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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소니마저 삼킨 中 TCL, 이젠 韓 프리미엄 시장 ‘정조준’

입력 | 2026-01-31 01:40:00

[토요기획] 진격하는 중국 TV
중국 1등 TCL, 소니 TV사업부 흡수… “내년 삼성 선두자리 위협할 수도”
2000년대 중반 존재감 없던 中 TV… 과거 韓 수직계열화 따라해 급성장
기술력은 여전히 韓과 ‘초격차’ 지적




7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박람회 ‘CES 2026’ 내 중국 TCL 전시장. 라스베이거스=신화통신

이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가전·정보기술(IT) 박람회인 ‘CES 2026’. 올해 행사에서는 중국 TV업체 TCL이 삼성전자가 15년간 지켜온 행사장 내 ‘센트럴홀’ 명당 자리를 차지하며 화제가 됐다. 삼성은 외부에 단독 전시장을 꾸리는 전략적 선택을 했고, TCL은 모두의 이목이 집중되는 상징적인 공간을 꿰찼다. TCL 바로 옆에는 TCL과 함께 중국 내 ‘TV 2강(强)’으로 불리는 하이센스가 부스를 차렸다.

글로벌 전자업계를 더 놀라게 한 사건은 CES 2026 종료 이후 전시장 밖에서 터졌다. TCL이 한때 전 세계 ‘가전의 제왕’이었던 일본 소니의 TV 부문을 삼킨 것이다. 중국 업체들은 한국 기업들이 일본 경쟁사를 추월할 때 썼던 ‘패널-완제품’ 수직계열화 공식을 그대로 복사해 몸집을 키웠다. 여기에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중저가 제품 중심으로 TV 시장을 잠식했다. 이제는 일본 TV 브랜드까지 흡수하며 프리미엄 시장을 정조준하고 있다.

● 소니 품은 中 TV, 프리미엄 시장 정조준

중국 TV 업체 TCL, 소니 품고 프리미엄 시장 조준

TCL과 소니는 20일 홈 엔터테인먼트 합작 회사를 설립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TCL이 51%, 소니가 49% 지분을 보유하는 구조다. 소니가 합작사에 TV 사업을 이관해 사실상 자체 TV 사업에 철수하는 방식이다. 합작사는 소니 브랜드는 물론 하이엔드 라인인 ‘브라비아’도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

TV 업계는 TCL이 가진 제조 공급망과 소니의 브랜드 파워를 합치면 막강한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으로 보고 긴장하고 있다. 특히 이번 결합이 아직까지 한국 업체들이 주도하고 있는 프리미엄 시장에서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을 키울 수 있기 때문이다.

TCL을 비롯한 하이센스, 샤오미 등 중국 TV 업체들은 프리미엄 분야에서 퀀텀닷(QD), 미니 발광다이오드(LED) 등 액정표시장치(LCD) 기반 TV에 집중해 왔다. 한국 기업들이 프리미엄 LCD TV에 더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를 앞세워 ‘투 트랙’ 전략을 펼친 것과 대비된다.

하지만 TCL이 소니 브랜드를 흡수하면서 중국이 OLED TV에 진출할 발판이 마련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소니는 글로벌 OLED TV 시장 3위(점유율 8.3%)로 LG(49.7%), 삼성(30.9%)과 OLED TV 시장에서 경쟁을 벌이던 사실상 유일한 기업이었다. 아울러 TCL이 소니 브랜드의 LCD TV 포트폴리오를 확대할 것이란 예상도 있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TCL과 소니의 합작으로 2027년 삼성의 TV 선두 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소니는 TV 사업을 TCL에 넘기고 앞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소니는 2018년 요시다 겐이치 최고경영자(CEO) 부임을 계기로 전자회사의 정체성에서 벗어나 콘텐츠 분야에 주력, 세계 최고의 지식재산권(IP) 기업으로 변모했다. 전 세계에서 흥행한 ‘귀멸의 칼날’ 애니메이션을 비롯해 ‘스파이더맨’ 영화, 게임 등이 대표적이다. 또 게임 기기 플레이스테이션은 콘솔 게임 시장 점유율 약 45%로 압도적인 1위다. 2, 3위 닌텐도(27%), 엑스박스(23%)와 20%대 점유율 차이를 보이고 있다.

● 한국 벤치마킹이 中 TV ‘전환점’

4일(현지 시간) 미국 라스베이거스 윈 호텔에 꾸린 삼성전자 CES 2026 단독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이 130형 마이크로 RGB TV를 살펴보고 있다. 라스베이거스=뉴스1

TCL은 2010년 전까지만 해도 삼성, LG 등 한국 TV 업계에 그다지 위협적인 존재가 아니었다. 2000년대 중반까지는 독자적인 브랜드 파워를 가지기보다는 글로벌 제조업체들로부터 위탁을 받아 생산, 판매하는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기지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전환점은 이 회사가 2009년 디스플레이 사업에 진출하면서 발생했다. 디스플레이 회사 CSOT를 설립해 패널부터 TV까지 자체 기술력으로 생산하는 수직계열화에 나선 것이다. 중국전문가포럼은 지난해 4월 발간한 TCL 분석 보고서에서 “CSOT 설립은 TCL이 단순 제조기업에서 기술 기반 기업으로의 전환을 의미하는 중요한 변곡점이었다”며 “특히 패널 자체 생산 능력을 확보해 원가 경쟁력과 기술 혁신 속도를 동시에 향상시키고 글로벌 시장에서 삼성, LG 등 선도 기업들과 정면으로 경쟁할 수 있는 발판이 됐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기술 육성을 위한 ‘디스플레이 굴기’를 내세운 중국 정부의 막대한 지원이 더해지며 TCL은 일약 글로벌 TV 시장에서 존재감을 강화했다.

