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기획] 진격하는 중국 TV 중국 1등 TCL, 소니 TV사업부 흡수… “내년 삼성 선두자리 위협할 수도” 2000년대 중반 존재감 없던 中 TV… 과거 韓 수직계열화 따라해 급성장 기술력은 여전히 韓과 ‘초격차’ 지적
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박람회 ‘CES 2026’ 내 중국 TCL 전시장. 라스베이거스=신화통신
글로벌 전자업계를 더 놀라게 한 사건은 CES 2026 종료 이후 전시장 밖에서 터졌다. TCL이 한때 전 세계 ‘가전의 제왕’이었던 일본 소니의 TV 부문을 삼킨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 기업들이 일본 경쟁사를 추월할 때 썼던 ‘패널-완제품’ 수직계열화 공식을 그대로 복사해 몸집을 키웠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저가 제품 중심으로 TV 시장을 잠식했다. 이제는 일본 TV 브랜드까지 흡수하며 프리미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 소니 품은 中 TV, 프리미엄 시장 정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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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TV 업체 TCL, 소니 품고 프리미엄 시장 조준
TV 업계는 TCL이 가진 제조 공급망과 소니의 브랜드 파워를 합치면 막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결합이 아직까지 한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소니는 TV 사업을 TCL에 넘기고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2018년 요시다 겐이치 최고경영자(CEO) 부임을 계기로 전자회사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콘텐츠 분야에 주력, 세계 최고의 지식재산권(IP) 기업으로 변모했다. 전 세계에서 흥행한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스파이더맨’ 영화, 게임 등이 대표적이다. 또 게임 기기 플레이스테이션은 콘솔 게임 시장 점유율 약 45%로 압도적인 1위다. 2, 3위 닌텐도(27%), 엑스박스(23%)와 20%대 점유율 차이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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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윈 호텔에 꾸린 삼성전자 CES 2026 단독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130형 마이크로 RGB TV를 살펴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뉴스1
전환점은 이 회사가 2009년 디스플레이 사업에 진출하면서 발생했다. 디스플레이 회사 CSOT를 설립해 패널부터 TV까지 자체 기술력으로 생산하는 수직계열화에 나선 것이다. 중국전문가포럼은 지난해 4월 발간한 TCL 분석 보고서에서 “CSOT 설립은 TCL이 단순 제조기업에서 기술 기반 기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중요한 변곡점이었다”며 “특히 패널 자체 생산 능력을 확보해 원가 경쟁력과 기술 혁신 속도를 동시에 향상시키고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 LG 등 선도 기업들과 정면으로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기술 육성을 위한 ‘디스플레이 굴기’를 내세운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더해지며 TCL은 일약 글로벌 TV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했다.
6일(현지 시간) CES 2026 박람회에서 LG전자 관계자가 초슬림 무선 TV LG올레드 에보 W6를 소개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P
● 북미 시장에서 충돌하는 한중 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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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TCL 창업자 리둥성(李東生) 회장은 미국 판매량을 연 100만 대로 잡으며 본격적인 진출에 나섰다. 미국에서 매년 20만∼30만 대를 판매하던 시절 4, 5배에 이르는 목표를 잡은 것이다. TCL의 기업 역사를 담은 책인 ‘만물생생(萬物生生)’에 따르면 리 회장은 당시 “어떤 시장에서든 영향력을 가지려면 최소 1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100만 대는 목표로 잡아야 한다”며 “그정도 규모를 달성하지 못하면 유통 시장에서 외면받고 장기적으로 현지 판매 체계를 구축할 기회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TCL은 그해 월마트 정규 브랜드 입점을 시작으로 아마존,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 채널을 잇달아 뚫었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2015년 미국 내 TV 판매량은 101만 대로 처음 100만 대를 넘어섰다.
하이센스도 같은 해 일본 샤프의 멕시코 TV 생산 공장을 인수하며 인지도가 급격하게 올랐다. 미국 시장에서 신뢰도 높은 샤프 브랜드를 앞세워 TCL과 마찬가지로 월마트, 베스트바이 등 주요 유통망을 확보한 것이다. 하이센스는 이후 2019년 샤프 측과 합의해 브랜드를 반납하고 자체 브랜드로 단독 승부를 보기 시작했다.
한국 TV 업계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에 맞서 훨씬 더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는 ‘초격차’ 전략을 펴고 있다. 같은 LCD TV에서도 밝기, 화질 면에서 한국 TV의 기술력이 더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실제 프리미엄 LCD TV인 QD 분야에서 TCL, 하이센스 등 중국산은 국제 표준을 지키지 않고 허위 광고해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핵심 부품을 넣지 않고 출시했다는 의혹이다.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소송까지 당한 상태다. OLED TV도 패널 내 소자를 구현하는 방식 등 기술적으로 삼성, LG와 소니 간 격차가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국 기업들의 가장 큰 과제는 프리미엄 전략 속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전세계 TV 시장의 수요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고물가, 고환율, 관세 등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많아지며 이익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전략만으로는 중국을 따돌리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수익성 확보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