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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장 없는 구금” “견제받지 않는 조직”… 커지는 美 ICE 비판

입력 | 2026-01-26 04:30:00

9·11로 출범한 對테러 기관… 트럼프 2기에 대규모 이민 단속
과도한 단속으로 비판 커져… 시민권자도 무차별 체포
공화당, 反ICE 여론 고조에… 11월 중간선거 악재 우려




13일(현지 시간)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한 여성이 정부의 반(反)이민 정책에 항의하다가 당국에 연행되고 있다. 미니애폴리스=AP 뉴시스

“(9·11테러로) 3000명의 미국인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테러리스트들이 불법으로 이곳(미국)에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날로부터 ICE가 탄생했습니다.”

최근 민간인 사살 논란으로 큰 비판을 받고 있는 미국 이민세관단속국(ICE)의 최신 채용 영상에 나오는 문구다. 조직의 존재 이유가 2001년 9·11테러와 밀접하게 연관 있음을 보여준다.

2003년 3월 설립된 ICE는 ‘미국 내 불법 체류자와 테러범 색출’을 목적으로 한다. 인원 2만1800여 명, 예산 91억3000만 달러(약 13조3300억 원)의 공룡 조직이다.

권한도 막강하다. 무엇보다 불법 체류가 의심되는 모든 이를 언제든 체포하고 구금할 수 있다. 구금을 위해 법원 영장을 받을 필요도 없다. ICE 요원이 작전 수행 과정에서 복면으로 얼굴을 가리는 등 신원을 숨기는 것도 허용된다. 정치 매체 액시오스는 “ICE 요원은 경찰보다 훨씬 큰 집행 권한, 더 적은 투명성, 더 적은 제약 속에 활동한다”고 평가했다.

ICE 요원의 잇따른 민간인 사살 또한 ‘견제받지 않는 기관’이라는 조직 특성과 무관하지 않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불법 이민자 대규모 추방’을 핵심 정책으로 내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 후 그 경향이 더 두드러졌다. 반(反)ICE 시위에 나선 시민들이 이 조직을 ‘트럼프의 게슈타포(나치의 비밀 경찰)’로 강하게 비판하는 이유다. ICE가 어떤 조직이고 왜 논란에 휩싸였는지 짚어본다.

● 트럼프 2기 들어 무차별 체포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전부터 “연 100만 명의 불법 체류자를 추방시키겠다”고 호언장담했다. 이런 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ICE는 과거와 달리 범죄 경력이 없는 단순 불법 체류자들도 적극적으로 체포하고 있다.

버클리 캘리포니아대(UC버클리) 로스쿨의 ‘추방 데이터 프로젝트’에 따르면 트럼프 2기 행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1월 20일부터 같은 해 10월 15일까지 ICE가 체포한 사람 중 형사 유죄 판결 기록이 없는 ‘비범죄 경력자’ 비중이 72.2%에 달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시절인 2024년에는 이 비율이 49.1%였다.

같은 기간 ICE의 일평균 체포 건수 또한 981건으로 2024년(약 310건)의 3배 이상으로 급증했다. 뉴욕타임스(NYT)는 지난해 길거리, 주택, 사업장 등에서 이뤄지는 ICE의 ‘무차별(at-large) 체포’가 약 15만 건으로 전년 대비 4배 이상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강압적 단속 논란도 끊이지 않는다. 소셜미디어에는 복면을 쓴 ICE 요원들이 사복 차림으로 거리와 주차장, 학교, 교회, 법원 인근 등에서 무차별적으로 이민자를 체포하는 영상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강압적인 단속 방식도 논란이다. 운전자가 신분증을 바로 보여주지 않자 창문을 강제로 부순다거나, 자택에 강제 진입해 속옷 차림으로 체포하는 것 같은 과도한 단속 사례가 공유된다.

액시오스에 따르면 지난해 ICE 구금시설에서 최소 31명이 숨졌다. 바이든 행정부 시절 4년 동안 전체 사망자가 26명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큰 차이가 있다. 최근 국제 인권단체 앰네스티는 “ICE 구금자들이 질 낮은 식사, 극단적인 온도, 깨끗한 물 공급 부족”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불법 체류자가 아닌 시민권자에 대한 부당 구금도 문제다. 탐사보도 전문 매체 프로퍼블리카에 따르면 지난해 1∼9월 미국 시민이 불법 체류 혐의로 부당 구금된 사례가 최소 170건이었다.

● 정쟁 속 트럼프 1기 때부터 수장도 공석

ICE란 조직의 이런 특수성은 집권 공화당과 야당 민주당의 오랜 정쟁(政爭) 소재가 됐다. 소수계, 이민자의 지지가 두터운 민주당은 버락 오바마 전 행정부 시절부터 ICE 조직의 운영 방식에 대한 강한 의문을 제기해 왔다. 공화당 의원들 중에서도 본인이 히스패닉계이거나 지역구에 라틴계 유권자가 많은 의원들 위주로 ICE의 강압적인 단속 방식 등을 우려했다.

