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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상자산-포용금융… 금융권, 새 판 짠다

입력 | 2026-01-29 04:30:00

5대 금융그룹 회장 신년사로 본 경영전략
“시장 판 바뀐다” 신년 공통 키워드는 ‘혁신’
AI 발달로 금융 패러다임 대전환 시작 인식
‘생산적 금융’에 614조… 소비자 보호도 강화




게티이미지뱅크

국내 금융그룹 수장들은 거침없이 변하고 있는 금융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혁신’이란 키워드를 내세웠다. 인공지능(AI), 가상자산 등의 영향으로 금융의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는 만큼 낡은 관습에서 벗어나 새로운 가치를 창출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이들은 금융그룹과 은행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는 상황에 맞춰 ‘생산적 금융’과 ‘포용금융’에 대한 실천 의지도 내비쳤다. 부동산에 쏠려 있는 자금을 중소기업, 스타트업 등 모험 자본으로 옮기는 동시에 소상공인, 자영업자 등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제고에도 힘쓸 계획이다. KB,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 등 5대 금융그룹 회장들이 새해를 맞이해 밝힌 올해 경영 전략을 짚어봤다.


5대 금융그룹 회장 신년사 자료: 각 사 취합



AI·디지털 전환 대응 강조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는 2028년까지 전 세계 빅테크 기업들의 AI 투자 규모가 3조 달러(약 4343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AI를 필두로 디지털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금융 산업도 구조적인 변화가 예상된다. 이에 금융그룹 수장들은 이 같은 ‘대전환 국면’에 발 빠르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양종희 KB금융그룹 회장은 “AI라는 큰 파도는 금융시장의 판을 바꿀 것”이라며 “KB금융의 강점과 기반은 확실히 지키면서 새로운 환경에 맞게 사업 방식을 전환해야 한다”고 했다. 업무 처리 방식을 단순히 개선하는 차원을 넘어 금융업을 바라보는 관점 자체에 변화를 주길 임직원들에게 당부한 것이다.

진옥동 신한금융그룹 회장도 “기술이 금융의 질서를 바꾸는 중대한 변곡점에 서 있으며 금융의 역사와 패러다임이 송두리째 바뀌는 대전환은 이미 시작됐다”며 “먼 미래를 내다보고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임종룡 우리금융그룹 회장 역시 “AI 전환은 금융의 판도를 좌우할 수 있는 기준점이 되는 만큼 ‘우리금융은 AI 회사’라는 마음가짐으로 그룹 전반에 뿌리내려야 한다”고 했다.

수장들은 디지털 자산이 각광받는 상황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점도 덧붙였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은 “디지털 금융의 패러다임이 재편되는 지금, 새로운 규칙(룰)을 만들고 시장을 선도하는 설계자로 거듭나야 한다”며 “국내외 파트너사들과 제휴를 통해 가상자산(코인) 유통망을 완성하고 AI 기술 연계 및 통화 관련 정부 정책 공조를 통해 완결된 생태계를 주도적으로 설계해야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생산적·포용금융 활성화

금융지주 수장들은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생산적 금융’의 활성화에 동참하겠다는 계획도 내비쳤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민간 금융권은 향후 5년 동안 총 614조 원 규모의 생산적 금융을 지원할 예정이다. 이는 5대 금융지주들이 지난해 10월 발표한 525조 원보다 약 17% 늘어난 수준이다.

이찬우 NH농협금융지주 회장은 “단순히 정부 정책에 부응하는 차원을 넘어 농협금융 자산의 질적 개선과 대한민국 경제 대전환에 선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진 회장도 “산업과 미래의 변화를 꿰뚫어 보는 선구안은 생산적 금융에 필요한 핵심 역량”이라며 “향후 그룹 성장은 자본시장 경쟁력에 달려 있는 만큼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투자를 확대하고 혁신 기업들의 동반 성장 파트너로 거듭나야 한다”고 했다.

수장들은 금융 소외계층을 위한 ‘포용금융’에 대한 의지도 다시 한번 밝혔다. 임 회장은 “서민과 취약 계층을 위한 포용금융 사업을 확대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우리금융은 이를 위해 개인 신용대출 금리 연 7% 상한제 대상을 확대하는 등 금융 사각지대를 줄이기 위해 혜택을 지속해서 제공할 계획이다.

양 회장도 “생산적 금융으로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을 뒷받침하는 금융 본연의 역할뿐 아니라 포용금융으로 우리 공동체의 취약계층을 지키는 방파제로서의 소명도 이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소비자 보호 강화 방침

금융지주 수장들은 소비자 보호 기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기조도 잊지 않았다. 함 회장은 “불완전판매 근절, 보이스피싱 선제 대응 등 사전 예방적 소비자 보호 체계를 강화하고 내부통제를 개혁하는 수준으로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며 “다양한 사회문제 해결에 적극 동참해 사회 균형성장에도 기여해야 한다”고 말했다.

진 회장도 “고객 정보와 자산을 안전하게 보호하기 위해 치열하게 고민하고 실천해야 할 것”이라며 “내부통제 강화와 책무 구조도의 실효성 있는 구동에도 힘써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이 회장은 신년 농협금융 경영 전략 회의에 참석해 “금융의 본질은 신뢰에 있다”며 임직원들에게 소비자 보호 업무 체계 내실화와 내부통제 강화를 주문했다.

우리금융은 국내 금융지주 최초로 지주 차원의 금융소비자 보호 총괄책임자(CCO)를 별도로 선임하고 소비자 보호 부문을 신설했다. CCO는 그룹 소비자보호정책과 운영 현황을 총괄하고 관리할 수 있는 독립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임 회장은 “변화의 속도가 빠를수록 금융인으로서 중심과 본분을 더 단단히 지켜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양 회장도 소비자 보호 강화 방침을 강조하며 “금융의 본질은 고객의 믿음인 신뢰에 있고, 금융인의 전문성과 실력으로 고객에게 신뢰를 줘야 한다”고 임직원들에게 당부했다.



강우석 기자 wsk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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