6일(현지 시간) CES 2026 박람회에서 LG전자 관계자가 초슬림 무선 TV LG올레드 에보 W6를 소개하고 있다. 라스베이거스=AP

이는 삼성과 LG가 TV 분야에서 과거 일본을 꺾었던 ‘승리 방정식’을 그대로 벤치마킹한 것이다. 자체 패널 생산 계열사가 없는 소니와 달리 삼성과 LG는 각각 삼성디스플레이, LG디스플레이라는 패널 공급망을 구축한 뒤 대량 생산 시스템을 만들었다. 그 결과 소니를 빠르게 따라잡을 수 있었다. 여기에 소니가 2000년대 당시 브라운관에서 LCD로의 전환을 뒤늦게 하는 오판을 하면서 삼성이 2006년 처음으로 TV 1등 자리를 차지했다. 삼성은 그때 차지한 TV 시장 1위 자리를 지난해까지 20년 연속 지키고 있다.

● 북미 시장에서 충돌하는 한중 TV

한중 TV 업계는 이제 세계 최대 소비시장인 미국에서 치열한 주도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양국 업체 간 미국 내 경쟁이 본격화된 시점은 2015년부터다.

당시 TCL 창업자 리둥성(李東生) 회장은 미국 판매량을 연 100만 대로 잡으며 본격적인 진출에 나섰다. 미국에서 매년 20만∼30만 대를 판매하던 시절 4, 5배에 이르는 목표를 잡은 것이다. TCL의 기업 역사를 담은 책인 ‘만물생생(萬物生生)’에 따르면 리 회장은 당시 “어떤 시장에서든 영향력을 가지려면 최소 10% 이상의 시장 점유율이 필요하고, 이를 위해 100만 대는 목표로 잡아야 한다”며 “그정도 규모를 달성하지 못하면 유통 시장에서 외면받고 장기적으로 현지 판매 체계를 구축할 기회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TCL은 그해 월마트 정규 브랜드 입점을 시작으로 아마존, 코스트코 등 대형 유통 채널을 잇달아 뚫었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으로 2015년 미국 내 TV 판매량은 101만 대로 처음 100만 대를 넘어섰다.

하이센스도 같은 해 일본 샤프의 멕시코 TV 생산 공장을 인수하며 인지도가 급격하게 올랐다. 미국 시장에서 신뢰도 높은 샤프 브랜드를 앞세워 TCL과 마찬가지로 월마트, 베스트바이 등 주요 유통망을 확보한 것이다. 하이센스는 이후 2019년 샤프 측과 합의해 브랜드를 반납하고 자체 브랜드로 단독 승부를 보기 시작했다.

이제 한중 TV 업체 간 점유율 차이는 크지 않은 상황이다. 시장조사업체 옴디아에 따르면 지난해 9월까지 글로벌 TV 시장에서 수량 기준 TCL의 점유율은 14.3%로 삼성(17.9%)에 이어 2위였다. 3위는 중국 하이센스로 12.4%, 4위 LG는 10.6%다. 삼성과 TCL의 격차는 2022년 8.5%포인트였던 것이 지난해 3.6%포인트까지 좁혀졌다.

한국 TV 업계는 중국 업체들의 추격에 맞서 훨씬 더 뛰어난 기술을 개발하는 ‘초격차’ 전략을 펴고 있다. 같은 LCD TV에서도 밝기, 화질 면에서 한국 TV의 기술력이 더 우수하다고 평가받는다. 실제 프리미엄 LCD TV인 QD 분야에서 TCL, 하이센스 등 중국산은 국제 표준을 지키지 않고 허위 광고해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단가를 낮추기 위해 핵심 부품을 넣지 않고 출시했다는 의혹이다. 미국 소비자들로부터 소송까지 당한 상태다. OLED TV도 패널 내 소자를 구현하는 방식 등 기술적으로 삼성, LG와 소니 간 격차가 크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한국 기업들의 가장 큰 과제는 프리미엄 전략 속에서 수익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고부가 제품 중심으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지만 전세계 TV 시장의 수요가 좀처럼 살아날 기미가 보이지 않는 데다 고물가, 고환율, 관세 등 비용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 많아지며 이익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업계 관계자는 “프리미엄 전략만으로는 중국을 따돌리는 데 한계가 있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는 사실”이라며 “수익성 확보를 위한 새로운 돌파구가 필요하다”고 했다



박현익 기자 bee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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