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2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재정경제기획위원회의 인사청문회에서 물을 마시고 있다. 장승윤 기자 tomato9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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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회가 23일 열렸다. 이재명 대통령이 지명한 지 26일 만이다. 각종 의혹이 꼬리를 물고 쏟아진 데 이어 의혹과 관련된 자료를 국회에 부실하게 제출했다는 논란으로 국민의힘이 19일 예정됐던 청문회를 거부한 파행 끝에 가까스로 개최됐다. 그런 만큼 이날 청문회는 이 후보자가 의혹에 대해 제대로 소명할 수 있을지가 관심사였다.
의혹의 핵심은 이 후보자가 2024년 서울 서초구 아파트 청약 과정에서 장남이 결혼하지 않은 것처럼 속여 부당하게 부풀린 가점으로 당첨됐다는 것이다. 이날 이 후보자는 당시 장남이 결혼한 것은 맞지만 부부 관계가 최악이어서 혼인신고를 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미혼 자녀만 올려야 할 부양가족에 이미 결혼한 장남을 포함한 사실이 변하진 않는다. 과연 이 후보자의 해명을 국민들이 납득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실정법 위반일 수 있는 이런 문제가 왜 청와대의 검증 과정에서 걸러지지 않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이재명 정부가 신설한 국회예산처는 한 해 700조 원이 넘는 예산을 편성 운용하는 핵심 부처다. 이 후보자가 그 수장을 맡을 자질과 도덕성을 갖췄는지 철저히 검증했어야 한다. 물론 이 후보자를 5번이나 공천했던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에게 제기된 의혹을 남의 허물인 양 대하는 것도 볼썽사나운 일이다. 그렇다 해도 검증의 책무는 현 정부에 있다. 청와대는 인사 검증 시스템에 구멍이 생긴 것이 아닌지 제대로 되짚어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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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이 후보자의 거취는 이 대통령의 결심에 달렸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그보다 더 많은 과제를 남겼다. 이 대통령은 신년 회견에서 ‘통합이 중요한데 이 후보자 지명이 이렇게 문제가 될 줄 몰랐다’며 향후 인사에 참고하겠다고 했다. 이 후보자를 둘러싼 논란은 진영을 가리지 않으려는 탕평 인사여서가 아니라 이 후보자의 도덕성이 국민의 눈높이와 동떨어져 일어난 일이다. 어떤 경우에도 ‘같은 편만 쓰지 않겠다’는 이 대통령의 인사 원칙이 후퇴해선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