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1심 선고 공판 생중계를 지켜보고 있다. 뉴스1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우인성)는 28일 자본시장법 위반, 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등을 받는 김 여사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하고 압수된 그라프 목걸이 몰수와 1281만5000원을 추징했다.
앞서 김건희 특검(특별검사 민중기)은 김 여사에게 징역 15년에 벌금 20억 원, 추징금 9억4800여만 원을 구형한 바 있다. 특검은 구형 의견에서 “양형 기준 내 최고형도 부족하다”고 강조했지만 재판부는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혐의 등을 무죄로 판단하면서 구형에 비해 크게 낮은 형량이 선고됐다.
광고 로드중
우인성 부장판사가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김건희 여사의 자본시장법·정치자금법 위반, 특정범죄 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혐의 1심 선고 공판에서 판결문을 낭독하고 있다. 중앙지법 제공
세 혐의 중 가장 관심이 쏠렸던 부분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이다.
김 여사는 2010년 10월부터 약 2년 2개월간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에 가담해 8억 원 상당의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핵심 쟁점은 김 여사의 시세조종 ‘인지’ 여부였다. 김 여사 측은 그간 주가조작을 몰랐다고 주장했지만 특검은 김 여사가 자신 명의 계좌뿐만 아니라 다른 직원 명의 계좌까지 동원해 주가조작에 가담한 정황 등에 비춰봤을 때 김 여사를 공범으로 판단해 재판에 넘겼다.
재판부는 “시세조종 세력 중 누구도 피고인에게 시세조종에 관하여 직접 알려준 바가 있다고 진술하는 사람이 없었다”며 “피고인이 시세조종에 있어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하였는지에 관한 자료가 없었다”고 판단했다. 또 “피고인이 블랙펄과공모관계에 있는 내부자가 아니라 그 공모관계 밖에 존재하는 외부자, 즉 거래 상대방으로 취급됐다”며 “피고인이 시세조종 세력과 공모관계에 있지 아니함을 보여준다”고 했다. 이어 “시세조종 세력이 피고인을 공동정범으로 여기며 함께 범행을 수행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작전 세력이 김 여사를 한 팀으로 여기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재판부는 “(김 여사가) 시세조종 세력에게 주식을 매도하고 자금을 일임해 1인 매매를 위탁한 것으로 보이는데 (이들에게) 주기로 한 수익금 40%는 일반적인 경우보다 상당히 높다”며 “(김 여사가) 미필적으로나마 자신의 자금이나 주식이 시세조종 행위에 동원될 수 있음을 인식하면서도 이를 용인했다고 볼 여지가 없지 않다”고 했다. 이어 “거래 관련 증권사 직원과 통화를 하면서 자신의 통화가 녹음되는 것을 염려했다”며 “정상적 거래라면 염려할 이유가 없다”고 지적했다.
광고 로드중
재판부는 “피고인이 시세조종에 있어서 어떠한 역할을 수행했는지에 관한 자료가 없다”며 “피고인은 (상대와) 수익금을 정산하면서 대신증권에 있던 주식을 블랙펄인베스트먼트 측에서 일방적으로 할인율을 정해 블록딜로 매각한 것에 항의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양측이 공모관계에 있었다면 블랙펄 측이 김 여사에게 알리지 않고 일방적으로 할인율을 정해 시가보다 낮게 할인 매각하지는 못했을 것이란 설명이다.
또 일부 거래에 대해서는 공소시효 10년이 지났다고 판단했다. 공소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것에 대해선 “범죄 증명이 없다”며 관련 혐의에 대해 무죄로 봤다.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통일교 청탁·뇌물 수수 의혹 혐의 등으로 구속기소 된 김건희 여사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 출석해 있다. 2025.09.24. 뉴시스
김 여사는 20대 대선을 앞둔 2021년 6월~2022년 3월 윤 전 대통령과 공모해 정치 브로커 명태균 씨로부터 2억7000만 원 상당의 여론조사 결과를 무상으로 제공받고, 그 대가로 명 씨의 부탁을 받아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공천에 개입한 혐의도 받는다. 그간 김 여사 측은 “조사를 의뢰한 적은 없다”는 입장을 밝혀왔고, 특검은 여론조사가 윤 전 대통령 부부 의사에 따라 협의 거쳐 진행됐다고 봤다.
