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정학적 리스크로 안전자산 수요 쏠림… 단기 변동성 유의해야
금과 은 가격이 사실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은 1월 21일 서울 종로구 한 금은방에서 직원이 골드바를 정리하고 있다. 뉴스1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월 19일(이하 현지 시간) 자신의 노벨평화상 수상 불발과 덴마크 자치령 그린란드 통제 필요성을 연결 짓는 취지의 편지를 노르웨이 총리에게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에 대한 야욕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의 긴장감이 급격히 고조됐다. 이에 따라 ‘셀 아메리카(Sell America)’ 우려가 커져 미국 주식·채권·달러가 모두 약세를 보였다. 반면 안전자산 수요가 확대되면서 금 가격이 1월 20일 트로이온스당 4700달러(약 690만 원)를 넘어섰고, 은 역시 사상 처음으로 95달러(약 14만 원)를 돌파했다.
S&P500 급락, 금값은 사상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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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미국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런던 현물 금 가격은 트로이온스당 4701.23달러까지 올라 사상 처음으로 4700달러 선을 넘어섰다. 팀 워터 KCM트레이드 수석 애널리스트는 “트럼프 대통령의 파격적인 국제정치 행보와 저금리 지향 정책이 귀금속 시장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금·은·구리에 투자하는 상장지수펀드(ETF)에도 자금이 빠르게 유입됐다. 1월 21일 코스콤 ETF 체크에 따르면 최근 1주일간 금과 은에 투자하는 주요 ETF에 각각 1000억 원 이상이 순유입됐다. ‘KODEX 은선물(H)’에는 1303억 원, ‘ACE KRX 금현물’에는 1110억 원이 들어왔다. 구리 투자 ETF 가운데 순자산 규모가 가장 큰 ‘TIGER 구리실물’에도 396억 원이 유입됐으며, 글로벌 금 채굴 기업에 투자하는 ‘HANARO 글로벌금채굴기업’ 역시 93억 원 순유입을 기록했다.
덴마크 연기금도 미국 국채 팔아
이번 금과 은 가격 급등의 도화선은 트럼프 대통령의 그린란드 병합 강행 의지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9년에도 덴마크령 그린란드를 사고 싶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으며, 라르스 뢰케 라스무센 당시 덴마크 총리는 “만우절 농담 아니냐”고 일축했다. 그럼에도 주권 국가 영토를 부동산처럼 매입하려는 발상을 반복하는 배경에는 북극항로와 희토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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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1월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설에서 그린란드에 병력을 파견한 유럽 8개국을 대상으로 예고했던 관세를 철회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그린란드 병합 의지를 거두지 않는 한 미국달러 자산에 대한 기피 현상이 이어지고 금과 은 가격이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세계 최대 헤지펀드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 창업자인 레이 달리오는 “지정학적 갈등이 고조될 경우 동맹국 간에도 상대국 부채를 보유하려는 유인이 줄어들고, 금 같은 ‘경화’를 선호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경화는 국경을 넘어 통용되고, 가치가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산을 의미한다.
실제 자금 이동도 나타나고 있다. 덴마크 학술인 연기금인 아카데미커펜션은 현재 보유 중인 미국 국채 1억 달러(약 1470억 원)어치를 이달 말까지 모두 처분하기로 했다. 유럽 국가들은 현재 약 8조 달러(약 1경2000조 원) 규모의 미국 주식과 채권을 보유한 최대 채권자다. 안데르스 셸데 아카데미커펜션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미국은 기본적으로 신용도가 높은 국가라고 보기 어렵다”고 매각 결정 배경을 설명했다. 그는 “이번 결정이 그린란드 사태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은 아니지만, 갈등 상황이 판단을 어렵지 않게 만든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소니 쿠마리 호주뉴질랜드은행(ANZ) 원자재 애널리스트는 “은 가격이 세 자릿수로 올라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조정과 높은 변동성을 동반할 수 있다”고 1월 21일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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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채원 기자 yc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