이 여파로 트럼프 1기 행정부가 출범한 2017년부터는 ICE 국장이 단 한 번도 상원 인준을 받지 못했다. 계속 국장 직무대행 체제로만 운영되고 있다. 현 토드 라이언스 국장 대행 또한 지난해 3월 지명됐지만 아직 ‘대행’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을 잘 보여주는 인물이 트럼프 2기 행정부의 백악관 ‘국경 차르’ 톰 호먼(65)이다. 호먼은 트럼프 1기인 2017년 1월∼2018년 6월 ICE 국장 대행으로 일했고 트럼프 2기에 ‘국경 차르’로 재기용됐다.

호먼은 ICE 간부 시절부터 체포된 불법 이민자 중 부모와 미성년 자녀를 격리해서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인권 유린이란 비판이 보수 진영에서도 제기됐지만 개의치 않았다. 실제로 그는 국장대행으로 근무 중이던 2018년 5월 ‘불법 이민자 부모-자녀’ 격리 정책을 도입했다.

다만 이 정책은 태생적으로 ‘잔혹하다’ ‘인륜에 어긋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 멜라니아 여사조차 “반대한다”고 밝혔다. 멜라니아 여사는 2018년 6월 텍사스주 매캘런의 12∼17세 미성년 불법 이민자의 수용 시설을 찾아 아이들을 위로했다. 결국 이 정책은 철회됐다. 호먼은 그 책임을 지고 ICE 국장 대행직에서 사퇴했다.

호먼은 사퇴 뒤에도 트럼프 대통령에게 충성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지난해 7월 공화당 전당대회 때 지지 연설자로 나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를 집권 2기의 국경 차르로 발탁했다.

호먼은 NYT 인터뷰에서 ‘트레이드마크’ 격인 불법 이민자 부모와 자녀의 격리 정책을 재도입할 가능성을 시사했다. 특히 부모는 불법으로 거주하고 있지만 미국에서 태어나 시민권이 있는 그들의 자녀까지 내쫓겠다며 “가족 전체의 추방을 주저하지 않겠다. 가족 전체가 추방될지 분리될지는 당신들이 결정하라”고 엄포를 놨다. 그는 불법 이민자를 효과적으로 걸러내기 위해 안면 인식 등 최신 인공지능(AI) 기술을 사용하고, 불법 이민자를 쉽게 신고할 수 있는 핫라인 개설도 추진하겠다고 했다.

ICE 산하에는 불법 이민자 체포·구금·추방을 담당하는 단속추방국(ERO) 외에도 마약 소탕 등 안보 관련 중대 범죄를 수사하는 국토안보수사국(HSI) 부서도 있다. 그러나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선 사실상 ICE의 모든 역량이 불법 이민자 단속에 쓰이고 있다. 스콧 슈차트 전 ICE 부국장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대테러 범죄 수사 목적으로 사용되던 기술들이 “추방시킬 (불법 이민자) 할머니들에게 쓰이고 있다”고 개탄했다.


● 공화당, 11월 중간선거 악재 우려

ICE의 공격적 단속 방식에 대한 논란은 여론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NYT와 시에나대가 이달 12∼17일 등록 유권자 162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의 61%가 ICE의 단속 방방식이 “과도하다”고 답했다. “과도하지 않다”(11%) “옳다”(26%)보다 훨씬 높았다.

ICE 기관 자체에 대한 부정 평가도 63%에 달해 긍정(36%)을 크게 앞질렀다. 특히 무당층에서는 ICE를 부정적으로 보는 여론이 70%까지 치솟았다.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정책 전반에 대한 지지율도 낮아지고 있다. AP통신의 8∼11일 조사에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이민 정책에 대한 긍정 답변은 38%에 불과했다.

집권 공화당은 이 같은 반ICE 여론이 11월 중간선거에서 작용할까 우려하고 있다. 쿠바계인 마리아 엘비라 살라사르 공화당 하원의원은 히스패닉계가 주 타깃인 강경한 불법 이민 단속이 라틴계 유권자에게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과거 야당인 민주당 지지세가 강했던 히스패닉 유권자는 2024년 대선에서 대거 트럼프 대통령을 찍었다. 이랬던 그들을 잃으면 중간선거에서 큰 타격이 예상된다는 것이다.

공화당 의원들은 당과 대통령이 중점을 두는 생활비 문제 해결 노력 대신 ICE 요원에게 사살된 민간인에 관한 소식이 언론지상을 도배하는 것에 대한 우려도 백악관에 제기했다. 7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의 비무장 백인 여성 러네이 니콜 굿(37), 24일 또 다른 미니애폴리스 시민 앨릭스 프레티(37)가 ICE 등 국토안보부 산하 기관의 요원에게 사살된 후 미 전역에서는 이에 관한 뉴스가 대서특필되고 있다.

민주당은 ICE의 상부 기관인 국토안보부 크리스티 놈 장관에 대한 탄핵 추진, ICE 예산 삭감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J D 밴스 부통령은 22일 미니애폴리스를 직접 방문해 강경 반이민 기조를 고수할 뜻을 분명히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밴스 부통령은 이날 미니애폴리스 ICE 지부 관계자들과 회의를 가진 뒤 현재의 혼란은 미국 내 다른 지역이 아닌 오직 미니애폴리스에서만 목격되고 있다며 “현지 경찰이 ICE의 단속 업무를 지원해야 한다”는 취지로 경찰의 협조를 촉구했다.



김윤진 기자 ky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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