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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틱톡 새 주인 ‘악동’ 엘리슨…MAGA 검열 본격화되나 [트럼피디아] 〈58〉

입력 | 2026-02-01 08:19:00


지난해 2월 백악관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의 행정명령 서명식에 참석한 래리 엘리슨 오라클 공동창업자. 워싱턴=AP 뉴시스

틱톡의 알고리즘을 둘러싼 미국 내 불안과 잡음이 커지고 있다. 틱톡의 미국 사업부가 모기업 중국 바이트댄스에서 분사해 새로운 조직으로 출범한 직후부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을 비판하는 콘텐츠가 알고리즘에서 배제되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것. 틱톡 측은 “데이터센터 정전으로 인한 시스템 오류”라며 해명했지만 진보 진영에서는 “친(親)트럼프 세력의 소셜미디어 장악”이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 미국 틱톡 “알고리즘 재훈련할 것”
지난달 22일(현지 시간) 틱톡의 미국 사업부가 모기업 중국 바이트댄스에서 분사해 ‘틱톡 USDS 조인트벤처 LLC’라는 새로운 조직으로 출범했다. ‘틱톡 USDS 조인트벤처 LLC’는 미국 및 글로벌 투자자들이 벤처 지분의 80.1%를 보유하고,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댄스는 19.9%를 소유한 구조다. 3대 운영 투자자인 클라우드 컴퓨팅 테크 기업 오라클, 사모펀드 실버레이크,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 국부펀드와 연계된 투자회사 MGX는 각각 15%의 지분을 보유하게 된다.

같은 날 보도자료를 통해 틱톡은 “미국 사용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을 재훈련, 테스트 및 업데이트할 것이고 콘텐츠 추천 알고리즘은 오라클의 미국 클라우드 환경 내에서 보호될 것”이라고 밝혔다. 뉴욕타임스(NYT)는 “틱톡이 이날부터 사용자를 상대로 개정된 개인정보보호 약관에 대한 동의를 구했다”고 전했다.

지난달 31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 마련된 앨릭스 프레티 추모 공간의 모습. 미니애폴리스=AP 뉴시스

그런데 24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시민권자 앨릭스 프레티(37)가 국토안보부 산하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에게 사살되면서 틱톡 알고리즘에 대한 불신이 폭발했다. 일부 사용자들이 반(反)이민단속 시위나 프레티 사건에 관한 동영상은 틱톡에 업로드해도 노출이 되지 않아 매우 낮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는 주장을 제기했다. 디애틀랜틱은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MAGA) 검열’이 현실화됐다는 인식이 확산한 것”이라고 전했다.


● 틱톡 알고리즘 둘러싼 정치권 공방
이에 틱톡 알고리즘을 둘러싼 미 정치권 공방이 재점화됐다. 틱톡은 2023년 가자전쟁 개전 직후 미국을 휩쓴 친(親)팔레스타인 시위의 진앙으로 꼽혔다. 당시 공화당 일각에서는 “중국계 소셜미디어인 틱톡이 자사 플랫폼에서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를 옹호하거나 반유대주의를 지지하는 콘텐츠의 확산을 방조하고 있다”는 주장을 내놨다.

이와 별개로 조 바이든 전 행정부는 틱톡을 사용하는 1억7000만 명 미국인의 개인 정보와 국가 기밀이 중국으로 흘러들어갈 가능성에 줄곧 우려를 표했다. 이에 2024년 4월 미국 의회는 바이트댄스가 틱톡의 미국 사업권을 미국 기업에 팔지 않으면 미국 내 서비스를 중단하는 ‘틱톡금지법’을 제정했다.

틱톡 로고. AP 뉴시스

그러나 2024년 미 대선 과정에서 틱톡을 적극 활용해 젊은층 결집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후 틱톡금지법의 시행을 거듭 유예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만나 틱톡의 미국 내 사업권 협상을 마무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틱톡의 미국 사업권이 트럼프 대통령과 가까운 투자자들이 이끄는 조직에 넘어가자 진보 진영에서는 2022년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인수한 뒤 ‘마가 놀이터’가 된 X(옛 트위터)의 길을 걸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과 각을 세우고 있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도 비판에 가세했다. 그는 “틱톡이 트럼프 비판적 콘텐츠를 검열함으로써 주법을 위반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토에 착수하겠다”고 경고했다. ‘좌파 대부’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은 “트럼프 덕분에 우파 억만장자 래리 엘리슨이 틱톡 알고리즘을 통제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 틱톡 새 주인 ‘악동’ 엘리슨 주목
틱톡의 미국 사업을 이끌 ‘틱톡 USDS 조인트벤처 LLC’의 주요 결정은 싱가포르인 쇼우지 추 틱톡 CEO 등 7명으로 구성된 이사회를 통해 내려지게 된다. 지분의 15%를 보유한 오라클의 공동창업자 래리 엘리슨(82)은 이사회 멤버가 아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의 각별한 친분 때문에 그림자 실세로 주목을 받고 있다.

