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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급 시설 대신 ‘소규모 이웃 공동체’… 58세대 시니어타운 첫 선

입력 | 2026-01-27 04:30:00

[나눔, 다시 희망으로] 굿네이버스 미래재단
경기 시흥 배곧신도시 ‘더네이버스타운’
보통의 ‘중산층 노년’ 겨냥 주거 첫 설계
해외봉사-나눔… 사회 참여형 활동 확대
의료-교통-자연 인프라 갖춘 입지 선정




굿네이버스 미래재단의 시니어타운 시흥 ‘더네이버스타운’ 광역 조감도. 굿네이버스 미래재단 제공

초고령사회가 본격화된 한국에서 ‘관계의 수명’은 생물학적 수명보다 빠르게 줄어든다. 은퇴 후 ‘고립’은 나이 듦보다 더 큰 공포다.

“나이 들어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 앞에서 한국 사회의 선택지는 극단적이다. 수억 원대 하이엔드 실버타운은 소수의 특권이 됐고 정부 주도의 복지 주택은 저소득층에게만 열려 있다. 정작 다수의 중산층 시니어가 안심하고 머물 공간은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굿네이버스 미래재단(이하 미래재단)이 ‘더네이버스타운’을 새로운 시니어 주거 해법으로 제시하고 나섰다. 초고령사회에 기업 중심 시니어타운 개발이 활발해지는 가운데 비영리기관으로는 처음으로 실제 시니어들의 욕구를 기반으로 초기 개발부터 운영까지 주도하고 있어 의미가 크다.


굿네이버스 미래재단의 시니어 회원들이 해외 봉사 현장에서 나눔을 실천하고 있는 모습. 


“시설이 아닌 관계를 짓다” 노년학 전문가가 말하는 ‘관계의 생태’

미래재단의 시니어 주거 사업은 우연이 아니다. 35년 역사의 아동복지사업 전문 NGO 굿네이버스에는 10만 명의 60세 이상 시니어 회원이 있다. “은퇴 후에도 뜻있는 사람들과 모여 살며 사회에 기여하고 싶다”는 이들의 목소리는 2020년 시니어 사업 전담 기구인 미래재단 출범의 씨앗이 됐다.

미래재단은 사업 초기부터 하드웨어보다 철학적 기반을 다지는 데 주력했다. 아주대 산학협력단 등 석학들과 2021년부터 ‘한국형 시니어 주거공동체 모형’을 연구했다. 더네이버스타운의 서비스 모형은 시니어 주거 전문가인 미국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 사회복지학과 박소정 교수가 참여해 완성도를 높였다.

박 교수는 시니어타운의 본질을 꿰뚫는 통찰을 제시했다. “노년의 삶의 질은 물리적 구조가 아닌 ‘관계의 생태’가 결정합니다. 단순히 좋은 시설이 아니라 누구와 관계 맺느냐가 핵심입니다. 노년의 주거는 ‘혼자’의 자유로움과 ‘함께’의 든든함 사이 ‘적정 거리’를 설계하는 일이 돼야 합니다.”

더네이버스타운은 이 제언을 구현해 화려한 로비나 수영장 같은 과시적 시설 대신 문을 열면 언제든 이웃과 소통할 수 있는 ‘관계 중심 설계’를 택했다. 입주민이 격리된 노인이 아닌 공동체 속 시민으로 존재하게 하려는 의도다.


더네이버스타운 투시도.


혈연을 넘어 ‘사회적 가족’… 58세대의 자발적 울타리

경기도 시흥 배곧신도시에 오는 6월 입주 예정인 더네이버스타운은 지하 2층∼지상 7층, 58세대 규모다. 주목할 점은 소규모 구성이다. 대규모 단지의 효율성 대신 서로 안부를 물을 수 있는 최적의 규모를 택했다. 자녀가 부모를 부양하기 어려운 현대사회에서 가까이 사는 이웃이 서로를 돌보는 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재단의 의도가 담겼다.

이러한 유대감을 위해 1층 커뮤니티 라운지와 공용 공간을 조성해 자연스러운 교류를 유도하고 시니어 일자리 연계, 입주민 주도 동아리 활동 등 공동체 활동을 지원한다.



받는 노후에서 나누는 삶으로… ‘생산적 노년’의 실현

기존 시니어타운이 입주민을 돌봄과 서비스의 대상인 수동적 존재로 정의했다면 더네이버스타운은 가치를 창출하는 능동적 주체로 재정의한다. 이는 재단의 복지 전문성과 함께 지역사회 교류 및 체계적 자원봉사 서비스로 구현된다.

미래재단 김정석 총괄실장은 “타운 내 프로그램실은 단순한 취미 공간을 넘어 생생한 나눔의 현장이 될 것”이라며 “입주민들이 미래재단 인프라와 연계해 은퇴 전 전문성을 살린 아동·청소년 멘토링, 소외된 어르신을 위한 나눔, 해외 봉사 참여 등 사회공헌의 주역으로 활동하도록 지원할 예정이다”라고 강조했다.

이는 노년기의 ‘역할 상실감’을 ‘사회적 자존감’으로 치환하는 과정이다. 소비하는 노년이 아닌 경험과 지혜를 나누는 생산적 노년의 베이스캠프가 될 것이다.



익숙한 곳에서, 편안하게… 배곧에서 완성하는 지속가능한 삶

이 철학은 입지 선정에서 정점을 찍는다. 시니어 세대에게 낯선 장소는 고립을 가속화한다. 익숙한 도시에서 활력을 누리며 지속가능한 삶을 영위하도록 수도권 108곳을 답사한 끝에 시흥 배곧신도시를 낙점했다.

이곳은 안락한 노후를 위한 3박자(의료, 자연, 교통)를 갖췄다. 단지 앞 버스 정류장을 통해 서울 강남과 사당 등으로 1시간 내 이동 가능하고 도보권에는 신세계 시흥프리미엄아울렛 등 편의 시설과 대형 병원(시흥 센트럴병원, 건립 예정인 배곧서울대병원)이 있어 위급 시 대처가 용이하다. 또한 배곧한울공원과 7만 평(23만 ㎡) 규모의 배곧생명공원이 인접해 도심 속 자연 힐링을 누릴 수 있다.

내부 구성 역시 세심하다. 사회복지사와 간호사가 상주하는 웰니스센터에서는 개인별 건강관리와 식사, 청소 등 일상 돌봄 서비스를 제공한다. 가사 노동에서 해방된 입주민이 자아실현과 공동체 활동에 집중하도록 돕는 든든한 배경이다.



새로운 노후의 기준, ‘함께’의 가치

더네이버스타운은 민간의 효율성과 비영리의 공공성을 결합해 고립된 중산층 시니어들에게 ‘사회적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국내 주거 문화의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나이 들어 누구와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질문에 “좋은 이웃과 함께 서로를 돌보며 세상에 기여하며 살라”는 답을 전하는 더네이버스타운. 고립이 아닌 연결, 쇠퇴가 아닌 확장을 꿈꾸는 시니어들에게 이곳은 단순한 집 이상의 의미가 될 것이다.

더네이버스타운 입주 관련 자세한 내용은 굿네이버스 미래재단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윤희선 기자 sunny0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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