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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뒀지?” 깜빡하는 기억력 감퇴… ‘노년 고립’으로 가는 조용한 시작

입력 | 2026-01-28 04:30:00

집중력 높이는 뇌 건강 관리법
기억력 저하로 가족 소통 줄어… 친구 관계-안전 문제로 이어져
뇌 세포막 핵심 포스파티딜세린… 12주간 섭취로 인지기능 개선





어제저녁 무엇을 먹었는지 한참을 떠올려야 하고 방금 통화를 끝냈는데도 누구와 무슨 이야기를 했는지 흐릿해지는 일이 잦아진다. 60∼70대 대부분은 이를 ‘나이가 들어 생기는 자연스러운 변화’로 여기고 넘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기억력 감퇴를 단순한 건망증으로 치부해선 안 된다고 말한다. 기억력 저하는 개인의 인지 기능 문제를 넘어 사회적 관계와 일상을 무너뜨리는 ‘노년 고립’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가장 가까운 가족과 멀어지는 순간

기억력 저하가 가장 먼저 드러나는 곳은 가정이다. 자녀와 나눈 대화를 기억하지 못해 같은 질문을 반복하고 기억의 오류로 사소한 갈등이 잦아진다. 처음에는 가족도 ‘나이 탓’이라며 이해하려 하지만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소통은 점차 줄어든다. ‘말해도 어차피 잊는다’는 체념이 쌓이면서 노인은 대화의 중심에서 밀려나고 가족의 추억을 공유하지 못하는 ‘집 안의 섬’이 된다.

이 같은 정서적 고립은 우울과 불안을 키우고 다시 인지 기능을 떨어뜨리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기억력 감퇴는 사회생활에도 영향을 미친다. 일상 대화에서 적절한 단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대화의 맥락을 놓치는 일이 잦아진다. 약속을 착각하거나 반복적인 실수가 쌓이면 주변 관계는 자연스럽게 멀어진다.

경제적 문제도 뒤따른다. 공과금 납부 기한을 놓치거나 금융 사기, 특히 보이스피싱 범죄에 노출될 위험이 커진다.

가스불을 끄지 않거나 약 복용 시간을 잊는 등 안전 문제까지 겹치면 결국 타인의 도움 없이는 생활이 어려운 ‘의존적 노년’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기억력과 인지 기능은 뇌 신경세포 간의 원활한 신호 전달에 의해 유지된다. 노화가 진행되면 뇌세포막 내 포스파티딜세린의 함량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신호 전달 효율이 떨어지면서 기억력과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난다. 게티이미지뱅크


기억력의 기반, 신경세포막을 구성하는 핵심 성분

기억력과 인지 기능은 뇌 신경세포 간의 원활한 신호 전달에 의해 유지된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포스파티딜세린이다. 포스파티딜세린은 신경세포막 내층에 풍부하게 존재하는 인지질로 신경전달물질 수용체의 기능을 조절하고 세포 간 연결을 안정화한다. 노화가 진행되면 뇌세포막 내 포스파티딜세린의 함량이 감소하고 이로 인해 신호 전달 효율이 떨어지면서 기억력과 인지 기능 저하가 나타난다.

포스파티딜세린은 체내 합성이 제한적인 성분으로 나이가 들수록 자연 감소하는 특성이 있다. 이 때문에 외부 섭취를 통한 보충이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들이 보고되고 있다.

대두 유래 포스파티딜세린은 국내외에서 두뇌 건강 기능성 원료로 활용되고 있다. 인체적용시험에서 일정 기간 섭취 시 기억력과 학습 능력, 집중력 개선 효과가 관찰됐다.

평균 연령 60대 성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12주간 섭취 후 기억력과 인지 기능 지표가 유의미하게 개선됐으며 고령층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도 얼굴과 이름을 연계해 기억하는 능력과 주의 집중력이 향상된 것으로 보고됐다. 이러한 변화는 대체로 섭취 4∼12주 사이에 나타나는 경향을 보였다.



은행잎 추출물, 뇌 혈류 개선·신경 보호에 활용

은행잎 추출물 역시 기억력과 인지 기능 관리에 활용되는 대표적인 기능성 원료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플라보노이드와 혈류 개선에 관여하는 징코라이드, 신경세포 보호에 관여하는 빌로발리드 성분을 포함하고 있다. 이들 성분은 뇌 미세혈관의 혈류를 개선하고 활성산소로 인한 신경세포 손상을 줄이는 데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알츠하이머병이나 혈관성 치매 환자를 대상으로 한 일부 연구에서는 일정 기간 은행잎 추출물을 섭취했을 때 인지 기능과 행동 증상이 완화되는 경향이 관찰됐다.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도 기억력과 주의력 개선 효과가 보고된 바 있다.

전문가들은 기억력 관리를 단순히 ‘머리를 맑게 하는 문제’로 보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기억력은 가족과의 관계, 사회적 역할, 일상의 자립을 유지하는 핵심 기능이다.

초기 단계의 기억력 저하를 방치하지 않고 생활 습관 관리와 과학적 근거가 있는 방법을 통해 관리하는 것이 노년기 삶의 질을 좌우한다는 지적이다. 기억을 지키는 일은 곧 고립을 막고 삶의 연결을 유지하는 일과 다르지 않다.



김지현 기자 kinnj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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