엘리슨은 1977년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오라클을 공동창업한 뒤 ‘실리콘밸리의 악동’으로 이름을 날린 인물이다. 그는 1944년 출생 직후 미혼모였던 유대인 생모가 그를 이모와 이모부에게 맡기고 떠난 이후 유대계 엘리슨 집안에 입양돼 일리노이주 시카고에서 성장했다. 일리노이대를 자퇴한 뒤 시카고대에 입학했으나 한 학기 만에 그만두고 캘리포니아주로 이주해 프로그래머로 근무했다.

엘리슨은 2014년 오라클의 최고경영자(CEO) 직책에서 물러나 이사회 의장과 최고기술책임자(CTO)를 맡고 있다. 인공지능(AI) 바람을 타고 오라클 주가가 수직 상승한 결과 지난달 31일 기준 세계 6위 부자다. 스티브 잡스 애플 창업자(1955~2011년)와 절친한 친구였고 머스크와도 가까운 사이로 알려져 있다. 2018~22년 테슬라 이사회에서 활동했고 2022년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 과정에서 10억 달러(약 1조3500억 원)를 투자하며 힘을 보탰다.

2014년 5월 캘리포니아주 오클랜드에서 열린 미국프로농구(NBA) 플레이오프 경기를 찾은 엘리슨. 오클랜드=AP 뉴시스

엘리슨은 화려한 라이프스타일로 유명했다. 다섯 차례 이혼했고 대저택과 초대형 요트를 수집하듯 사들였다. 캘리포니아주 팰로앨토 근처에 일본식 황실 별장을 짓는 데 2억 달러(약 2700억 원)를 썼고, 2013년에는 요트 대회에 출전하느라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오라클 연례 컨벤션에 나타나지 않았다. 3억 달러(약 4050억 원)를 주고 하와이 라나이 섬의 98%를 매입해 장수 웰니스 리조트를 만들기도 했다. 블룸버그통신은 엘리슨이 오라클 주식 매각과 배당 수입금을 사용해 2003년 이후 약 20년간 120억 달러(약 16조2000억 원)가 넘는 생활비를 조달했다고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월 취임 직후 오라클과 오픈AI와 손을 잡고 5000억 달러(약 675조 원) 규모의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프로젝트 ‘스타게이트’를 발표했다. 당시 틱톡 매각에 대한 질문을 받자 “래리가 (틱톡을) 사면 좋겠다”고 답하며 친분을 드러냈다. 엘리슨은 과거 빌 클린턴 전 대통령, 마코 루비오 국무장관, 팀 스콧 상원의원 등을 지원했지만 2024년 대선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공화당 후보가 되자 트럼프 대통령의 플로리다주 사저 마러라고 리조트에 찾아가며 관계를 쌓았다.


● 미디어 거물로 거듭난 유대계 사업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엘리슨은 테크 기업가에서 미디어 거물로 거듭나고 있다. 지난해 7월 아들 데이비드 엘리슨의 스카이댄스 미디어를 통해 CBS 방송 등을 보유한 파라마운트를 인수해 사실상 언론 사주가 됐고, 이제는 틱톡 미국 사업권까지 손에 넣게 된 것이다. 뉴욕타임스(NYT)는 “엘리슨이 머스크의 X 인수를 보며 영향을 받았다”며 “문화, 정치, 미디어에서의 영향력의 중요성에 눈을 뜬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해 1월 백악관에서 ‘스타게이트’ 사업을 발표하는 트럼프 대통령, 손정의 소프트뱅크 CEO, 엘리슨, 샘 올트먼 오픈AI CEO(왼쪽부터). 워싱턴=AP 뉴시스

엘리슨의 정치 성향이 틱톡 인수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엘리슨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친분이 주목받고 있다.

유대인인 엘리슨은 2017년 ‘이스라엘군의 친구들’에 이 단체 설립 이후 최대 규모의 기부금인 1660만 달러(약 224억 원)를 쾌척해 주목을 받았다. 정보기술(IT) 매체 와이어드는 민주당과 공화당 양당에 기부를 하던 엘리슨이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대(對)이스라엘 정책에 불만을 가지며 2016년 공화당 지지로 돌아섰다고 보도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2022년 엘리슨 소유 하와이 리조트에서 가족 휴가를 보냈고, 엘리슨은 네타냐후 총리의 뇌물수수 혐의 재판 과정에서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엘리슨 일가는 CBS 뉴스를 인수한 후 친이스라엘 성향의 유대계 언론인 바리 와일스를 편집국장에 임명했다.이에 타임스오브이스라엘은 “이스라엘 안팎에서 엘리슨의 틱톡 인수를 계기로 틱톡 내 반유대주의 콘텐츠에 대한 잣대가 엄격해질 것이라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지윤 기자 asa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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