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AI 관계를 보는 관점
맹성현 태재대 부총장·KAIST 명예교수
현재 AI를 바라보는 지배적인 시각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도구’다. 기업은 업무 및 생산 효율화를, 정부는 행정 혁신을 꿈꾸며 “AI를 도입하지 않으면 뒤처진다”는 불안감에 휩싸여 있다. 이러한 시각에서 보면 ‘공존’이란 AI를 영원히 함께 가야 할 필수도구로 받아들이는 일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무엇인가. 일자리 감소에 대한 우려다. 유튜브와 소셜미디어에는 “당신의 일자리가 사라진다”는 콘텐츠가 늘고 있고, 직종별로 줄어드는 일자리에 대한 보도도 이어지고 있다. 물론 이런 경고를 통한 사회적 준비는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생산성이라는 렌즈로만 AI를 바라보면, 그 부작용만 두드러진다. AI를 도구로만 인식할 경우 인간과 AI의 관계는 단순하고 피상적인 일방향 관계에 머문다. 공존은 그저 인간이 AI를 어쩔 수 없이 사용하고, AI가 특정한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것을 뜻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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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직업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지식 아키텍트’, ‘오케스트레이션 엔지니어’, ‘대화 디자이너’, ‘인간-AI 협력 리더’ 등 생소한 직함들을 소개했다. 이 신종 직업의 공통점은 AI와 인간 사이의 접점에서 가치를 창출한다는 것이다. 의료 분야의 사례도 주목할 만하다. 미국 메이요 클리닉은 수백 개의 AI 모델을 영상 분석에 도입하면서 영상의학과 인력을 오히려 50% 이상 늘렸다.
공존에는 또 다른 차원도 있다. AI가 ‘나쁜 짓’을 하지 않도록 개발하고 사용해야 우리와 함께 하는 존재로 유지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인터넷이 처음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개방성과 허가 없는 혁신이라는 철학이 있었다. 그 자유는 인간의 삶을 바꿨지만, 동시에 허위 정보와 혐오, 정치적 양극화 같은 부작용도 키웠다. 기술의 폐해가 커지면 규제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생길 수 있다.
마찬가지로 AI의 폐해가 부각되면 규제와 제한 정책이 뒤따를 것이다. 따라서 필자는 ‘SECT AI’를 제안한다. Safe(안전한), Ethical(윤리적인), Culture-friendly(문화 친화적인), Trustworthy(신뢰할 수 있는) AI다. 이것은 AI 개발자만의 책임이 아니다. AI를 사용하는 모든 사람이 그렇게 사용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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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공존은 기술의 이슈이지만 시민의 선택이기도 하다. 우리가 AI를 ‘편리한 자동화’를 위해서만 쓰면 그 부작용을 그대로 되돌려받는다. 반대로 AI를 ‘함께 생각하는 파트너’로 길들이면 인간의 능력은 넓어지고 사회의 규칙도 더 정교해질 수 있다. 인간과 AI의 공존은 도구를 도입하는 것 자체가 아니라 양자의 관계를 설계하는 일이다. 이것이 바로 AI 시대가 요구하는 새로운 패러다임이다.
맹성현 태재대 부총장·KAIST 명예교수