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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發 전력수요 폭증, 재생에너지만으론 감당 못해” 정책 선회

입력 | 2026-01-27 04:30:00

[李정부, 신규 원전 짓는다] 탈원전 벗어나 새 원전 2기 건설
취임초 신규 원전 부정적이던 李
재생에너지 중심 정책 한계 인정
기후장관 “추가 건설 가능성 검토”
베트남-美 등 원전 수출 탄력 기대




정부가 26일 신규 원전 건설을 공식화한 것은 재생에너지 중심 에너지 정책의 현실적 한계를 인정하고, 전력 수급 안정성을 우선순위에 둔 결과로 해석된다. 인공지능(AI) 발전, 전기차 확산 등으로 향후 10년간 세계 전력 수요가 최대 50%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는데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위주의 전력 수급정책으로는 적기에 충분한 전력을 공급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취임 초만 해도 신규 원전 건설에 부정적 의견을 밝히며 탈원전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전망이 제기됐다. 하지만 미래 먹거리 산업 발전 과정에서 막대한 전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여론조사에서 신규 원전 건설 찬성 의견이 압도적인 것으로 나타나면서 발 빠르게 정책 기조를 전환했다. 에너지 정책 판단을 둘러싼 이념 논쟁을 벗어나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고려하는 유연한 대응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 ‘재생에너지로는 한계’ 지적에 정책 기조 선회

이재명 정부 출범 직후만 하더라도 원전을 바라보는 정권 시선은 부정적이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해 9월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두고 “(건설) 가능한 부지가 있고 안전성이 확보되면 하겠지만 거의 실현 가능성이 없다”고 말했다. 김성환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도 “원전에 대해서 찬성 반대 논의가 분분하다”며 “국민들과 숙의 토론 과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런 발언이 이어지면서 지난해 2월 여야 합의로 확정된 제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전기본)에 담긴 신규 원전 건설 계획이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것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실제로 기후부가 지난해 말 두 차례의 정책토론회와 여론조사를 거쳐 신규 원전 건설 여부를 확정하겠다고 밝히면서 신규 원전 건설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커지기도 했다.

정부가 태도를 바꾼 이유는 재생에너지 중심으로 에너지 정책을 이끌면 향후 전력 수요가 증가할 때 안정적인 전력 수급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수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계절에 따라 발전량이 들쑥날쑥한 편이다. 그런데 전력 수요는 앞으로 크게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지난해 11월 발표한 ‘세계 에너지 전망 2025’에서 2024년 연 2만7290TWh(테라와트시)였던 전 세계 전력 수요가 2035년까지 40∼50%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여론조사에서 국민 10명 중 6명 이상이 ‘신규 원전 건설에 찬성한다’고 답한 점은 정부의 원전 추진에 결정적 요인이 됐다. 국민적 찬성 여론이 높은 원전 건설에 정부가 계속 어깃장을 놨다가는 문재인 정부 때처럼 원전을 둘러싼 정치적 이념 갈등이 벌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정부가 전문가 의견, 국민 여론 등을 고려해 에너지 정책 기조 전환에 나서면서 해외 원전 수출도 탄력을 받을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베트남 원전 수주 프로젝트부터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베트남 정부는 남부 닌투언 지방에 원전 1, 2호기를 짓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의 이번 결정은 2050년까지 원전 300기를 증설하기로 한 미국 진출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될 수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국내에서) 원전을 포함한 에너지믹스를 적절하게 하고 필요하면 수출도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 신규 원전 추가 건설 가능성도 열어둬

정부는 올해 상반기(1∼6월) 윤곽이 드러날 12차 전기본에 신규 원전 추가 건설 계획을 포함할 가능성도 열어뒀다. 김 장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신규 원전 추가 건설 가능성을) 일부러 닫거나 하는 것은 아니고, 어느 정도의 수준이 대한민국의 에너지 믹스에 맞는지는 12차 전기본에서 검토할 예정”이라고 했다.

원전 업계는 환영했다. 한국원자력학회는 12차 전기본에 추가 신규 원전 건설 계획 반영을 촉구하면서 “전력 수요가 예측 범위를 넘어 급증하는 상황에서 ‘무탄소 기저 전원’인 원자력의 역할 확대는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주장했다.

경제계는 안도하는 분위기다. AI 확산과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등으로 전력 수요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안정적인 대규모 전력원을 확보하는 길이 열렸기 때문이다. 북미를 중심으로 소형모듈원자로(SMR) 등 원자력 에너지의 중요성이 재조명되는 가운데 전력 수급 불안 우려를 일정 부분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경기 용인시 등에서 첨단 반도체 클러스터를 조성하고 있는 반도체 업계의 전력 사정은 시급한 상황이다. 업계에 따르면 클러스터 가동을 위해 삼성전자는 약 9GW(기가와트), SK하이닉스는 약 5.5GW 등 총 14.5GW 이상의 전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원전 10∼15기의 발전량에 해당하는 규모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신규 원전 건설 방침이 중장기적인 전력 안정성 확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정순구 기자 soon9@donga.com
세종=주애진 기자 jaj@donga.com
이동훈 기자 dh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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