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 역할, 中견제로 전환 “어떤 국가도 패권 갖지 않도록” 中세력권 인정하며 경제 실리 추구 “한-일 등 분산된 군사 태세” 강조
안규백 국방부 장관(왼쪽)이 26일 오전 국방부를 방문한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 정책 차관(오른쪽)을 만나 접견 장소로 이동하고 있다. 안 장관은 “올해를 양국 국방 협력의 실질적인 성과를 창출하는 해로 만들어 가자”고 당부하며 콜비 차관과 한반도 안보 정세, 한미동맹 현안에 대해 논의했다. 국방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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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이 재래식 방위에 대해 더 큰 책임을 맡기로 한 이재명 대통령의 결정은 냉철(hard-headed)하고 실용적인 대응이다.”
엘브리지 콜비 미 국방부(전쟁부) 정책차관은 26일 세종연구소 연설에서 한국을 “모범 동맹(model ally)”이라고 평가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이재명 정부의 정책이 북한에 대한 방어는 한국이 주도하고 주한미군 현대화 등을 통해 중국에 대한 견제를 미국과 동맹국이 분담하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새 국가방위전략(NDS)의 방향과 일치한다고 강조한 것이다. 첫 아시아 순방에 나선 콜비 차관은 이날 연설에서 중국은 9차례 거론했지만 북한은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한미동맹의 역할을 한반도 방어에서 중국 견제로 전환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 “제1도련선 방어가 인태전략 핵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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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비 차관은 “우리는 중국의 ‘레짐 체인지(regime change·정권 교체)’를 추구하지도, 중국을 지배하려고 하지도 않는다”며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안정적인 균형이며, 어떤 국가도 패권을 갖지 않는 힘의 균형(balance of power)”이라고 말했다. 중국에 대한 ‘포위 전략’ 등을 통해 아시아에서 미국이 압도적 우위를 유지하는 대신 미국의 이익을 침범하지 않는 한 중국의 영향력을 존중하는 ‘힘의 균형’을 대(對)중 전략의 목표로 내세운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공개한 최상위 대외전략 지침인 국가안보전략(NSS)을 통해 서반구(아메리카 대륙) 방어를 최우선 순위로 두는 이른바 ‘돈로(Donroe·도널드 트럼프와 제임스 먼로의 합성어) 독트린’을 내놓은 바 있다. 이날 콜비 차관이 강조한 ‘힘의 균형’을 두고도 중국의 세력권을 인정하면서 경제적 실리를 취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 기조를 반영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콜비 차관은 이 전략의 핵심으로 일본 규슈와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 북부를 연결하는 미국의 방어선인 제1도련선 방어를 강조했다. 그는 “인도태평양 전략은 제1도련선을 따라 ‘거부에 의한 억제(deterrence by denial)’를 핵심으로 한다”며 “여기엔 한반도와 일본, 필리핀 등에 걸친 회복력 있고 분산된 군사태세의 현대화가 포함된다”고 했다.
‘거부에 의한 억제’는 미국이 중국의 군사적 목표 달성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중국이 받아들이고 군사행동을 포기하도록 유도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주한미군이 중국 억제에 초점을 맞추도록 역할과 규모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내비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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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방비 지출 증액 韓에도 이익”
콜비 차관은 또 한국의 국방비 지출 증액 등을 추켜세우면서도 북한은 한 차례도 거론하지 않았다. 그는 “이 대통령이 국방비 지출을 국내총생산(GDP)의 3.5%로 증가시켜 글로벌 표준에 맞추고 한국의 재래식 방위에 대해 더 큰 책임을 맡기로 한 결정은 우리가 직면한 안보 환경에 대한 현실적이고 현명한 이해가 반영된 것”이라며 “이는 미국에도 이익이지만 한국에는 더 큰 이익”이라고 말했다. 북한에 대한 방어는 한국이 주도해야 한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앞서 트럼프 행정부는 23일(현지 시간) 발표한 국가방위전략(NDS)에서 한국에 대해 “중요하지만 제한된 미국의 지원을 통해 북한을 억제하는 데 있어 주된 책임을 질 능력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한미 간 전시작전통제권 전환과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 후속 협상은 한층 속도를 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콜비 차관은 이날 오후 경기 평택시에 있는 주한미군기지인 캠프 험프리스를 방문해 제이비어 브런슨 주한미군사령관 겸 한미연합사령관으로부터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계획 등을 보고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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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부에 의한 억제(deterrence by denial)미국이 중국의 군사적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해 군사 행동을 포기하도록 만드는 전략. 미국은 이를 위해 일본 규슈와 오키나와, 대만, 필리핀 북부를 연결하는 제1도련선을 따라 강력한 방어선을 구축하겠다는 방침.
신나리 기자 journari@donga.com
윤상호 군사전문기자 ysh100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