ‘결과’가 아니라 ‘과정’으로 설계해야만, 외국인 이주민과 난민을 둘러싼 이질감과 문화적 불안, 막연한 혐오 역시 줄일 수 있다.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시민들이 눈을 맞으며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다. 동아일보DB

● 생산가능인구 46년 뒤 인구 절반 아래로…이민 확대는 불가피

국가데이터센터의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한국 인구는 향후 수십 년간 계속 줄어 2072년에는 약 3600만 명 수준으로 감소한다. 같은 기간 생산가능인구(15~64세) 비중은 현재 70% 안팎에서 2072년 45% 수준까지 떨어지고, 반대로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중은 약 17%에서 46% 안팎까지 치솟는 구조적 변화가 예상된다. 인구의 절반 가까이가 노인이 되고, 일할 수 있는 인구는 절반에도 못 미치는 사회로 가는 셈이다. 이런 현실에서 외국인 이민 확대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피할 수 없는 시대적 필요다.

난민·망명 제도 역시 이 흐름 속에서 함께 고민하지 않을 수 없다. 경제적 이민과 난민을 구분하지 않은 채 뭉뚱그려 바라보거나, 반대로 철저히 분리만 해 두고 통합의 경로를 설계하지 않는다면 외국인 유입 확대는 불안의 대상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단순히 인구를 보충하는 정책이 아니라, 함께 살아갈 사회를 설계해야 한다. 그리고 그 설계는 이제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다.


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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