광고 로드중
또 “피고인 부부가 여론조사 비용 상당의 재산상 이익을 취득하는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명 씨가 여론조사에 관해 피고인 등의 지시를 받은 증거가 없다”고도 했다. 명 씨가 자발적으로 여론조사를 한 이유에 대해선 “홍보 효과로 미래한국연구소가 얻는 이익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여론조사 대가로 김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약속받은 것으로 단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재판부는 “명 씨는 (공천을 두고) 김 여사의 선물이라고 얘기했는데 만약 2021년 3월 하순경 피고인이 명 씨를 만나 김 전 의원에 대한 공천을 확언했다면 명 씨가 2021년 4~5월까지 여러 사람들에게 지속적으로 연락해 김 전 의원을 공천해 줄 것을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정치자금법 위반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다”며 무죄로 봤다.
● “2022년 7월 샤넬백-목걸이 수수, 청탁에 대한 알선 대가”
김 여사는 대선 이후인 2022년 4~7월 통일교 측으로부터 현안을 들어주는 대가로 건진법사 전성배 씨를 통해 샤넬 백과 그라프 목걸이 등 8000만 원대 금품을 받아 챙긴 혐의도 있다. 이는 청탁과 대가성 인정 여부가 쟁점이었다. 재판부는 대선 후인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김 여사와의 통화에서 윤 전 대통령의 당선을 축하한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이는 의례적 표현이고 대화 내용 중 청탁이라고 볼 만한 것은 없다고 봤다. 또 “(2022년 4월경) 가방을 수수할 당시까지도 청탁이라고 볼 만한 것은 없어 알선 명목으로 금품을 받은 것으로 볼 수 없다”며 무죄로 판단했다.
다만 3개월 뒤인 2022년 7월 샤넬 백 등 수수와 관련해선 “피고인은 가방을 교부받을 당시 통일교의 청탁 내용이 정부 차원의 경제적인 지원과 관련돼 있음을 인식하고 있었고 경제적 지원을 위해 노력 중이라는 것은 피고인에게 청탁의 실현을 위해 알선 의사가 있었음을 보여준다”고 했다. 또 그라프 목걸이에 대해선 “전 씨는 윤 전 본부장이 같은 날 보낸 문자, 즉 교육부 장관이 아프리카 청년부 장관들을 예방해달라는 청탁 내용을 피고인에게 그대로 전달했기 때문에 피고인이 청탁 내용을 인식하면서 그 다음날 전 씨로부터 처남을 통해 목걸이를 전달받았다. 청탁에 대한 알선의 대가 및 명목으로 받은 것”이라고 판단했다.
우인성 부장판사가 24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김건희 여사의 첫 재판에서 법정 촬영 허가 사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5.9.24/뉴스1
재판부는 “영부인은 대통령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고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대표하는 상징적 존재이기 때문에 그에 걸맞은 처신이 필요하고 기본적으로 높은 청렴성이 요구된다”며 “솔선수범 못할 망정 반면교사 돼선 안 된다”고 꾸짖었다. 이어 “공정을 해하는 부패는 금전 청탁과 필연적으로 결부된다”며 “지위가 높을수록 이를 의식적으로 경계해야 하는데 피고인은 자신의 지위를 영리추구 수단으로 오용했다”고 지적했다. 또 “청탁과 결부된 고가의 사치품을 뿌리치지 못하고 자신을 치장하는 데 급급했다”며 “‘검이불루(儉而不陋), 화이불치(華而不侈)’라는 말처럼 굳이 값비싼 물건 두르지 않고도 검소하게 할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금품을 먼저 요구한 적이 없고 뒤늦게나마 자신의 사려깊지 못한 행동을 반성하고 있다”며 “별다른 범죄 전력이 없는 것도 유리한 양형 사유”라고 설명했다.
김 여사는 역대 영부인 가운데 실형을 선고 받은 첫 사례다. 헌정사상 첫 ‘전직 대통령 부부 모두 실형 선고’라는 불명예도 안게 됐다. 윤 전 대통령은 앞서 체포방해 등 혐의로 징역 5년을 선고 받았다. 이미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아온 김 여사는 별도의 구속 집행 절차 없이 다시 서울구치소에 수감될 전망이다.
조혜선 기자 hs87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